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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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국내 신문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대한제국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언론사가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지금 국가 재정 상태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가, 공기업, 사기업, 가계 등의 부채가 과할 정도로 누적됐다. 반면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언론사는 턱없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기자는 구한말 국사(國士) 언론과 같은 ‘환경감시’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게 된다. 더욱이 ‘지구촌’ 하에서 여러 언론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전문성, 책임 의식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구한말 황성신문은 재정 면에서 양반계층의 독자로부터 구독료를 받았을 뿐 아니라, 1903년 황제(皇帝)로부터 5량(兩)을 하사받았고, 7월 18일 내부(內部)로 하여금 훈령(訓令)을 내려 전국 각도의 적체된 신문 구독료를 납부케 했다. 그것도 모자라 장지연 주필은 1903년 2월 5일 자 ‘크게 소리 지르면 붓을 던진다’라고 논설을 작성했다. 그의 역정에도 어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만큼 독자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었다. 현재 공영방송 숫자는 괄목하나, 그들의 신뢰도는 바닥이다.

신뢰는 전문성, 역동성, 진정성으로 평가를 받는다. 현실적으로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의 ‘기자 조롱 캐리커처’가 문제가 돼 언론사 줄 소송이 예고되고 있다. 문제의 논의는 “문재인 정부와 진보 진영 인사들을 비판했던 언론인을 조롱·희화화한 미술 작품에 한국기자협회와 일부 언론사가 민·형사 소송을 예고하는 등 ‘기자 캐리커처’를 놓고 언론계와 예술계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라고 한다(미디어오늘, 6월 8일). 서울민예총은 지난 2022년 6월 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 전시회 ‘굿, 바이 전’에서 시각예술위원회 박찬우 작가의 작품은 전·현직 언론인 및 방송·정치인 110명을 우스꽝스럽게 캐릭터화하고, 얼굴에 분홍색까지 덧칠했다.

박 작가는 ‘유튜브 김성수TV 성수대로’에서 “‘언론이 허위뉴스, 가짜뉴스를 실수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사과를 반드시 해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언론은 기자들이 쓰는 공공의 일기라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일기가 역사가 된다. 그런 차원에서 가짜뉴스는 역사 왜곡이다’… 기자 캐리커처에 분홍색을 덧칠한 이유에 대해서는 ‘핑크색을 좋아한다. 돋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일이 없도록 개선해야 한다’”라고 했다(미디어오늘, 6월 8일).

미디어오늘 사설은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가 공식 성명을 통해 ‘예술이 갖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또 다른 폭력이며 언론탄압으로 규정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서울민예총은 “적폐 세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기자들을 국민들은 뭐라고 부르는지 잊었는가’라고 응수했다”라고 했다(미디어오늘, 2022년 6월 8일).

당장 우파 언론뿐 아니라, 교통방송(TBS)이 문제됐고, KBS 노동조합의 ‘KBS를 국민의 품으로’라는 구호로 범국민 행동에 들어갔다.

TBS의 경우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12일 이후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TBS를 교육방송으로 기능 개편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현행 ‘서울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의 제3조 제1항의 1에 ‘방송을 통한 교통 및 생활정보 제공’이라고 교통방송의 기능을 규정하고 있어, 향후 기능 개편을 한다면 이 대목을 ‘교육방송’으로 바꾸는 조례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방통위에서 ‘교통방송과 지역방송을 비롯한 방송 전반’으로 허가한 사안이어서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회 일부 의원도 오 시장을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문성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당선자(서대문구 제2선거구)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신도 TBS 기능 개편을 선거공약으로 넣었다면서 ‘TBS가 프로그램상 교통방송 목적을 잃었고, 논란이 될 사실을 공공연하게 발표하거나 허위사실 내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많았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문 당선자는… 꼭 김어준 방송의 문제점이 아니어도, EBS와 달리 미국의 히스토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과 같은 생활과학 교육방송 등으로 개편하는 것이 세금을 유용하게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미디어오늘, 2022년 6월 8일).”

2021년 10월 19일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TBS의 문제에 대해 오 시장은 박영수 국민의힘 의원의 답변에서 “TBS 교통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TBS가 매년 400억원 보조금을 낸다”라고 했다. 현재 TBS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은 하나 같이 재정적 궁핍상태가 지속된다. 국가 재정이 어려울수록 공공직 종사자에 대한 책임 문제를 따지게 된다. 그 단적인 책임 문제의 예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당 편에 서서 오보를 내고, 과도하게 부풀리고, 불리한 것을 빼고, 사실을 비틀기까지 한다. 그것도 패거리를 지어, 부정확한 여론조사 숫자로 여당에 유리하게 선전했다. 이젠 선거 개입까지 했다. 지난해 4월 서울시 시장 재보선 당시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측량 현장 방문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생태탕집 모자의 증언이 선거 내내 문제가 됐다.

교통방송은 당장 외부로부터 통제를 받을 위치에 있다. 지금까지 교통방송은 고출력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들을 수 있게 했다. 대선 후보에게는 반길 일이지만 코미디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방통심의위에서 받은 경고가 한 번이 아닐 뿐 아니라, 선거 때마다 상업방송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공영방송에서 일어난다. 재정적 어려움이 올수록 청취율을 높이기 위해 정치 편향적 경향은 더욱 농후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언론자유는 자유를 지키지 못하면, 반드시 타율을 경험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공영방송의 신뢰가 바닥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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