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5일 코로나19와 관련해 전날인 14일 신규 발열자가 30만명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도 15명이 발생해 현재까지 42명으로 늘었다. 북한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은 모양이다. 화면에 나오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만 봐도 이전과는 달리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공개회의에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에 따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직접 김 위원장에게 코로나19 방역 현황을 보고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건국 이래의 대동란’으로 규정하고, 당과 인민이 단합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우리 정부가 나섰다. 정부 측 얘기를 종합하면 이른 시일 내에 대북 코로나19 방역지원을 논의할 실무접촉을 남북채널을 통해 북한에 제안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남북채널’로 제안한다는 것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북제안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 대북제안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윤 정부에서의 남북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이번 대북 코로나19 방역지원은 어떤 정치적 함의를 뛰어넘는 ‘인도적 지원’이다. 게다가 시간을 다투는 현실에서 북한의 위급한 상황에 적절한 제안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건국 이래의 대동란’으로 규정할 만큼의 위급한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의 제안을 마냥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선뜻 우리 정부의 제안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강조하는 ‘정치적 셈법’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도 최근 윤 정부에서의 코로나19 방역지원에 대한 소식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조만간 대북 공식 제안 이후 북한의 반응에 따라 향후 남북 및 북미관계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참에 북한이 인도적 대북제안을 수용해서 남북 및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상생의 길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말 그대로의 ‘인도적 지원’인 만큼 불필요한 정치적 의미나 대북 강경발언 등은 극히 자제돼야 한다. 윤 정부의 첫 대북 제의가 남북관계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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