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이틀 앞둔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이틀 앞둔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6

18일 전면 해제 앞둔 시장 분위기는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거리두기가 풀리는 날이 오다니 솔직히 아직 실감은 안 나네요. 하하.”

서울 용산구 만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28, 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기 바로 직전인 2019년에 가게 문을 열었다. 개업 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코로나19를 맞닥뜨린 경우다. 그래서인지 김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영업이 더 자유로워지고 그만큼 매출 향상도 기대되겠지만, 코로나19 상황에 이미 적응을 해버린 건지 거리두기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려울뿐더러 불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오는 18일부터 전면 해제한다. 막막한 생계 속에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 지침을 충실히 따르며 악착같이 버텼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기쁨과 감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일부 자영업자와 시민 사이에서는 거리두기 없는 일상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흘렀다. 

본지는 16일 광화문 등 수도권 지역의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현재 밤 12시까지인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과 10명까지 허용되던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다음주 월요일(18일)부터 전면 해제한다”고 밝혔다. 2020년 3월 거리두기가 도입된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소상공인연합회와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행사장 주변에 집회인원 제한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1.12.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소상공인연합회와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행사장 주변에 집회인원 제한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1.12.22

299명으로 제한됐던 행사와 집회, 수용가능 인원의 70%까지만 허용되던 종교시설 인원 제한도 동시에 없어진다. 오는 25일부터는 영화관·실내체육시설·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음식물 섭취 금지 조치도 모두 해제된다.

다만 마스크 착용 지침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2주 후 방역상황을 검토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실외마스크 착용에 대한 지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등은 이번 거리두기 해제를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논평을 내고 “늦은 감이 있으나 소상공인의 가장 큰 염원이었던 영업제한 해제를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해 적극 환영한다“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영업제한 조치가 다시는 이 땅에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가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 사이에서도 상권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흐르고 있었다. 노원구에서 15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명임(55, 여)씨는 “언젠가 봄이 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최근 꺾이는 것 같아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영업 제한이 풀릴 줄은 몰랐다”며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하루에 두 팀이 전부였다. 거리두기도 완화됐으니 손님들의 발길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 버틴 보람이 있다”고 기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영업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 주최로 열린 ‘코로나 피해 실질 보상 촉구 및 정부 규탄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2.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영업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 주최로 열린 ‘코로나 피해 실질 보상 촉구 및 정부 규탄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2.15

서울 중구에서 40년 전통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김모(여, 60)씨는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이제 거리두기가 완화돼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며 “우리 가게는 상권의 중심부라 그나마 괜찮았지만, 전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형편이 어려웠나. 숨통이 좀 트일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방역을 책임지는 시기는 지났다고 보여진다”며 “지금은 개인이 스스로 방역을 잘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 결국, 방역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거리두기 해제에 걱정을 보이는 자영업자나 직원들도 있었다. 광화문 인근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거리두기 해제는 섣부르다고 생각한다”며 “방역이 느슨해지면 경각심이 줄텐데 그러면 코로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식사 도중 마스크를 벗고 큰소리로 떠드는 손님들 때문에 지금도 부딪힐 때가 많다”며 “나는 손님을 덜 받더라도 지금처럼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대형 카페 직원 이혜지(27, 여)씨는 “적어도 내가 일하는 곳만큼은 그동안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지금도 음료를 가지러 올 때 마스크를 벗고 오거나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 날이 풀리면서 사람이 더욱 몰릴텐데 거리두기가 해제된다고 하니 감염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 방역수칙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2.4.16
1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 방역수칙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2.4.16

대다수 시민은 거리두기 해제를 반겼다. 최근 군대에서 제대했다는 정영진(28, 남)씨는 “이젠 인원제한 없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다”며 “코로나19 전으로 돌아간다는 게 꿈만 같다”고 했다. 대학생 송은비(26, 여)씨 역시 “너무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며 “아르바이트가 오후 9시에 끝나는데 끝난 후에도 친구들과 만날 수 있어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다만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시민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0시 기준 전국에서 10만 7916명 확진자가 추가됐고, 사망자는 273명이 늘어 누적 2만 889명이 됐다. 추가 사망자 중 256명(93.8%)는 60세 이상 고령자다. 서울에서 70세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는 채모(29, 남)씨는 “고령자는 여전히 바이러스에 치명적이라 해제가 걱정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다 하더라도 개인적 거리두기 홍보가 시급한 시점같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으로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제한이 완화된 1일 밤 10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퇴근 후 맥주 한 잔 하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으로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제한이 완화된 1일 밤 10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퇴근 후 맥주 한 잔 하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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