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반도체 동맹’… 정부·재계 ‘대동단결’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최근 한·미 정상회담 후 글로벌 반도체 동맹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30일 팻 겔싱어 CEO와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만나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수장들이 만난 것은 지난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평택 공장을 방문한 지 열흘 만이다. 양국 정상은 당시 한·미 반도체 동맹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 수장들이 만난 배경에는 이 같은 한·미 정상 간 기술동맹 협력 약속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2위를 다투는 ‘라이벌’ 관계이지만 협력을 통해 상호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 정상이 반도체 동맹에 대한 물꼬를 터준 것이라면, 삼성과 인텔의 이번 만남은 실무적인 부분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양사가 경쟁 부문에서는 경쟁하겠지만,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협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 차원의 대규모 투자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은 반도체 등 핵심 전략 사업에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투자만 360조원 규모다.

삼성은 선제적인 투자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에서의 ‘초격차’를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SK도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에 5년간 247조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2조원을 반도체 분야에 투입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팹(반도체 생산공장)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 등이 구체적인 투자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의 규제혁신 행보도 반도체 산업에 지원군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업 규제를 ‘모래주머니’로 비유하며 “모래주머니를 달고선 글로벌 시장에 가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부처가 규제 개혁 부처라는 인식하에 기업 활동, 경제 활동에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같은 날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행보를 가졌다.

이창양 장관은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1차 산업전략 원탁회의에서 “반도체는 경제안보의 핵심 품목이나, 국내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주요국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 지원정책으로 인해 만만찮은 여건에 직면해 있다”면서 “우리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상반기 중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종호 장관은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반도체 핵심 인력양성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카이스트를 비롯해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과 계약학과를 추진하고 4대 과학기술원에서 연간 200명의 인재를 양성키로 했다. 또한 향후 5년간 석·박사 인력 배출을 늘려 실무인재 314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행보에 대해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은 기업들에 상당한 기대감을 준다”며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주는 규제 부분을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