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매타버스 시즌2 걸어서 민심속으로’ 일환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매타버스 시즌2 걸어서 민심속으로’ 일환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최근 연구 “노년층 16.1% 정치 유튜브 시청”

사용자 알고리즘에 맞는 영상 추천도 문제점

자극적인 썸네일에 영양가 없는 내용만 있어

2020 총선과 4.7 재보궐선거서 영향력 전무

“정치 유튜버와 거리 두는 게 선거에 도움”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5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정치 유튜버’ 문제에 대한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지지층의 결집에는 확실하게 도움이 되지만, 중도나 청년층 등 표심 확장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4.15 총선과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정치 유튜버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음이 증명된 상황에서 이번 대선은 정치 유튜버가 선거에 미치는 득실을 세 번째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보다 노년층 이용 많은 ‘정치 유튜브’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음악(24.3%)이었으며 예능(11.8%)·일상(10.4%)·게임(8.6%) 등이 뒤를 이었다. 정치·시사는 20대에서는 1.2%, 30대에서는 5.3%에 그쳤으며, 다만 60대 이상은 16.1%가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의 추천 영상 알고리즘은 평소 즐겨보는 콘텐츠와 유사한 내용이나 채널을 추천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정치 유튜브를 많이 시청하는 60대 이상은 알고리즘 시스템에 의해 비슷한 영상만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정치 유튜버의 구독자는 많고 조회 수 자체는 높게 나온다. 문제는 정치 편향성과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자료 팩트체크, 슈퍼챗 후원을 받기 위한 자극적인 내용 등이다. 실제 구독자나 조회 수가 높은 보수 유튜버들은 대부분 썸네일에 ‘○○○ 큰일 났다, 끝났다’ ‘○○○ 발칵 뒤집혔다’ ‘○○○ 결단에 난리 났다’ 등의 자극적인 글을 써 놨다. 반면 실제 내용은 신문 기사 몇 개를 모아놓고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더해 주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를 거의 하지 않고 편향된 정보만을 내보내는 실정이다.

진보 진영 유튜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은 자기 진영에 대한 무조건적 방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유흥업소 접대부 쥴리로 근무했었다는 의혹 제기, 오세훈 서울시장의 내곡동 땅 관련 당시 생태탕집 아들의 증언으로 의혹 제기 등의 논란이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내곡동 땅 의혹 제기는 사실상 실패하며 보궐선거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고 쥴리 의혹 역시 근거가 빈약한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대위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2.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대위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2.1.5

◆‘정치 유튜버’ 가까운 쪽은 선거 패배

정치 유튜버의 구독자와 조회수에 혹한 일부 정치인들은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고 인터뷰도 하는 등 이들과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이들과 가깝게 지내려 했던 쪽의 패배였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후보의 서울 종로 유세 일정에는 정치 유튜버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황 후보는 당 대표 시절부터 정치 유튜버들과 가깝게 지낸 편이다. 특히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의원실에서 유튜버들에게 입법보조원 자격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세력을 키워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황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에게 열세였었다. 하지만, 정치 유튜버들은 밑바닥 민심을 강조하며 “실제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황 전 대표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숨겨진 표가 많이 있다. 시중의 여론조사와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했지만, 총선 결과는 본인과 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후 황 전 대표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 유튜버들이 주장하고 있는 ‘2020년 총선은 민주당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철저하게 국민을 속이면서 치른 부정선거였다’는 이른바 ‘4.15 부정선거’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2차 컷오프에서 탈락, 최종 4인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경선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는 정치 유튜버를 멀리했던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이 승리하면서 정치 유튜버가 중도 외연 확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4.7 재보궐 선거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 단톡방은 일정 취재를 하려는 유튜버들과 신경전이 계속 이어졌다. 오 후보도 초반에는 몇몇 정치 유튜브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유튜브 출연에서 유도된 발언이 중도·합리적이고 외연 확장성이 높은 오 후보의 이미지를 추락시킨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 뒤로는 선을 긋고 본격적으로 거리를 뒀다.

반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현장 일정에는 반대로 정치 유튜버들이 들끓었다. 현장 일정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유튜버들의 질문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한 유튜버는 ‘시장이 되면 이명박·오세훈 때의 서울시 정책들을 확실하게 숙청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 후보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숙청’이라고요?”라고 되물었을 정도로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질문만 했었다.

[천지일보=박준성·남승우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같은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5
[천지일보=박준성·남승우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같은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5

◆이번 대선, 영향력 확인할 세 번째 기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항상 정치 유튜버들이 따라다니며 밀착 취재를 하고 있다. 현장 일정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기자들이 아닌 유튜버들에게도 질문 기회를 주고 있다. 당 차원에서 유튜버에게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공지를 내리긴 했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정치 유튜브를 주로 시청하는 60세 이상의 지지는 확고해지는 반면 중도층과 2030 세대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30 세대는 정치 유튜버들을 향해 ‘틀튜브(틀니+유튜브의 합성어로 보수 유튜버들을 조롱하는 단어)’라는 조롱 섞인 말까지 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탓으로 돌리는 등 중도‧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치 유튜버들과는 거리를 두면서 금융·경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에 출연하며 외연 확장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채널에는 윤 후보는 물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출연했다.

이 후보와 안 후보는 게임 유튜브 채널인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게임에 대한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초 이 채널에는 윤 후보도 출연하기로 했지만, 윤 후보 측에서 불참 의사를 밝히며 최종 무산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유튜버들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2020년 총선과 지난해 재보궐 선거의 교훈은 ‘정치 유튜버를 멀리하는 쪽이 이긴다’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4.7 재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참패한 것으로 예측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1.4.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4.7 재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참패한 것으로 예측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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