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60대 이상 고령층에 대한 ‘부스터샷(추가접종)’ 사전 예약이 시작된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이 접종실로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이 접종실로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DB

당국 “가을 재유행 대비 접종계획 검토… 접종지속 필요”

이상반응에 기피현상, 방역패스 폐지로 접종동력 떨어져

전문가 “고령층 4차접종 확대, 북한 등에 지원도 한 방법”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백신을 2차까지 맞고도 최근 재감염돼 고생했는데 또다시 백신을 맞으라고요?”

대구에 거주하는 김영아(가명, 34, 여)씨는 정부가 앞으로 계속 접종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자 혀를 내둘렀다. 김씨는 백신이 상용화되기 전 2020년 코로나19에 감염돼 기침, 후각 상실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2주간 보이다 완치됐다. 이후 지난해 백신이 나오자 화이자로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그는 백신을 2차례 맞았을 당시 중대한 이상반응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을 겪어 고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데다 최근 오미크론까지 감염돼 몸살을 앓고 기침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굳이 백신을 더 맞을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했다. 백신을 맞아도 맞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코로나19 증상에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어서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백신 도입 예정 물량은 약 1억 4324만명분이다. 이는 전 국민이 한 사람당 3번이나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물량이다. 정부는 앞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되면 백신을 활용하겠다고 검토하고 있으나 정작 접종받는 국민이 수용할지에 대해선 미지수라, 남은 백신이 대량으로 폐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폐기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백신 물량 해소를 위해 대책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4차접종 외에도 가을·겨울철 재유행 가능성에 대비해 접종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백신 접종은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단장은 “백신 접종은 항상 필요한 것”이라며 “백신의 효과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약화 가능성도 있고, 또 가을철에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인해 다시금 유행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백신 3차 접종 간격이 3개월로 단축된 가운데 전남 무안군이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코로나19 방문접종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 2022.3.24
전남 무안군이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코로나19 방문접종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DB

하지만 현재 이날 0시 기준 86.7%라는 높은 접종률(2차접종)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달 1일부터 방역패스가 중단되면서 접종 동력이 떨어져 있어 접종률이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자연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인원도 1400만명이 넘는 규모여서 접종을 기피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에 비해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은 60대 미만 연령층에서는 접종 필요성이 약할 수 있다. 게다가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남아있다. 코로나19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 접종 후 후유증으로 탈모, 생리주기 불규칙, 경련, 감각마비, 발기부전, 불면증 등을 겪은 사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현재도 남은 백신 물량은 대량으로 폐기되고 있다. 지난달 22일까지 국내에서 폐기된 코로나19 백신은 총 233만 2889회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올해 들어 폐기된 백신은 64만 1368회분이다.

전문가는 현 정부가 대량의 백신을 선계약해 새 정부에 부담이 되게 했다고 지적하면서 고령층에 대한 4차 접종과 북한 등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가 백신 도입 초반에 선 확보가 늦어져 구매 당시 제약사들과 계약할 때 내년 것도 미리 구매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일 수도 있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대량으로 백신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는 이번 정부가 치고 다음 정부가 그 짐을 떠안게 되는 형국”이라며 지적했다.

그는 백신 폐기 방지 대책에 대해선 “미국은 지난달 29일 50대 이상, 유럽은 전날 80세 이상에 대해 4차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며 “우리나라도 고령층에 대한 4차 접종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해도 남을 물량이기에 북한 등에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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