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전 의원 뇌물 재판서 증언
“화천대유 전무, 불법적 돈이라
사인 안한다고 했다”고도 진술
“녹음제출, 형사책임 무서워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관련 녹취록을 검찰에 제공한 핵심인물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은 대가라고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형사책임을 지는 게 두려워 관련자들와의 대화를 녹음했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2회 공판을 열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초기인 2015년 3월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정 회계사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화천대유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라고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50억원을 지급하려 할 당시 화천대유의 양모 전무가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 50억원 지급이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사인을 안 했다’는 취지로 자신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양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컨소시엄 유지 대가라는 내용을 김씨 외에 정 회계사에게도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회계사는 만일 하나은행이 화천대유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하나은행이 빠질 경우 사업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대답도 했다.
당시 호반건설과 산업은행의 컨소시엄이 하나은행에 참여를 제안했고, 실제 참여했다면 1500억원 이상의 이익이 예상돼 하나은행도 고민 중이라는 얘기를 하나은행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정 회계사는 설명했다.
이후 해당 내용을 김씨에게 전달했더니 김씨가 기다려보라고 했고, 며칠이 지난 뒤 하나은행이 최종 잔류했다고 정 회계사는 전했다.
아울러 정 회계사는 “(김씨가) 고위 법조인들은 6명한테 50억원씩 주고, 시의원한테 20억원을 주고, 100억원은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해서 420억원 용도가 따로 있다고 하면서 고위 법조인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로 등록된 사람에겐 고문료 등 명목으로 지급하고, 박영수 전 특별검사나 곽 전 의원 같은 이들에겐 자녀를 통해 지급하는 방식을 언급했다는 게 정 회계사의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정 회계사는 2018년 11월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곽 전 의원이 김씨를 향해 ‘많이 벌었으면 나눠줘라’며 돈을 요구했고, 김씨가 ‘법인 돈이라 안 된다’고 거절하는 등 말다툼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이날 정 회계사는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고 대장동 사건 핵심 증거인 대화 녹음 파일을 만든 이유도 소개했다.
정 회계사는 “지난해 9월부터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고, 여러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 두려웠다”며 “김씨 주변에 정치인, 고위 법조인 등 높은 분들이 많아 두려워서 제출했다”고 검찰에 녹음파일을 제출한 이유도 진술했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 핵심증거를 제출한 점이 감안돼 다른 인물들이 구속기소되는 상황에서도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곽 전 의원은 정 회계사를 향해 “왜 거짓말을 하냐”고 했다가 재판부에 주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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