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18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 형식으로 불린다. 물론 지난해도 기념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들어갔다. 이미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번에는 ‘보수 정부’를 표방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석해서 이 곡을 제창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보수정당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잘 알려진 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고(故) 윤상원씨와 1979년 광주의 노동 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고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다. 고인이 된 시민사회운동가 백기완 선생이 옥중에서 쓴 장편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소설가 황석영씨가 차용해 가사를 썼고, 당시 전남대 재학생이던 김종률씨가 작곡했다. 가사 못지않게 이 곡의 탄생 과정도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온전하게 반영돼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을 비롯해 이전의 보수세력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 참석하는 것도 거부할 정도였다. 혹여 몇 인사들이 참석은 하더라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기념식 마지막 순서로 제창이 이뤄질 때는 아예 입을 닫은 채 정면만 응시하는 등의 어색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당시 황교안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기념식에 참석은 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는 따라 부르지 않았던 것이 그 생생한 사례다. 이처럼 보수정당과 보수세력은 광주와 5.18민주화운동과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둬 왔던 것이 최근까지의 모습이었다.

이런 점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새 정부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 전원이 참석해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함께한다는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국민의힘이 빨리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며, 국민의힘의 이런 변화는 참으로 반갑고도 환영할 일이다. 집권당으로서 5.18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정신을 더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동시에 ‘국민통합’에도 앞장서겠다는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대선 때의 갈등과 대립을 감안한다면 국민통합은 더 미룰 수 없는 윤 정부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 바로 이런 과제를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간의 소모적 갈등과 대결을 종식하고 대한민국의 통합을 위한 노력 그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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