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의해 부산 수영구 한 오피스텔에 19일간 감금돼 개종을 강요받다 경찰의 구조로 탈출한 선영민(가명, 27, 남)씨가 지난 16일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8
부모에 의해 부산 수영구 한 오피스텔에 19일간 감금돼 개종을 강요받다 경찰의 구조로 탈출한 선영민(가명, 27, 남)씨가 지난 16일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8

[천지일보=임혜지, 윤선영 기자] “제가 잘못한 게 뭐가 있어서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시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냥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답답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예수교회)을 다닌다는 이유로 부모에 의해 19일간 감금돼 개종을 강요받다 구출된 선영민(가명, 27, 남)씨는 16일 천지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앞서 선씨는 지난 11일 부산 수영구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과 119구조대원에 의해 구출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살려주세요”라는 선씨의 다급한 외침을 듣고 그가 있던 원룸의 문을 강제 개방해 선씨를 구출했다.

그는 이후 다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감금한 주체가 바로 다름 아닌 부모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구출된 후 자신을 강제 감금한 부모에게 접근금지신청을 요청하는 등 감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다시 감금될지 모른단 두려움에서다. 경찰은 현장에서 선씨 부모와 이단상담소 상담사 등 3명을 경찰서로 연행했으며 감금죄 여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5월 24일 목요일 밤 11시였어요. 일정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려고 문을 열자마자 부모님께서 나오시면서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 병원으로 같이 가보자’고 해서 아파트 지하에 주차돼있던 삼촌 차에 탔죠. 삼촌이 운전을 하시고 큰이모부까지 계셨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다 같이 가는 거구나’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나는 너가 신천지인 것을 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때서야 ‘아, 내가 지금 개종 프로그램에 끌려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직감했어요.”

평소 잘 지내던 가족들이 한순간에 돌변하자 선씨는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신천지 교회를 다니면서 오해했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고칠 테니까 이런 행동을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는데도 전혀 통하질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부산 수영구 한 오피스텔에 감금돼 있던 선영민씨를 구출하기 위해 119구조대와 경찰이 원룸의 문을 개방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6.18
지난 11일 부산 수영구 한 오피스텔에 감금돼 있던 선영민씨를 구출하기 위해 119구조대와 경찰이 원룸의 문을 개방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6.18

개종 장소에 대해 그는 마치 ‘감옥’ 같았다고 증언했다. 도어락 위에는 자물쇠가 설치돼 있어 열쇠가 없인 나갈 수 없었고, 창문은 테이프로 감겨 있어 문을 열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선씨는 “혹시라도 창문을 통해 구조요청을 할까 봐 막아 놓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등 연락수단 역시 전부 압수당했다. 

“진짜 개종만큼은 받고 싶지 않다” “이건 옳지 않은 방법이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선씨에게 개종 프로그램을 받을 것을 강요했다. 압박은 점점 더 강해졌고 선씨는 결국 개종 프로그램을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듯이 부산 유명 개신교 단체 소속 이단상담가라는 B씨가 찾아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개종 동의서였다.

“만약 신천지에서 하나라도 잘못된 게 있으면 탈퇴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그게 너무 신경이 쓰였던 게 신천지 교회 신앙을 어떤 이유에서든 못 하게 하려는 의도로 작성된 것 같은 느낌이어서 불쾌했습니다.”

100% 진리로만 가려보자던 개종 프로그램은 결국 신천지 교회에 대한 혐오와 비하로 이어졌다. 신천지 교회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까지도 쏟아졌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라곤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선씨를 가장 괴롭게 한 것도 바로 이러한 부분들이었다. 

6월 11일, 개종 프로그램을 받던 중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은 선씨는 자동적으로 “살려달라”고 외쳤다. 상담사와 선씨 부모는 ‘나를 죽이고 지나가라’ ‘우리 죽는 걸 보고싶냐’ ‘듣고 나가라’ 등 극단적인 말로 선씨의 탈출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러던 중 경찰이 들어왔다. 선씨는 경찰에게 자신이 납치 감금당한 사실을 알리며 가족과의 분리를 요구했고 19일만에 감금 상태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는 “여러 정황상 부모님께서 강제개종에 나선 배경에는 개종 목사 등의 관여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떤 이유에서든지 강제개종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입니다. 개인의 양심에 따라 종교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거잖아요. 불법적인 행동인데 사랑의 이름으로 자행된다는 자체가 화가 나요.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기의 종교를 강요하는 강제개종이 이제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씨와 같이 개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강제개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기성교단이나 목회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이단·사이비라는 개념이 사회 깊숙이 스며든 탓에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가 상실된 지 오래다.

우울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제개종은 진행형이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월 기준 강제개종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총 1725명이었다. 2012년까지 연간 100명 이하였던 피해자는 2013년 151명 이후 꾸준히 100명대를 넘겼다.

문제는 강제개종으로 인한 범죄행위가 난무하고 그 피해 역시 심각하다는 데 있다. 유형을 보면 사망 2건, 납치 946건, 감금 1131건, 폭행 579건, 수면제투약 100건, 강제휴학 99건, 강제휴직 101건, 강제이혼 32건 등이다.

강제개종의 끔찍함을 보여주는 사건으로는 지난 2017년 전남 화순에서 한 여대생이 강제개종을 거부하다가 부모에 의해 질식사를 당한 사례가 있다. 그 전에도 개종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강제개종의 주요 대상자 약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서는 피해자 중 55%가 개종 프로그램 당시 협박과 세뇌, 52%는 감금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지난 2020년 5월 4월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에는 강제개종 피해자 박모씨의 형이 나와 자신이 동생을 이단상담소가 운영하는 개종 프로그램에게 데려가기 위해 수면제를 먹이고 수갑을 채워 납치를 했다고 시인했다. 방송 출연자들은 이에 놀라는 기색을 보였지만,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하지 않았다.(출처: 해당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DB
지난 2020년 5월 4월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에는 강제개종 피해자 박모씨의 형이 나와 자신이 동생을 이단상담소가 운영하는 개종 프로그램에게 데려가기 위해 수면제를 먹이고 수갑을 채워 납치를 했다고 시인했다. 방송 출연자들은 이에 놀라는 기색을 보였지만,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하지 않았다.(출처: 해당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DB

심지어 개종 거부로 강제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당한 피해자도 2%(10명)나 존재했다. 여성 피해자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할 때 외부인 또는 가족과 동행하도록 함에 따라 ‘수치심(171명, 34.5%)’ ‘무력감 또는 우울증(152명, 31%)’ ‘자살충동(50명, 10.1%)’ 등을 느꼈다고 답했다. 

강제개종이 국내에서 ‘가정사’ ‘종교문제’ 등의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한 것과 반대로 세계에서는 국내 강제개종의 실태에 대해 주목하고, 그 불법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2019년 7월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는 ‘강제개종 근절’ 성명이 발표됐으며 같은 달 미국 워싱턴 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 석상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강제개종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사례발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약 100개국 정부와 500개의 NGO·종교 단체 등이 참가해 진행된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샘 브라운백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 등이 참석했다. 회의 일정 중 ‘국제종교자유원탁회의(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Roundtables)’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에서 신흥종교 신도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강제 개종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표됐다.

당시 모임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내 소위 이단 상담 목사들이 신흥종교 신도의 가족들과 납치를 모의하고 감금, 폭행 등을 통해 강압적으로 개종을 시도하고 있으나 경찰과 법원이 방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15개 주요 국제 NGO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한국은 강제개종이 용인되는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강제 개종 근절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강제개종 문제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DB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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