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19일 “북한이 코로나19 시국이긴 하지만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실험 준비도 다 끝났고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국정원 북한 국장이 보고한 내용이다. 북한 핵실험 동향은 이미 미국 등에서 계속 언급돼왔던 사안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국정원장이 교체된 이후 나온 ‘공식 보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한 내용을 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는 이미 포착했으며, 핵실험도 언제 하든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북한 당국이 타이밍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특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북한이 타이밍만 보고 있다는 보고는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래선지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미사일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바이든 방한에 맞춰 강력한 메시지를 탄도 미사일에 실어 보내겠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제안한 대북 방역 지원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ICBM 발사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곧 미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메시지’를 어떻게 잡을지, 북한 당국도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양국 공동선언이 발표될 즈음 탄도미사일이 발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핵실험도 예외가 아니다. 국정원도 이런 상황을 사전에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면 한미 양국은 이번에 내놓을 대북 메시지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도 큰 차질을 빚게 할 뿐 아니라 한국의 대북전략을 코너로 몰아넣어서 한반도 위기를 재생산하는 등 대결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한국 입장에서는 좋은 방향이 아니다. 현시점에서 나라 안팎으로 풀어가야 할 시급한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의 핵실험이 몰고 올 안보위기까지 가중된다면 이는 그대로 국민의 부담으로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좀 더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 벼랑 끝에 선 북한을 더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경우 우리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눈앞에 닥친 정략이나 이념을 넘어서 대한민국 국익의 관점에서 좀 더 신중하고 포용적인 자세가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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