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도 1-1 청자 투각 칠보문 향로(靑磁 透刻 七寶文 香爐)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28
도 1-1 청자 투각 칠보문 향로(靑磁 透刻 七寶文 香爐)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28

 

무량보주, 원으로 표현된 보주들이 중첩된 모양

보주에서 일체의 조형예술품이 나와

고려장인들 향로에 고차원 사상 표

중국 송대의 청자를 몇 점 살펴보았으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려청자가 여러모로 출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청자로 다시 돌아가서 용어 문제로 인해 얼마나 우리가 고려청자를 잘못 알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중국인들이 고려청자를 천하제일이라고 상찬한 것은 헛말이 아니다. 천하제일이라고 말한 것은 요즘 말로 하면 세계 제일이라는 말이다. 논리적으로 말하면 고려청자가 ‘천하제일’이라고 하면, 그것을 만든 고려의 후예인 우리 민족이 천하제일이어야 하며, 따라서 어찌하여 천하제일인지 밝혀낸 학자도 천하제일이어야 하고 세계 제일이어야 한다.

그런데 고려청자에 대한 연구 성과는 오류가 너무 많아서 필자가 엄격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연재 25회에 이르기까지 도자기가 한갓 그릇이 아니요, 만병이며 보주임을 누차 증명하며 도자기의 본질을 세계 최초로 다루어 보았다.

도자기의 본질을 모르고 어떻게 도자기를 연구할 수 있단 말인가. 전 세계의 도자기 전공자들은 연구 경향이 같아서 이제는 더이상 연구할 주제를 찾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오랫동안 연구해오면서 필자가 마침내 도자기의 본질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리고 본질을 다루고 보니 과거의 연구 성과에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 알게 되어 우선 용어들부터 그 많은 오류를 지적하고자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며 국보 제95호인 ‘무량보주 향로’를 학계에서는 ‘칠보 무늬 향로’, 한자로는 ‘청자 투각 칠보문 향로(靑磁 透刻 七寶文 香爐)’로 불리고 있다(12세가, 높이 15. 3센티미터, 도 1-1). 그렇다면 그 향로의 본질은 투각한 무량보주에 있는데 칠보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부르니 향로의 본질을 도저히 알 수 없다(도 1-2).

필자의 원래 주 전공이 불상인지라 무량보주 자리에 불상을 두면 영락없이 불상이 연화대좌 위에 계신 모습이 됨을 알았고, 이미 여래와 보살이 우선 그 얼굴이 보주로 표현되었음을 증명한 바 있어서 이 향로의 중요성을 이미 간파한 바 있다. 그러므로 무량보주는 곧 여래나 보살과 같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칠보라는 명칭은 어디에서 왔을까. 칠보문이란 용어를 만든 사람들은 일본 학자들이었고, 우리는 일본 용어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일본문화 식민지의 상태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칠보란 무엇인가. 칠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 금속 등의 재료에 유리질을 녹여 붙이는 과정을 거쳐 장식하는 공예품을 말하는데, 이때 부식을 방지하고 강도를 더해주어 마치 일곱 가지 보물(金·銀·瑠璃·玻璃·硨磲·赤珠·瑪瑙)과 같은 색상이 난다고 하여 ‘칠보’라 한다. 둘째, 경전에 따라 그 종류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무량수경》이나 《묘법연법연화경》에서 말하는 것보다 《아미타경》에서 말하는 7가지 보석, 즉 금·은·청옥·수정·진주·마노·호박을 가리킨다. 극락에 있는 연못과 그 주변은 이들 7가지 보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한편 전륜성왕이 갖고 있는 칠보는 나라를 통치를 하는 데 필요한 것들로서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여의주보(如意珠寶)·여보(女寶)·장보(將寶)·주장신보(主藏臣寶)를 이른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전자의 의미로 쓰고 있다. 어쨌든 보주라 하더라도 보석으로 모두 알고 있으니 어느 경우든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도 1-2, 도 1-3, 도 1-4, 도 1-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28
도 1-2, 도 1-3, 도 1-4, 도 1-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28

