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고려 수도 개성에서 출토된 중국 자기
중국에서 발견된 것 보다 더 감동적
雷文으로 불리는 것 제1영기싹 의미

뒤돌아보면 필자가 문양에 관해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에 필자는 도서관에서 세계미술 전집을 열심히 펼쳐 보며 르네상스 미술에 열광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그리스의 도기 항아리에 그려진 ‘卍’ 표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많이 보아온 그 표현이 어찌 그리스에도 그리 많단 말인가. 대학 시절을 자유분방하게 지냈던 그 시절에는 관심 분야도 넓었고, 의문이 많았고 호기심도 컸었다. 서양과 동양의 것은 그 조형과 상징이 똑같다는 것을 요즘 알게 되었다.

28세 때부터 고려청자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에 관심을 가졌었다. 햇수를 기억하는 까닭은 1968년 겨울에 처음으로 강진 관요 발굴에 참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논둑에서 주운 천년 동안 진흙에 묻혔던 영롱한 청자 파편에 단순한 기하학적 무늬 띠가 새겨져 있었으며 그때부터 그 문양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러 분명하게 풀어내게 되었다.

35세 때 일본 연수의 기회가 왔으며, 그때 일본에서는 문양에 관한 서적이 여럿 있어서 주섬주섬 구입하여 공부한 적이 있었으며, 마침내 고구려 벽화에서 압도적 위상을 지닌 문양들을 해독한 이래 세계의 문양들로 확장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젊은 청년은 고려청자에 왜 이런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져 있을까 깊은 의문을 가졌었다. 그때의 상황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발굴을 끝내고 저녁에 따뜻한 온돌에 누어 상념에 빠져들었다. 그런 문양을 번개문양, 즉 뇌문(雷文)이라고 불리고 있었는데 왜 이런 번개 문양이 청자에 베풀어졌는지, 이런 문양이 왜 번개 문양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문양이 고려청자뿐만 아니라 북송 청자나 금나라 백자에도 있으니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런지 50여 년 후에 비로소 그것이 뇌문이 아니고 제1영기싹임를 알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비록 그릇 가장자리에 둘려져 있어서 지나치기 쉽지만 중대한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릇의 중요 문양들은 물론 그 당시에는 현실에서 본 것으로 바라보았다. 도자기 전공자들은 그렇게 지금도 알고 있지만, 최근 20여 년 동안 학문적 변화가 일어난 이래 예술의 모든 장르에 변혁이 일어났다. 도자기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먼저 금나라 백자를 살펴보자. 1115년 세워져 1234년에 멸망한 여진족이 북송을 밀어내고 동아시아에 세운 나라가 금나라인데, 몽골과 남송의 연합으로 금나라가 1234년 멸망했다. 그런 배경을 가진 금나라이니 북송의 문화를 바탕으로 지니고 있으므로 북송이 멸망했다고 해도 문화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매우 질 좋은 자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도 1-2와 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6
도 1-2와 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6

백자인화 화당초문 대접{白瓷印花 纏枝花文碗}을 살펴보기로 하자(도 1-1, 1-2). {12세기,중국 월요 越窯, 개성출토, 높이 12.2센티미터, 입지름 20.2센티미터} 도록에는 한글로 쓴 명칭과 한자로 쓴 명칭이 각각 달라서 그대로 옮겨둔다.

학계에서는 꽃가지들을 묶은 당초문양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무엇인지 모르면 아무 말이나 만들어 쓰고 있다. 분명히 꽃 당초문은 아니다. 용어라는 것은 조형의 핵심을 취하여 이름 지어야 하거늘 무책임하게 가볍게 짓고 있다. 도자기의 문양에는 당초문 용어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그 용어들 일체가 오류임을 이미 이 연재를 정독한 분들은 알고 계실 것이다.

그 수많은 여러 가지 당초문이 단지 덩굴무늬가 아니고 영기문임을 알게 되면 도자기의 본질이 비로소 드러남을 알 것이다. 그런데 백자의 이 문양은 압인하여 만들었기도 했지만 전체가 흰색이어서 문양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으므로 채색분석해 보아야 한다.

접시 가득히 표현한 문양은 당초문도 아니고 매우 복잡하여 무엇이라 이름 짓기 어렵다. 그러나 채색분석해 보면 시작과 끝이 있는 질서정연한 영기문임을 알 수 있다. 필자가 기적적으로 찾아낸 조형언어의 4가지 음소, 즉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그리고 보주 등으로 이루어진 만물생성의 근원인 가장 강력한 영기문들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자리에는 이른 바 번개무늬라는 직선적 무늬가 둘려지고 있다(도 2-1).

