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영학 회계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5.
[서울=뉴시스] 정영학 회계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5.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재판서

남욱·정영학 사이 녹음 공개

“만배 형이 걱정 말라 해”

“김수남 전 총장과 깐부”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

여당 소속 보좌관 등에

로비 정황도 녹음에 담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관련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변호인들은 녹취록의 증거능력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의 27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들에 대해 증거 채택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나, 잠정적으로 채택한 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은 2012~2014년, 2019~2020년 사이 김씨, 남욱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분량은 140시간 정도로 전해졌는데,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은 이 중 30시간 정도 분량만 법정에서 재생하기로 했다. 건수로는 66건이다.

이날 재생은 6건이었는데, 처음 공개된 녹음파일은 남 변호사와의 통화였다. 2012년 8월 녹음파일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만배 형이 김수남 검사장(현재 전 검찰총장)하고 완전 깐부”라며 “그건 만배 형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까”라고 언급했다. 김 전 총장은 연루 의혹이 제기된 법조인들 중 하나다.

이에 김씨 측 변호인은 “뭔가 김 전 총장이 연결된 것 같은 뉘앙스를 준다”며 검사의 설명을 저지하기도 했다.

녹음파일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이름도 나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부터),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정민용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부터),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정민용씨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3

2012년 9월 녹음파일에서 남 변호사는 “내부적으로 결합개발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 나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멍청한 공무원들 때문에 뻘짓했다’ 이렇게 얘기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 의회가 짜고 반대해서 이 시장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그 전에 결합개발이 안 될 것 같다는 말이 미리 터질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모든 각을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재명·최모씨 등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 써서 진행한 것이라 거기 더 많은 게 있는 느낌이라고 (김) 대표가 얘기하더라”는 내용도 있다.

김씨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로비를 한 정황도 녹음파일에서 드러났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이모 보좌관은 우리 돈을 받은 사람”이라며 “연이 있으니까 좋다. 이 보좌관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냐, 그런 건 만배 형이 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 보좌관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소속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재판에 앞서 이 같은 취지의 내용을 공개한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의원 측으로부터 고소되기도 했다.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A시의원과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이 고생했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녹음한 경위에 대해 정 회계사는 “제가 관여하지도 않은 일을, 관여한 정도를 넘어서 관여한 것처럼 잘못 인식돼 불이익을 받을까봐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녹음파일 공개는 지난 25일 공판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당시 유 전 본부장 측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 이날로 미뤄졌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최근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지난 공판 도중 법정을 떠난 행위를 두고 “재판장 허가 없이 임의로 퇴정하는 행동은 방어권 남용으로 보일 수 있다”며 “피고인의 입장을 충실히 변호하는 것은 재판 절차 내에서 개진해야 하고 재판부의 적절한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재판엔 출석해 녹음파일 재생 등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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