이 무량보주 투각 향로는 곧 밝혀지겠지만 불교미술 내지 불교사상에서 최고의 상징을 띠고 있어서 이런 걸작이 탄생한 것이다. 모두가 그 아름다운 표현과 정교한 기법에 찬탄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그 상징을 알지 못하면 고려 장인에게 얼마나 큰 죄를 짓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보주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원래 여의보주이지만 보주라고 쓰려고 한다. 보주의 실상을 처음 밝힌 학자는 세계에서 필자가 최초이고 이 도자기 연재도 실은 보주의 실상을 밝히려고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투각 무량보주란 무엇인가? 원으로 표현된 보주들이 중첩된 모양을 투각한 것은 중국과 한국을 통틀어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금속으로는 더러 있어도 자기로 표현한 것이 이 고려청자 투각향로가 유일할 것이다. 이처럼 투각하여 둥글게 만든 무량보주를 설명하기 위하여 평면적으로 펼쳐보며 설명하려고 한다(도 1-3).

이 문양을 설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지만 시도해 보겠다. 학계서는 꽃잎들이 네 개 모인 것이라 하여 사엽화문(四葉花文)이라 부르기도 한다(도 1-4).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문양은 둥근 보주가 여러 개 중첩하면서 전개된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도 1-5). 매우 붉은 색을 띤 부분은 중첩된 부분인데 결국 모든 부분이 중첩되어 있는 셈이다. 이것을 향로에서처럼 둥근 구형으로 투각하여 만든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그런 만큼 상징성이 클 것이다. 마치 보주 안에 수많은 보주들이 중중무진(重重無盡)으로 포함되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보주의 실상을 지금까지 단계적으로 설명하여 온 만큼, 보주를 새롭게 인식하고 계시다면 필자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28
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28

그러면 이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품이 바로 리움미술관 소장 ‘고려청자 양각운룡문 매병’이다(도 2-1). 보물 1385호이며 높이는 40.0센티미터로 크기로 보나 정교한 양각 솜씨나 아름다운 청자색으로 보아 고려청자들 가운데 대표적 걸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 낮은 양각이나 음각으로 은은하게 표현하여 곧 알아보기 어려우나 두 용이 물에서 솟구치는데 그 사이에 보주가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잘 안 보여 확대하여 보니 놀라운 조형들이 보이지 않는가. 보주 안에 무량한 보주들이 들어있고 전체적으로 태극문양이 있지 않는가. 작은 보주의 조형을 분석해서 전개과정을 밟아보기로 한다. 첫 단계는 단순한 보주에서 영기문이 나오는 형태이다(도 2-2).

그다음 단계는 태극이 보주가 됨을 보여준다(도 2-3). 그러나 필자의 이론으로는 태극이라기보다 면으로 된 제1영기싹이 순환하는 형태이다. 그다음 단계는 보주 안에 무량한 보주들이 중중무진으로 들어있는 형태로 바로 무량보주 투각 향로의 무량보주들을 펼쳐 보인 것과 같은 형태이다(도 2-4). 그다음 태극과 무량보주가 겹친 형태다(도 2-5). 그러니까 이 네 가지 단계는 각각 모두 같은 값의 보주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종합하여 고려청자에 표현하여 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도 2-2, 도 2-3, 도 2-4, 도 2-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28
도 2-2, 도 2-3, 도 2-4, 도 2-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28

이에 이르러 필자가 왜 그토록 보주의 본질을 그처럼 추구하기를 치열하게 해왔는지 알 수 있다. 여래는 무량보주이다. 얼굴뿐만 아니라 손과 발을 보주처럼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온몸에 걸친 법의에 온통 갖가지 다른 보주들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 보주는 필자가 찾은 조형언어의 네 가지 음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보주에서 제1, 제2, 제3영가싹 영기문이 모두 나온다는 것은 일체의 조형예술품이 나온다는 놀라운 진리를 보여준다. 조형언어는 문자언어가 전해주는 진리와 다른 방법으로 더 본질인 진리를 역동적으로 웅변해 주고 있음을 알았다.

여래나 보살의 볼록한 정수리에서 보주가 나오고 그 보주에서 양쪽으로 영기문이 뻗어나가는데, 이것은 여래는 무량보주이므로 가능한 모습이다. 그런데 여래나 보살이 앉는 자리에 향로에서는 무량보주가 투각되어 그 투각한 무량보주에서 향연이 피어오르는 모습과 똑같다. 그러니 고려 장인들이 향로를 통해 고차원의 사상을 표현한 것은 참으로 슬기롭기 짝이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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