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천지일보 2022.4.8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천지일보 2022.4.8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윤석열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줄곧 50%를 밑돌다가 ‘절반’이라는 벽을 힘겹게 넘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공동으로 4∼6일 성인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54%, ‘잘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40%였다. 긍정 응답이 앞섰지만 기존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과거 대통령들의 당선인 시기 여론과 비교하면 낮다.

새 정부가 긴장해야 할 대목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를 놓고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낮다며 비아냥거릴 문제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좋아할 일도 아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윤 당선인의 용도가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 이면에 숨겨진 ‘시대의 얼굴’을 읽지 못해서 오는 오만이다.

18대 대선에서 3.53% 포인트(108만 496표) 표 차이로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78%에 달했다. 하지만 그의 말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 전 정부의 추락한 지지율과 ‘촛불’을 엎고 올라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뜨거웠다. 하지만 문 대통령 역시 지지율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흘러온 7번의 정부. 그때마다 큰 기대로 시작해, 큰 실망으로 끝난 반복의 역사. 이 역사는 국민에게 ‘기대’라는 단어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 그래서 ‘이제 절반만 기대하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새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없다기보다 ‘정치와 국가에 대한 기대’를 상실한 것이다. 이것이 여론조사 결과에 숨겨진 지금 이 시대의 얼굴이다.

인수위 현장을 직접 들여다보는 입장에서 윤 당선인의 높지 않은 기대치가 오히려 갈수록 높아져 반전의 역사를 만들어낸다면 이러한 낮은 기대감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정치신인 윤 당선인의 행보와 나아가 협력하는 협력자들의 생각과 움직임에서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윤 정부는 ‘공정·상식·정의’라는 키워드로 분명하게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문 정권 출범 당시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슬로건을 기억하고 있다면 기시감이 들 정도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행보는 ‘통합’의 측면에서는 분명 다른 점이 있어 보인다.

우선 보수 정당 출신 당선인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5일 제주 방문 때 당선인 신분이 되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지키는 행보였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문제도 차츰 청와대와의 갈등 프레임을 극복하고 여론조사를 통해서 더 많은 국민 지지도 얻어내고 있다. 여가부 폐지 등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도 그렇다. 후보시절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한발 물러서 우선 현행 정부조직 체계에 기반해 내각을 꾸리겠다고도 했다. 총리 인선도 역대 정권을 두루 거친 인물로 최대한 잡음을 피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다양한 언론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창구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것도 돋보이는 점이다. 당선인은 5월 10일 국방부 입주 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1층에 프레스룸을 만들 것이라 약속했다. 또 작은 일도 언론인과 육성으로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은 ‘소통과 신뢰’에서 시작된다. 인수위는 ‘통합’이라는 키워드 정의에만 열중하지 않고 당면한 갈등 과제를 해결하면서 통합의 면모를 직접 보여주겠다고 말했었다. 이 말의 의미가 이제야 조금 실감이 된다.

이렇게 시작한다면 서서히 국민에게도 그 의미가 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부족한 기대치가 반전의 역사를 쓰는 기회이자 새 정부를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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