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 프로그램 피해자 윤영일(가명, 23세, 남, 제주도)씨가 5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월 30일~2월 3일 발생한 강제 개종 피해 정황을 증언하고 있다. (제공: 신천지 예수교회) ⓒ천지일보 2022.2.5
강제개종 프로그램 피해자 윤영일(가명, 23세, 남, 제주도)씨가 5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월 30일~2월 3일 발생한 강제개종 피해 정황을 증언하고 있다. (제공: 신천지 예수교회) ⓒ천지일보 2022.2.5

가족들, 피해자 속여서 안산행
설 연휴 기간 3일까지 감금돼
5일간 자물쇠 달린 원룸 생활

 

“강제개종 목사의 사주 받아”
“친구 같던 부모 돌변해 무서워”
전문가 “강제개종, 명백한 범죄”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김민희 수습기자] “강제개종 목사들이 부모님을 앞세워서 뒤에서 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 휴대폰이 아니라 아예 다른 휴대폰 하나 구해서 이렇게 소통할 정도로 치밀하게 할 거면 그게 법적으로 정말 문제가 안 된다면 그냥 아예 대놓고 당당하게 하라는 거죠.”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에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소위 이단으로 지정한 특정 교단 신자라는 이유로 강제로 개종을 강요당하는 강제개종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사업은 이단상담사라 불리는 개종목자가 해당 교인의 가족, 친척 등을 동원해 불법적 수단으로 납치하고 감금해 신천지 등 신종교 신도를 대상으로 기성 개신교로 개종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3일까지 안산의 한 원룸에 5일간 감금돼 강제개종을 당하다 가까스로 탈출한 윤영일(가명, 23, 남, 제주도)씨도 강제개종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강제개종 프로그램의 피해자인 윤씨는 5일 경기도 안산 모처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강제개종 목사의 사주로 인해 친구 같이 친밀했던 부모가 이제는 너무 무섭고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이 두렵고 심리적으로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또한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가운데 부모 모두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간 원룸을 빌리며 강제개종에 상당한 비용까지 지불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제 부모님은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분들인데 (이번 강제개종에서는)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지시를 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또 모르는 사람을 동원해 저를 감시할 정도로 억압된 환경 속에 있다 보니 저는 심리적으로 너무 괴로웠습니다. 차라리 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했고, 정신병원에 가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올해 1월 군대를 전역한 윤씨는 설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 댁에 가던 길이었다. 하지만 공항에 마중 나온 이모부의 차를 타고 가족들과 이동한 윤씨가 도착한 곳은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한 원룸이었다.

윤씨는 부모가 “네가 신천지 교회에 다니는 거 알고 있다. 우리가 월세를 내고 원룸을 한 달간 빌렸다. 엄마, 아빠는 직장도 그만뒀고, 네가 개종교육(강제개종 강요 프로그램)을 받는다는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끝까지 다 들어야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강제개종 목자는 개종 프로그램 동의서에 부모를 통해 윤씨가 사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이전에 발생했던 강제개종과 동일한 패턴이었다.

강제개종을 주도하는 개종목사는 직접적으로 피해자에게 폭행, 납치, 감금 등에 가담하지 않았다. 그간 강제개종을 받았던 피해자들에 따르면 개종목사는 뒤에서 가족들이 이 같은 불법적인 행위를 하도록 교사하고, 방조했다. 특히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상담 동의서’를 가족들에게 받아오라고 시키는 것이었다. 이후 감금하고, 동의서에 사인하게 하기 위해 회유책부터 폭행 폭언을 하는 등 인권을 유린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강제개종 프로그램 동의서. 강제개종목사는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상담 동의서’를 작성하게 시킨다. 윤씨는 강제개종목사의 지시에 따라 5번 항목을 자필로 추가했다. (제공: 신천지 예수교회) ⓒ천지일보 2022.2.5
강제개종 프로그램 동의서. 강제개종목사는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상담 동의서’를 작성하게 시킨다. 윤씨는 강제개종목사의 지시에 따라 5번 항목을 자필로 추가했다. (제공: 신천지 예수교회) ⓒ천지일보 2022.2.5

윤씨의 증언에 따르면 강제개종을 위해 마련된 원룸의 창문은 못질이 돼 있었으며 현관문은 자물쇠로 잠궈서 안에서 비밀번호를 알아야 열 수 있게 장치해뒀다. 윤씨의 부모는 기존 사례에서 개종 프로그램을 받다 5층에서 뛰어내린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원룸을 1층으로 구했으며 윤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부모님과 형 등 세 사람이 윤씨 곁을 계속 감시했다.

