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재판서
남욱·정영학 사이 녹음 공개
“만배 형이 걱정 말라 해”
“김수남 전 총장과 깐부”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
여당 소속 보좌관 등에
로비 정황도 녹음에 담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관련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변호인들은 녹취록의 증거능력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의 27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들에 대해 증거 채택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나, 잠정적으로 채택한 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은 2012~2014년, 2019~2020년 사이 김씨, 남욱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분량은 140시간 정도로 전해졌는데,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은 이 중 30시간 정도 분량만 법정에서 재생하기로 했다. 건수로는 66건이다.
이날 재생은 6건이었는데, 처음 공개된 녹음파일은 남 변호사와의 통화였다. 2012년 8월 녹음파일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만배 형이 김수남 검사장(현재 전 검찰총장)하고 완전 깐부”라며 “그건 만배 형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까”라고 언급했다. 김 전 총장은 연루 의혹이 제기된 법조인들 중 하나다.
이에 김씨 측 변호인은 “뭔가 김 전 총장이 연결된 것 같은 뉘앙스를 준다”며 검사의 설명을 저지하기도 했다.
녹음파일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이름도 나왔다.
2012년 9월 녹음파일에서 남 변호사는 “내부적으로 결합개발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 나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멍청한 공무원들 때문에 뻘짓했다’ 이렇게 얘기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 의회가 짜고 반대해서 이 시장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그 전에 결합개발이 안 될 것 같다는 말이 미리 터질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모든 각을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재명·최모씨 등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 써서 진행한 것이라 거기 더 많은 게 있는 느낌이라고 (김) 대표가 얘기하더라”는 내용도 있다.
김씨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로비를 한 정황도 녹음파일에서 드러났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이모 보좌관은 우리 돈을 받은 사람”이라며 “연이 있으니까 좋다. 이 보좌관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냐, 그런 건 만배 형이 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 보좌관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소속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재판에 앞서 이 같은 취지의 내용을 공개한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의원 측으로부터 고소되기도 했다.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A시의원과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이 고생했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녹음한 경위에 대해 정 회계사는 “제가 관여하지도 않은 일을, 관여한 정도를 넘어서 관여한 것처럼 잘못 인식돼 불이익을 받을까봐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녹음파일 공개는 지난 25일 공판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당시 유 전 본부장 측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 이날로 미뤄졌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최근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지난 공판 도중 법정을 떠난 행위를 두고 “재판장 허가 없이 임의로 퇴정하는 행동은 방어권 남용으로 보일 수 있다”며 “피고인의 입장을 충실히 변호하는 것은 재판 절차 내에서 개진해야 하고 재판부의 적절한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재판엔 출석해 녹음파일 재생 등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