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정한범 국방대 교수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이후 관심사가 되고 있는 종전선언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2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정한범 국방대 교수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이후 관심사가 되고 있는 종전선언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2

정한범 국방대학교 교수

 

“유엔사 문제 등과 관련 없어”

북한 호응엔 “글쎄… 지켜봐야”

“중국, 한반도 문제 관여할 것”

“한반도 도약 위한 중대한 시기”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한반도 ‘종전선언’이 연말 최대 이슈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한미 간 관련 협의가 막바지 단계라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는 데다 문 대통령이 호주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북한 모두 원칙적 찬성 입장이라는 내용을 언급하는 등 한반도 평화 시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실상 ‘한미 간 협의가 마무리 됐고 북한과의 조율 과정만 남았다’는 일각의 관측까지 제기된다.

◆정부, 종전선언 관련 전방위 외교

그간 우리 정부는 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유럽, 중남미까지 계기가 될 때마다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지지를 요청하는 등 종전선언을 고리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전방위 외교를 펼쳐왔다. 최근에는 한중 외교 사령탑 간 회담에서 중국 측의 지지도 얻어냈다.

물론 야권 등에서는 ‘실효성이 없다’ ‘시기상조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지만, 정한범 국방대학교 교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종전선언을 논란거리로 만들고 있는 그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직격했다.

정 교수는 1953년도 ‘정전협정’은 전쟁을 잠시 멈추자는 게 아닌 3개월 내 평화체제로 이행하자는 합의였다고 말했다. 지금은 당시 합의를 지키지 못한 상태일 뿐 평화체제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또 평화를 평화라고 말하지 못하고, 평화를 전쟁으로 얘기하는 모순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도 했다. 무슨 얘기냐면 누가 봐도 실질적으로 이미 전쟁이 끝났고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이들 반대 세력의 행태는 ‘굳이 전쟁 중’이라며 가정하는 우스운 꼴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세력은 야권과 보수 언론, 그리고 ‘일본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가치보다는 특히 대선 시기와 맞물려 향후 미칠 정치적 파급력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다만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가는 길목에서 미국이나 북한이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니 우선 전쟁이 종료됐음을 정치적으로라도 선포하자는 것”이라며 “더 이상 전쟁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선언하자는 건데 왜 논란이 돼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 세력이 반대 논리로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을 거론한다고 하니, 정 교수는 “유엔사 해체는 현 단계에서 다룰 수는 없다. 종전선언은 평화체제의 입구로 상정한 것이고, 유엔사는 평화체제가 된 다음에 논의할 이슈이기 때문”이라면서 “나아가 당사자인 유엔에서 판단할 사안이다. 또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 간의 문제다. 다른 나라가 왜 간섭하느냐. 주한미군은 종전선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뉴욕=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9월24일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뉴욕=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9월24일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종전선언, 북미대화 돌파구되나

대화 재개 조건에 대한 여전한 이견 속 북미 당국의 기존 입장의 반복은 양측 관계를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는 미국이나 체제 보장 등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내건 북한이나 어느 쪽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느냐’가 핵심인데, 정 교수는 결국 이 같은 지루한 싸움을 벗어나는 방법은 ‘신뢰구축’에 있다고 단언한다. 북한도 미국도 서로를 신뢰할 수 없으니 조건을 내세우며 자꾸 등을 떠미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이 소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교수는 종전선언은 북미 간 신뢰구축의 첫 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명목상이라도 전쟁이 종료됐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야 향후 협상이 재개됐을 때 서로 상대방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절충해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강조점이다.

그러면서 “북미 간 이견은 비핵화든 체제보장이든 ‘너희가 먼저 하라’라는 건데, 논리적으로 비핵화 우선은 말이 안된다”면서 “비핵화는 했는데, 체제보장을 안해 주면 어떻게 하느냐.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에서 총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관건은 역시 북한이 호응하고 나설지 여부다. 정 교수는 “반대급부가 수반되지 않는 종전선언 카드는 사실 북한 입장에선 만족스럽진 않을 것”이라며 “만일 받아들인다면 핵물질 농축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작금의 상황에서 핵 동결, 즉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정도가 거래 수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일단 한미 간 협의된 것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의 북한 관여 등 역할론에 대해 물으니, 정 교수는 “북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이면서 미국과도 협상의 당사자”라면서 “어떤 방식이 될지 알 순 없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비켜서 있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은 분명한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국이 당사자로 들어서면 문제가 다소 복잡해질 여지는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지 속 꽉막힌 남북‧북미 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인데, 실제 원하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일 종전선언이 된다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도 정점을 찍을 수 있는 한편 내년 대선판도 요동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PG).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PG). (출처: 연합뉴스)

◆2천년대 美유학… 국제정치 전문가 길 계기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된 국가라는 현실이라면 특히 국제 정치학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역학관계에 대한 연구와 분석은 정부의 대외정책을 견인하고 아울러 일반 시민에게는 관련 문제에 대한 이해와 사고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교수는 국제관계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안보 분야 등 실무자들과의 접촉면도 넓어 이론과 실제에 두루 밝다. 이런 연유로 유명세가 있어서인지 각종 방송출연 등 섭외도 잦다. 인터뷰를 한 당일에도 방송사의 인터뷰까지 잡혀 있어 빠듯하게 시간을 맞춰 겨우 진행했다.

현재는 운명이 된 ‘국제정치 전문가’라는 타이틀 덕분에 ‘정한범’이라는 그의 이름도 관심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아내와 함께 2000년대 초반 유학을 떠나 미국 켄터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려대를 잠시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약 10년째 재직하고 있다. 국방대는 국가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학교이면서 국민의 기대감도 커 사명감이 남다르다고 한다.

연구실에 가서 보니 국제정치 관련 서적이 서고(書庫) 곳곳에 비치돼 있다. 직접 기술한 ‘2019 동아시아 전략평가’라는 책도 읽어보라고 내어준다.

“국제정치학은 ‘국가 간 전쟁이냐 평화냐’ ‘전쟁을 피할 수 있느냐’ 등 안보문제, 또 하나는 정치‧경제 부문으로 분류된 학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포괄안보라고 해서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까지 모두 포괄해서 다룬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술경쟁이 안보의 핵심이 됐다. 굳이 나눌 수는 있다.”

국제정치 전문가라니 문득 떠오른 질문에 답변한 정 교수는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현실 속 한반도 상황을 주목했다.

한반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느냐’ ‘위기에 처하느냐’의 문제로 중차대한 시기라는 것인데, 국제사회의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에서 이전엔 숙명으로 여겨졌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발현할지, 주변국의 러브콜을 받는 등 되려 지정학적 요인이 비상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가 달려있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국력이 갖춰진 만큼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어떤 국가와도 갈등을 빚지 않은 선에서 관련국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정한범 국방대 교수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이후 관심사가 되고 있는 종전선언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2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정한범 국방대 교수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이후 관심사가 되고 있는 종전선언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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