윤씨는 한 번은 기회를 틈타 반팔 차림에 신발도 신지 않고 마스크도 안 낀 채 원룸을 탈출해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편의점 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내 윤씨의 부모가 윤씨를 뒤따라왔다. 편의점 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윤씨는 부모님이 법적 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감금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경찰을 돌려보냈다.

이를 통해 부모님의 신뢰를 얻은 윤씨는 핸드폰도 조금씩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제개종 상담사로부터 개종 프로그램을 이틀간 받아야 했다. 이후 개종 장소를 서울로 이동하려던 때 윤씨는 경찰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감금돼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현장에 출동해 윤씨의 증언을 들은 경찰은 “윤씨에게 장애가 있거나 어디가 불편한 것도 아닌 성인”이라며 “윤씨가 하는 말이 논리에 안 맞는 것도 아니고 맞는 말을 하는데 이렇게 감금하면 안 된다. 아들이 말을 충분히 잘하는데 걱정할 것 없다”며 윤씨의 부모를 안정시켰다. 덕분에 윤씨는 개종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윤씨는 감금된 상황에서 느꼈던 심리적 괴로움을 호소했다. 윤씨는 “친구 같은 엄마, 친구 같은 아빠라고 말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가족으로부터 감금을) 당하니까 너무 무서웠다”며 “엄마 아빠를 믿고 살아왔는데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가족들에 의해 원룸에 감금된 동안 심장이 두근거리고 냉장고 여는 소리에도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다만 윤씨는 이처럼 강제개종에 대한 반감을 인터뷰 과정에서 표출했음에도, 부모님이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윤씨는 부모님을 사주한 강제개종 사업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씨가 끌려간 원룸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인 안산 상록교회 담임 진용식 목사가 운영하는 강제개종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교회 인근에 위치한다. 진 목사는 대표적인 강제개종 목사로 알려져 있다. 진 목사는 강제개종을 하면서 피해자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집어넣은 혐의로 진행된 소송에서 지난 2008년 10월 23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관련 조사 과정에서 10억원 이상의 수익이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진 목사는 기성교단에서 이단시하는 안식교 출신이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강제개종으로 인해 정신적육체적사회적으로 무수히 많은 피해를 받아왔다. 더 이상 이런 인권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강제개종의 불법적인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강피연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강제개종 피해자는 총 1725명으로 집계됐으며 2012년까지 연간 100명 이하였던 피해자는 2013년 151명 이후 꾸준히 100명대를 넘겼다. 2020년에는 180건으로 증가했다.

2007년 김선화씨, 2018년 구지인씨가 강제개종 과정에서 사망했지만 이에 대한 처벌과 대책은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가족들을 동원해 이뤄지고 있는 강제개종은 경찰로부터는 가정문제로 치부됐고, 종교적으로는 국내 기득권을 행사하는 특정종교에 의해 ‘이단상담’이라는 표현으로 정당화되는 상황이다.

법조 전문가는 강제개종이 명백한 범법행위라고 꼬집었다. 소극적인 신고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자체가 법의 평등 적용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강제적으로 개종을 요구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강요죄, 감금죄, 납치유괴죄 등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의 관계라해도 관계없다”며 “나머지 행위에 대해선 가정폭력에관한특별법 등이 있다. 형사처벌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다만 김 교수는 “보통 가족이 처벌받는 것을 꺼리니 신고나 고소를 안 한다”며 “친고죄가 아니라서 누군가 제3자가 고발하면 거기에 대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사기관이나 전례를 보면 종교문제와 관련해서는 소극적인 이유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강제개종이 지금까지 해결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강제개종을 사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목사에 대해서는 “강제개종과 연관이 돼 있다면 강제개종 목사도 공범이 된다”며 “교사를 했다면 교사범, 사주를 한 경우 교사범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교문제로 가능한한 처벌을 안 하려 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소극적인 것”이라며 “법적으로 보면 누구나 동일하게 적용을 해야 한다.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 종교인이라고 해서 달리 적용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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