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태준 블랙샤인슈케어 대표는 “슈케어샵에는 신발을 의뢰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면서 “다만 말끔해진 신발을 받아들었을 때는 다들 비슷한 미소를 짓곤 한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2022.2.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태준 블랙샤인슈케어 대표는 “슈케어샵에는 신발을 의뢰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면서 “다만 말끔해진 신발을 받아들었을 때는 다들 비슷한 미소를 짓곤 한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2022.2.13

김태준 블랙샤인슈케어 대표

수선은 물론 ‘구두 커스텀’도

20대 때는 ‘벤츠 영업맨’으로

30대는 슈케어 전문가 ‘도약’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고 50만원이 넘는 구두를 저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그때는 신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구두가 2년도 못 갔지만 이젠 제가 사람들 구두를 수리하고 관리해주는 입장이 됐네요.”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서울 명동 거리, 구두수선 전문점 블랙샤인슈케어샵(블랙샤인)의 김태준(43, 남) 대표는 여느 때와 같이 가죽용 망치와 구두못을 이용해 묵묵히 누군가의 구두를 손보고 있었다.

김 대표는 “슈케어샵에는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이 담긴 구두와 부츠를 의뢰한다. 훼손 정도가 심한 것도 의뢰하는데 오게 된 사연은 각각 다르지만 말끔해진 신발을 받았을 때 손님들의 미소는 다들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블랙샤인은 ‘슈샤인’을 넘어 ‘슈케어전문샵’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통상 소규모 공방에선 굽을 갈거나 구두에 광을 내는 것에 그치지만, 블랙샤인은 낡고 망가진 가죽 구두·부츠를 수선하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외관을 변경하는 커스텀까지 수행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특히 구두를 신으실 때 고무로 된 뒷굽이 갈리다 못해 가죽으로 된 힐까지 손상시키는 경우가 있어, 힐을 통째로 교체하거나 밑창의 모양·종류를 바꾸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명동 소재의 슈케어 전문샵 블랙샤인슈케어샵 내부. ⓒ천지일보 2022.2.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명동 소재의 슈케어 전문샵 블랙샤인슈케어샵 내부. ⓒ천지일보 2022.2.13

◆日서 배운 기술로 ‘슈케어샵’ 오픈

김 대표는 과거 영업직으로서 구두를 즐겨 신던 본인이 슈케어샵 대표가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고 말했다.

20대 시절 김 대표의 첫 직장은 ‘벤츠’였다. 영업직이었던 그는 차량을 판매하는 일을 했는데 항상 구두와 정장을 입어야 했다. 그는 ‘영업맨의 자존심은 구두’라는 말이 있다며 당시 복장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첫 월급으로 ‘테스토니(a.testoni)’의 구두를 샀는데, 당시 50만원이 넘는 고가의 가죽 구두는 부담이 됐지만 ‘비싸니까 좋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고, 구두는 1년을 조금 넘기고 가죽이 터져버렸다.

김 대표는 그때를 떠올리며 “그 구두는 관리만 제대로 했다면 아직까지 신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구두였다”고 말했다.

이후 수년을 영업직으로 활동한 그였지만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2의 삶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고른 것은 음식점이었다.

김 대표는 “요리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을 고용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실수였다”며 “당시 결혼도 하고 아기도 있었는데 완전히 망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내 기술이 없다면 어떤 사업을 하든 굉장히 리스크가 크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후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일본 유학 시절 관심 있게 봤던 슈케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는 무일푼이었던 때라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아내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태준 대표가 고객에게 구두 수선과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2.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태준 대표가 고객에게 구두 수선과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2.13

김 대표가 일본에서 1년 동안 기술을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와 슈케어샵을 열었지만, 그에게 수입이 생기기까지는 2~3년이 걸렸다. 그는 “일은 혼자 했기에 인건비는 없었지만, 가게에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며 “2년 후에는 달에 50만원을 가져갔지만 이마저도 마이너스 통장을 채우기 급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슈케어샵에도 구두 애호가 위주로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수요도 늘어나 현재는 서울에만 3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회장님 구두, 의외로 평범”

김 대표는 슈케어샵을 운영하면서 여러 분야의 손님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누구나 알만한 그룹의 직원이 그룹 회장 구두를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 그는 “보통 회장님들의 구두는 낡고 오래된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일반인들도 흔히 신는 평범한 것들이 많다”며 “그렇게 낡지도, 닳지도 않은 채 오곤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근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아가씨’의 촬영진이 구두를 복원해 달라며 찾아온 일화도 있었다. 김 대표는 “어찌나 낡은 구두를 가져왔던지 완전 ‘폐급’이었다”며 “수선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배우 김민희씨가 신었던 장면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뢰받은 구두를 수선 중인 김태준 대표. 그는 “신발의 밑창을 바느질로 고정하는 ‘굿이어 웰트’ 공법을 사용하는 구두들이 있다”며 “이런 구두들은 만들기가 어려워 가격은 조금 비쌀 수 있지만, 밑창만 갈면 다시 새 신이 되며 반영구적으로 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2.2.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뢰받은 구두를 수선 중인 김태준 대표. 그는 “신발의 밑창을 바느질로 고정하는 ‘굿이어 웰트’ 공법을 사용하는 구두들이 있다”며 “이런 구두들은 만들기가 어려워 가격은 조금 비쌀 수 있지만, 밑창만 갈면 다시 새 신이 되며 반영구적으로 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2.2.13

◆“가죽은 시간 흐를수록 매력적”

김 대표는 가죽으로 만든 구두나 부츠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어 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신발의 밑창을 바느질로 고정하는 ‘굿이어 웰트’ 공법을 사용하는 구두들이 있다”며 “이런 구두들은 만들기가 어려워 가격은 조금 비쌀 수 있지만, 밑창만 갈면 다시 새 신이 되며 반영구적으로 신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죽은 시간이 흐르면 색이 조금 짙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에이징’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착용자의 발 모양에 맞게 변형된다”며 “이런 과정을 거친 신발은 운동화만큼 편하고 애착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요즘 나오는 신발은 대부분은 오래신지 못한다. 특히 시멘티드 슈즈(접착제로 밑창을 고정한 신발)는 구조상 밑창을 갈지 못해 오래 신기 어렵다”며 “가죽 구두나 부츠를 제대로 관리하면 가죽이 딱딱해지거나 터질 일도 없어 훨씬 오래 신을 수 있다. 본인에 맞게 에이징 된 부츠를 신어보고, 그 매력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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