중심의 둥근 원은 접시의 편평한 바닥에 해당하는데 원 안에 있는 문양은 매우 강력하다. 즉 꽃모양이 있고 중심에 다섯 개 붉은 둥근 점들은 무량보주를 상징하는데 두 곳에 배치하고 있다. 비록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가장 강력한 보주여서 접시 중심에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 갈래 잎들에서 수많은 제1영기싹 영기문이 여러 개 뻗어 나오고 있다. 두 개의 작은 보주에서도 갖가지 제1영기싹들이 뻗어나가고 있다, 즉 중심의 둥근 보주 안에 강력한 영기문들을 압축하여 밀집시키고 있는 셈이다. 

도 2-1과 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6
도 2-1과 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6

그 밖의 넓은 공간에 매우 복잡한 영기문들이 순환하고 있다. 시작점은 화살표한 빨간색으로 잠정적으로 삼았다(도 2-1의 화살표를 보기 바란다). 거기서부터 제1영기싹이 연이어 전개하여 가는데 4개의 큰 영화된 꽃, 즉 영화(靈花)를 피어가며 아래로 향해 왼쪽으로 순환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필자가 찾아낸 4개의 음소인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그리고 보주(매우 큰 영화가 곧 보주를 상징하고 있다) 등이 절묘하게 이어져서 전개하고 있다. 이 문양을 채색분석하면서 필자의 이론인 영기화생론과 채색분석이란 방법론이 틀림없이 올바르고 보편성을 띠고 있음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이 복잡한 영기문을 단순화시켜보았다(도 2-2). 과연 4가지 음소로 귀일하여 전개되는 놀라운 영기문이 아닌가. 이런 강력한 영기문이 만병이란 접시에서 솟아나고 있다. 항아리 모양에서만 솟구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접시도 만병이므로 이런 강력한 영기문이 솟구쳐 나올 수 있다.

문양은 대개 곡선적으로 표현하지만 그릇 가장자리 좁은 무늬 띠에는 직선으로 된 문양이 새겨져 있으나 그저 장식적인 것이 아니라 가장 근원적인 문양을 표현하고 있음도 알았다. 그 직선적인 이른바 번개문양을 곡선으로 바꾸면 바로 제1영기싹이 된다. 그러니 번개문양이 아님을 반증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테두리의 그런 만물생성의 근원인 제1영기싹으로부터 그릇이 화생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았을 때 이제 대중에게 이 진리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기 시작하여 현재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부터는 문양의 명칭도 함께 다룰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세계의 도자기 연구자들이 쓰고 있는 문양의 명칭은 100% 틀렸다는 것을 감히 선언하며 동시에 왜 그런지 증명해 보일 것이다. 용어들이 모두 틀렸다는 것은 도자기에 대한 지식도 모두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 3-2와 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6
도 3-2와 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6

그다음 북송의 청자 타구를 살펴보자(도 3-1, 3-2). <청자 연판문 唾壺>, 침 뱉는 항아리 즉 청자각화 연판문 타호{11세기, 중국 월요越窯. 개성 출토, 높이 12.2센티, 구경 20.2 양각}를 채색분석해보면 역시 학계에서 연화당초문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 세상에 이런 연꽃과 연잎은 없다(도 4-1).

크게 변화시켜서 연꽃 모양도 변형시키고 양쪽으로 제3영기싹이 발산하고 있다.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잘 아는 꽃이나 잎에서 필자가 찾아낸 제1영기싹이나 제1영기싹, 혹은 제3영기싹이 발산한다는 조형을 볼 때, 그 현실의 꽃이나 잎은 이미 현실의 꽃과 잎과는 차원이 다른 영화된 꽃과 잎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실제의 꽃이나 잎에서는 양쪽으로 발산하는 그런 영기문이 있을리 없다. 게다가 연꽃이나 연잎도 크게 변형시켜서 현실의 연잎과 크게 다르게 표현했지만 사람들은 현실의 연꽃이나 연잎을 보고 있다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도 4-1과 도 4-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6
도 4-1과 도 4-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2.6

줄기에는 면으로 된 갖가지 제1영기싹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것을 단순화시키면 ‘연이는 제1영기싹’으로 귀결한다(도 4-2 위의 것). 둥글게 전개시키던 것을 좌우로 펼쳐보면 가장 기본적인 연이은 영기싹 영기문이 된다(도 4-2 아래의 것).

이상 두 작품은 북송과 금나라 때 만들어졌지만 역시 같은 월요(越窯)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특히 금나라 때 만들어진 백자의 문양들은 필자가 찾아낸 조형언어의 모든 음소가 총동원되어 현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이에 이르러 필자의 영기화생론과 채색분석을 통하지 않으면 세계의 도자기의 참된 모습은 결코 영원히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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