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어전귀 대표가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어전귀 자전거 TM&S(토탈멀티샵)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한 뒤 자전거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어전귀 대표가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어전귀 자전거 TM&S(토탈멀티샵)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한 뒤 자전거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

어전귀 자전거 TM&S 대표

 

고층자전거 기네스 기록 세워

‘자전거의 신’ 등 수식어 붙어

스탠딩 3시간 30분 기록 보유

장애인 사이클 선수 5명 협찬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자전거의 안장 높이만 180cm 정도이고 올라타면 3m가 넘어 버스 지붕보다도 높습니다. 움직이는 물체에서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게 3m부터라고 하죠. 일반인들이 올라타면 아찔한데 전 아주 편합니다.”

고층자전거를 마치 신체의 일부인 듯 편하게 올라타고 내리며, 세상을 내려다보는 재미를 만끽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고층자전거 세계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어전귀 자전거 TM&S(토탈멀티샵) 대표다. 40여년째 고층자전거를 타고 있는 어 대표는 ㈔대한직장인자전거협회 중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자전거의 신(神), 자전거의 달인, 자전거의 명인 등의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그를 본지가 최근 인터뷰했다.

환갑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자전거 타기로 다져진 단단한 그의 몸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 대표는 1989년 한국기네스협회 한국진기록부산대회에서 자전거 4개 높이의 4단 자전거 혼자 타고 내리기, 말뚝 S자로 타기에 성공해 세계 기네스북에 올랐다. 또 3층과 5층 자전거 타기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영국 기네스북은 물론 미국과 아시아 기네스북에 모두 등재됐다.

◆1985년 ‘자전거 묘기’ BMX클럽 결성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어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차비를 아끼고,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고철과 병을 주워 모은 돈으로 자전거를 샀다. 18만원을 주고 당시 최고 수준의 자전거를 산 그는 17~18세가 되던 나이에 무전으로 혼자 전국 투어를 다녔다.

시간이 지나 20대 후반, 어 대표는 당시 자전거 붐을 일으킨 ‘새마을 사이클’에 뒤늦게 선수로 입문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그는 “각종 대회를 나갔지만 ‘대통령배 3위’를 한 게 최고의 기록이었다”며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자전거 묘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어 대표는 1985년 국내 최초로 다양한 자전거 묘기를 선보이는 BMX클럽을 결성했다. 그는 “그때는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어서 그냥 자전거를 좋아한다고 하면 회원으로 다 받아들였다”며 “많은 학생이 와서 같이 여의도광장에서 자체 개발을 하면서 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당시 월간 잡지에서 외국 선수들이 높은 자전거에다 돛대를 달고 타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고층자전거와 인연을 맺게 됐다는 게 어 대표의 설명이다.

◆“88올림픽 개막식 입장 불발에 恨”

어 대표는 1985년 임성훈씨와 왕영은씨가 진행하는 ‘전국은 지금’ 생방송에 첫 출현하게 된 것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섭외가 들어왔고, 각종 TV CF에도 출현하는 등 유명세를 크게 얻게 됐다. 그는 “그 당시에는 방송에 많이 나가다 보니 광화문이나 종로를 걸어 다니면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어 대표는 88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개막식에 고층자전거를 타고 입장하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삼천리 자전거로부터 제작된 고층자전거는 체인이 끊어지고 브레이크가 안 드는 등 불안정했다.

어 대표는 “고층자전거 제작에 실패하면서 조직위는 88올림픽 개막 6개월 전에 저를 자르고 대신 굴렁쇠를 채택했다”면서 “제가 올림픽에 한이 맺혀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후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기회가 주어질 뻔했으나 조직위 내부의 문제로 또 한 번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어전귀 TM&S 대표가 분신처럼 아끼는 ‘애마’ 3단 고층자전거를 타고 있다. 고층자전거에 앉았을 때의 높이는 사람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3m보다 더 높다. ⓒ천지일보 2022.3.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어전귀 TM&S 대표가 분신처럼 아끼는 ‘애마’ 3단 고층자전거를 타고 있다. 고층자전거에 앉았을 때의 높이는 사람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3m보다 더 높다. ⓒ천지일보 2022.3.1

◆고층자전거로 산길도 거뜬히 완주

고층자전거를 타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균형 감각이다. 어 대표의 균형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전거를 타고 제자리에 오래 서 있기(스탠딩) 분야에서 3시간 30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분신처럼 아끼는 ‘애마’인 3단 고층자전거를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3번 이상 타고 있다.

