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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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에 전운이 감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 본부의 총파업이 지난 7일부터 시작됐다. 내달 2일은 전국 규모의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공직은 ‘검찰’ 출신이 즐비하고, 경제계는 ‘모피아’ 경제관리가 줄을 잇고 있다. 민주노총은 그들을 낙하산 투하라고 부르짖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누구도 부정 못 할 빛나는 대한민국의 업적이며 자부심입니다’라는 퇴임사를 남기고 청와대를 떠났다. 그 향연에 도취된 상태에서 KBS, MBC,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의 알바기 인사들은 자리를 내줄 생각이 전혀 없다. 또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언론특위)의 ‘25인 운영위원회 법안’은 국회통과를 학수기대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돼야 공영언론의 민주노총 공영언론영구장악이 가능하다.

헌법정신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이다. 직장마다 끼가 있고, 재치가 있고, 재능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모인 곳은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들어 간다. 이곳에 노동생산도 상승하고, 모든 직원이 합심해서 개인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언제까지 체제가 다른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꿈꿔야 하고, 직장마다 정치파업을 계속하고, 전위대가 설쳐야 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실제 민주노총 정강은 초기 공산주의자들이 꿈꿨던 이론과 합치하지 않는다. 1989~1991년까지 동구권과 소련의 몰락으로 빗나간 국가주의 민낯이 공개됐다. 그곳에는 노동생산성은 고사하고, 구성원들의 행복감은 전혀 엿볼 수 없었다. 사회주의도 빗나갔을 뿐 아니라, 공산주의는 더더욱 아니었다. 유토피아도 아닌, 체제 전복에 몰두해온 민주노총 지도부도 딱하기 짝이 없다.

한편 KBS ‘국민MC’ 송해씨가 지난 8일 별세했다. 그는 재치가 있고, 노래와 춤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재능을 갖고 있었다. 방송은 그런 인사가 근무하는 곳이다. “전국∼(노래자랑)을 목 놓아 외치던 ‘국민 할아버지’가 하늘로 돌아갔다. ‘내 인생을 딩동댕으로 남기고 싶었다’던 이의 늦은 퇴근길이다… 향년 95세. 고인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황해도 재령 출신인 고인은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6.25전쟁 때 월남한 뒤 창공악극단을 통해 1955년 가수로 데뷔했다. 1988년 KBS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은 후 34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해 올해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동아일보, 6월 9일).”

이런 문화의 KBS에 무슨 혁명 전야 정치판 같은 진지전 구축이란 말인가? 설령 낙하산 인사가 들어와도 전문직 종사자가 입김을 넣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NHK, BBC 등도 공영언론에는 낙하산 간부 임명이 허용되지만, 전문영역은 침범할 수 없는 분명한 선이 존재한다. 지금 낙하산이 아니라, 공영방송은 간부란 간부는 거의 민주노총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방송은 지금 시청자 가뭄 현상이 일어난다.

“언론학회 봄철 정기 학술대회 ‘글로벌 경쟁시대: 방송의 위기와 도전’이란 주제 아래 5월 20일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한 세션으로 김의철 KBS 사장, 박성제 MBC 사장, 이강택 TBS 대표, 이규연 JTBC 대표 등 공영미디어와 종합편성채널을 대표하는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개국 12년차 JTBC 이규연 대표는 ‘지난해 언론 수용자 조사에서 가장 심각하게 본 데이터는 연령대별 TV 뉴스 이용률이었다. 60대 이상에선 TV를 꼽은 응답자가 90%였는데 20대는 9%였다. 어느 조사를 보니 10대는 4%였다’고 전했다. ‘TV 대신 네이버와 유튜브로 보는 게 현실인데 우리는 TV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해왔다’는 것이다(한국기자협회, 5월 21일).”

그런 수입으로 높은 제작비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게 됐다.

한편 KBS 노동조합원(위원장 허성권) 10명은 사장실 앞에서 김의철 사장 퇴진을 성토했다. 서울경찰청에 벌써 이첩된 사건이다. 그들은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등 개인문제와 ‘지역국 폐쇄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 속내는 민주노총 간부로 점철된 KBS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또한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파업이 7일부터 시작됐다. 민주노총 향연이 길다.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라는 요구가 소리 높다. 이 법은 2018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년(2020~2022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그 결과로 화물 운송을 맡기는 화주(貨主) 측은 ‘현행 제도는 개인사업자인 화물차 기사에게 과도한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라며 예정대로 올해 말 종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된 이후 화물 운임비가 급격히 올랐다는 것이다(조선일보, 6월 9일).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은 작동을 멈추고, 청와대가 앞장서 권력, 즉 폭력을 제공하는 꼴이 됐다. 물론 화물연대 뿌리에는 민주노총이 있고, 그 가지에 특수고용노동자가 있다. 그들은 2017년 문재인 대선공약에 50만 특고를 집어넣어 명문화했다. 그들의 특혜도 괄목하다. 코로나19 지원금 때에는 자영업자 신분으로, 파업 때는 노동자 신분으로 상황을 대처한다. 그들에게 노동3권, 고용보험, 산재보험, 해고금지까지 주도록 했다(유튜브, 시대정신연구소, 6월 8일). 민주노총, 한국노총도 그 가입자가 박근혜 정부 때 10%, 문재인 정권 때 14.2%(250만)까지 육박한다.

노조의 세상이 도래했다. 결국 방송이든, 물류산업이든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이룰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논의는 세계 공급망 확충 시점에서 큰 시장, 작은 정부로 노동 유연화, 고임금·강성노조 대신 노동생산성 향상을 요구한다. 현실은 전혀 달라, 노총은 빗나간 사회주의 혁명기지까지 맡고 있으니, 세계 공급망 경쟁은 물 건너가게 된다. 그 결과 작업장의 ‘잉여가치’가 아니라, 기업을 죽이고,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교환의 헌법정신을 망각할 전망이다.

좌파 족보로 따져도 문 정부가 뿌린 좌파경향은 과학적 사회주의의 마르크스 이론이 아니다. 또한 그 개인의 행적을 봐도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주의자, 즉 신분집단 성격을 가졌다.

마르크스 개인으로 봐도 민족·국가라는 개념이 후반기 일수록 잘 나오지 않는다. 그는 사회, 즉 작업장에서 일어난 일을 주로 다룬 것이어서, 민주노총의 원대한 꿈은 좌파 이론의 원류에도 빠져있다. 개념도 분명하지 않으면서 민주노총 촛불혁명의 향연은 계속된다. 우려스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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