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곽 전 의원 뇌물 재판서 증언

“화천대유 전무, 불법적 돈이라

사인 안한다고 했다”고도 진술

“녹음제출, 형사책임 무서워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관련 녹취록을 검찰에 제공한 핵심인물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은 대가라고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형사책임을 지는 게 두려워 관련자들와의 대화를 녹음했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2회 공판을 열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초기인 2015년 3월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정 회계사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화천대유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라고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50억원을 지급하려 할 당시 화천대유의 양모 전무가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 50억원 지급이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사인을 안 했다’는 취지로 자신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양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컨소시엄 유지 대가라는 내용을 김씨 외에 정 회계사에게도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회계사는 만일 하나은행이 화천대유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하나은행이 빠질 경우 사업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대답도 했다.

[서울=뉴시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공판이 끝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10.
[서울=뉴시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공판이 끝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10.

당시 호반건설과 산업은행의 컨소시엄이 하나은행에 참여를 제안했고, 실제 참여했다면 1500억원 이상의 이익이 예상돼 하나은행도 고민 중이라는 얘기를 하나은행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정 회계사는 설명했다.

이후 해당 내용을 김씨에게 전달했더니 김씨가 기다려보라고 했고, 며칠이 지난 뒤 하나은행이 최종 잔류했다고 정 회계사는 전했다.

아울러 정 회계사는 “(김씨가) 고위 법조인들은 6명한테 50억원씩 주고, 시의원한테 20억원을 주고, 100억원은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해서 420억원 용도가 따로 있다고 하면서 고위 법조인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로 등록된 사람에겐 고문료 등 명목으로 지급하고, 박영수 전 특별검사나 곽 전 의원 같은 이들에겐 자녀를 통해 지급하는 방식을 언급했다는 게 정 회계사의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정 회계사는 2018년 11월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곽 전 의원이 김씨를 향해 ‘많이 벌었으면 나눠줘라’며 돈을 요구했고, 김씨가 ‘법인 돈이라 안 된다’고 거절하는 등 말다툼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이날 정 회계사는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고 대장동 사건 핵심 증거인 대화 녹음 파일을 만든 이유도 소개했다.

정 회계사는 “지난해 9월부터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고, 여러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 두려웠다”며 “김씨 주변에 정치인, 고위 법조인 등 높은 분들이 많아 두려워서 제출했다”고 검찰에 녹음파일을 제출한 이유도 진술했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 핵심증거를 제출한 점이 감안돼 다른 인물들이 구속기소되는 상황에서도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곽 전 의원은 정 회계사를 향해 “왜 거짓말을 하냐”고 했다가 재판부에 주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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