또한 어 대표는 각종 자전거 행사나 동호회 라이딩 때는 항상 선두에서 달린다. 국토종단과 전국 일주, 단체 해외투어 인솔도 도맡아 해왔다. 언제 어디서나 그가 있는 곳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어 대표의 도전하는 삶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일반 산악자전거로도 힘든 산길을 고층자전거로 완주한다. 그동안 어 대표는 고층자전거로 경기도 삼막사, 망해암, 수리산을 넘었고, 강원도 대관령, 배후령, 미시령을 완주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세계의 고봉들을 찾아서 해외 원정 등반을 했고,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도 있다.

◆2000년대 큰 교통사고로 시련

어 대표가 고층자전거에 앉았을 때 높이는 3m가 넘다 보니 아찔한 사고도 수없이 겪었다. 가로등, 육교, 간판, 고압 전선에 걸리고 심지어 봉고차, 택시 지붕, 트럭 위에 떨어지는 사고도 당했다.

그는 “한 번은 고층자전거를 타고 여의도광장에서 마포대교를 넘어가다가 쥐가 났다. 내릴 방법이 없어 옆에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많은 사람이 와서 잡아줘서 옆으로 사다리를 눕히듯이 눕혀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어 대표는 고층자전거를 탈 수 있는 후배를 양성하기 위해 한때 50여명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그는 “워낙 높이가 있어 떨어지면 부상이 컸다. 많이 다치고 해서 당시 부모님들에게 다치게 했다고 멱살을 붙잡히기도 했다”며 쓴웃음 지었다.

어 대표는 2000년대 출장을 가던 중 5톤 트럭이 덮치는 큰 사고로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기도 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평생 자전거를 못 탈거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꾸준한 운동과 산행, 마라톤 등으로 다행히 몸을 회복했다.

◆전국 자전거 판매왕 대상 수상

현재 어 대표는 경기도 안양에서 어전귀 자전거 TM&S를 운영하고 있다. 또 고층자전거와 40여 년을 함께해온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만든 어전귀 자전거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를 잘 타는 그이지만, 막상 자전거 판매점을 여니 기술력이 부족해 사업을 접을 뻔한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기술을 연마하고 노력한 끝에 어 대표는 2021년 위아위스 시상식에서 ‘전국 자전거 판매왕 대상(플래티늄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는 2006년부터 장애인 봉사와 협찬, 스폰서 연결도 해주며 ‘스폰서’ 회사를 통해 장애인 사이클 선수 5명을 협찬해 주고 있다. 또 어 대표는 2012년부터 환경부 국가 총괄 자문위원으로 직접 환경부 환경보존협회 자전거 길 17만 400km를 개발했고, 그 공로로 2014년 환경부 장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어전귀 대표가 아들 어준혁씨와 함께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어전귀 자전거 TM&S(토탈멀티샵)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어전귀 대표가 아들 어준혁씨와 함께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어전귀 자전거 TM&S(토탈멀티샵)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

◆아들과 성화봉송 주자로 뛴 이색 기록도

한편 이날 어 대표의 인터뷰 자리에는 아들 어준혁씨도 함께했다.

어 대표는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아들 어준혁씨와 함께 성화봉송에 참여하는 등 부자가 함께한 특별한 기록도 있다. 어준혁씨는 2017년 11월 울산삼산태화신협~굿모닝병원 200m 구간을, 어 대표는 2018년 2월 강릉 경포해변~운정삼거리 2.5km 구간을 성화봉송 주자로 참가했다.

특히 어준혁씨는 지난해 말 ‘2021년 대한민국 인재상’에 선정돼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인재상’은 창의와 열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교육부가 2008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 기사로 일하고 있는 어준혁씨는 젊은 나이에 ‘기능장 3관왕’을 이루고, 대학원(동아대)까지 병행, 자기개발에 타의 모범이 되며 기부 및 재능봉사를 실천하는 등 사회에 환원하는 배려의 자세를 갖춘 인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준혁씨는 “아무래도 아버지가 나이가 점점 들어가시다 보니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면서도 “아버지가 일반인의 허벅지에 비해 엄청 두꺼우셔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잘 타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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