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입국자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입국자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홍역, 코로나19와 같은 2급 감염병

질병청 “고위험집단 노출 위험 높아”

고시개정 추진, 6월 8일 발령 예정

31일 기준 31개국에서 확진자 473명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정부가 세계 각국에서 유행 중인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위기 경보 수준도 ‘관심’단계로 발령해 관리하기로 했다. 1급 감염병에서 2급으로 하향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등급이다.

질병관리청은 31일 위기평가회의를 열어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이같은 긴급 방역대응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이중 ‘관심’은 해외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시’ 발령하는 조치다. 코로나19도 2급 감염병이다. 코로나19는 1급 감염병으로 관리되다가 지난달 25일부터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대책반을 가동해 각 나라의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지역사회 환자감시, 의심사례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 향후 국내 확진자가 확인될 경우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이날 위기평가회의에서 원숭이두창의 위험도는 고위험 집단에선 ‘중간’, 일반인에선 ‘낮음’으로 평가됐다. 고위험 집단은 ‘적절한 개인보호장구 없이 원숭이두창 확진자 또는 의심자와 접촉한 사람(성적접촉, 동거인)’이다.

질병청은 “질병 자체의 영향력은 낮으나, 고위험집단에서 노출될 위험이 높기에 위험도는 ‘중간’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발생 사례는 없다”며 “이후 확진자가 확인될 경우 위기 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는 고시개정은 6월 8일에 발령 예정이다. 2급 감염병은 확진자 발생 시 24시간 내에 신고해야 하며,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이다. 코로나19외 2급 감염병으로는 결핵, 수두, 홍역, 콜레라 등이 있다. 다만 고시 개정이 완료되기 전까진 원숭이두창을 1급 감염병에 해당하는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신종감염병증후군은 고시개정을 하지 않아도 질병청장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지정 공표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공개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출처:AP/뉴시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공개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출처: AP/뉴시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 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들어온 뒤 유럽, 북미, 중동, 호주 등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5~21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두통, 림프절병증, 요통, 근육통, 근무력증 등의 증상을 시작으로 1∼3일 후에 얼굴 중심으로 발진증상을 보고 원심형으로 팔과 다리 등 신체 다른 부위로 확산할 수 있다. 구진성 발진은 수포, 농포 및 가피 등으로 진행되고 특정 부위 발진은 대체로 같은 진행 단계인 것과 림프절 종대가 특징이다.

증상은 약 2∼4주 지속되는데, 질병 정도는 경증에서 중등도이지만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약 1~10%로 알려져 있다. WHO에 따르면 최근 치명률은 3~6%으로 보고됐다. 원숭이나 다람쥐 등 감염된 야생동물이 병원소가 되며, 인수공통감염병이라서 동물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된 환경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집계에 따르면 31일 기준으로 31개국에서 473명의 원숭이두창 확진자와 136명의 의심자가 보고됐다. 5월 이후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풍토병이 아닌 국가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비풍토병 지역에서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1%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편 WHO는 원숭이두창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고 진단하면서도 관련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시인하며 경계심을 높였다.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공기로 전파될 수 있는지, 정확히 어떤 경로와 어느 정도로 퍼져 있는지 등이 불명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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