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된 양천구 신월6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이미 투표된 용지를 받았다며 항의하고 있다. (제공: 심명철씨)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된 양천구 신월6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이미 투표된 용지를 받았다며 항의하고 있다. (제공: 심명철씨)

투표용지와 함께 받는 봉투서

이미 투표 완료된 용지 발견

‘투표함 대신 비닐봉투’도 논란

[천지일보=백은영·홍수영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된 양천구 신월6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에 나선 시민이 이미 기표된 용지를 받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천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투표소에는 확진자 투표 가능 시간인 오후 5시부터 투표를 하기 위해 모인 유권자들로 긴 줄을 이뤘다. 본지 기자 또한 확진자로서 사전투표를 하러 나간 투표소는 일반 유권자 투표소와 분리된 채 지하주차장 쪽에 임시 설치돼 있었다.

오후 6시가 가까워져도 좀처럼 투표가 진행되지 않는 가운데 한 유권자가 이미 기표된 용지가 든 봉투를 받았다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투표를 하러 온 확진자들은 기표용지와 함께 기표용지를 담는 봉투를 함께 제공받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들어 있는 봉투를 받은 것이다.

이날 사전투표에 임했던 심명철(38, 남)씨가 제공한 영상에 따르면 A씨는 “다른 사람이 투표한 용지를 주는 게 어딨냐”며 관계자들에게 거칠 게 항의했다. 아내 B씨는 “투표를 마치고 봉투에 용지를 접어서 넣으려고 했는데 봉투 안에 이미 도장이 찍혀져 있는 투표용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 부부는 “격리 해제되면 9일 다시 투표하겠다”며 자신들의 투표용지를 돌려달라고도 요구했다.

서울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는 이날부터 투표할 수 있다. 일반 유권자와는 동선을 다르게 해 겹치지 않게 하는 조치다.

이들은 방역당국의 외출 허용을 받아 5일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소에 도착해야 하며 일반 선거인과 동선이 분리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투표소에는 자물쇠가 채워진 투표함 대신 투명 비닐봉투에 담아야 했는데 이에 대한 불만과 항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코로나19 확진·격리자가 서울역 외부에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본인확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코로나19 확진·격리자가 서울역 외부에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본인확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5

이에 관계자는 “(확진자들이) 본인여부확인서를 작성하면 방호복을 입을 사무원들이 투표장소인 2층으로 가지고 올라가 투표용지를 출력한 후 다시 가지고 내려와 유권자에게 건네주는 방식”이라며 “이후 기표된 용지를 다시 사무원이 받아서 2층에 있는 투표함에 넣는 시스템이이다. 선관위에서 내려온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 밖에서 대기하며 기다리던 유권자들은 허술한 투표관리에 항의하면서 빨리 투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요구했고, 뒤늦게 2층에 있는 투표소로 자리를 옮겨 투표할 수 있었다.

심씨는 “투표시간에 맞춰 왔지만 대기 순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제가 투표하려고 하니 이미 출력된 제 투표용지가 사라졌다는 것”이라며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기다리다 그냥 가신 분들 것과 섞인 것 같다’고 말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투표용지가 남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저 말고 다른 한 분도 비슷한 문제로 뒤늦게 투표를 하게 됐으니 남는 투표용지가 몇 개가 되는지 알 수 없다”며 “투표함도 마련되지 않고 비닐봉투에 담아 이동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한 몸살에도 투표하러 나온 배준희(여)씨는 “저는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투표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데 기본도 안 되면서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공정하고 정당하게 뽑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 확진자들의 투표용지가 필요하다면 확진자에게 권리를 줄 수 있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투표함도 같이 마련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들이 확진된 상황에서 확진자에 대한 배려도 없이 투표를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성숙하지 못한 대응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전국의 확진자 사전투표소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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