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진행된 30일 오후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회원들이 수원지방법원 후문에서 열린 ‘강제개종피해자 피해사실 진상규명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진행된 30일 오후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회원들이 수원지방법원 후문에서 열린 ‘강제개종피해자 피해사실 진상규명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30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지난해 11월, 충주에 사는 A씨는 지인 B씨에게 가족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한 후 6일간 연락이 두절됐다. 이를 이상히 여긴 B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전라도 모 펜션에 감금돼있던 A씨를 극적으로 구조할 수 있었다. 

남양주에 사는 P양은 지난해 12월 4일 밤 가족에 의해 광주의 한 주택으로 끌려가 17일 동안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받다 친오빠의 도움을 받고 극적으로 탈출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P양의 부모와 모친의 교회 권사 2명, 남자 3명 등이 P양을 둘러싸 입을 틀어막고 강제로 들어 현관 앞에 세워둔 차에 태우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또 P씨 부친의 집에서는 개종 계획이 구체적으로 적힌 노트가 발견됐다. 그렇게 강제로 끌려간 P씨는 17일 동안 주택에 감금된 채 원하지 않는 개종 프로그램을 받아야 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개종을 강요하는 행위가 아직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에 충격이 가시질 않아요.” P양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했다.

P양을 여러명의 남자들이 이불로 싼채 아파트 현관을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이 해당 아파트 CCTV에 포착된 모습. (피해자 제공)
P양을 여러명의 남자들이 이불로 싼채 아파트 현관을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이 해당 아파트 CCTV에 포착된 모습. (피해자 제공)

특정 교단 신자라는 이유로 강제로 개종을 강요당하다 목숨을 잃은 고(故) 구지인씨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강요·감금·혐오 등 강제개종은 여전히 은밀한 곳에서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제개종은 엄밀히 따져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다. 한국교회에서 소위 ‘이단’으로 지정한 종단 혹은 단체의 교인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며 ‘이단 상담사’라 불리는 목사가 해당 교인의 가족, 친척 등을 동원해 불법적 수단으로 납치·감금, 기독교로 개종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0조 제1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다.

그러나 강제개종은 국내에서 ‘가정사 ’종교문제‘ 등을 이유로 외면당해왔다. 이런 가운데 2018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교인 고 구씨가 감금돼 개종을 강요받다가 가족들의 폭행에 의해 사망한 이후, 한국의 강제개종에 대한 현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되면서 강제개종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천지일보=박주환 기자] 대전시청 남문 앞에 28일 정오, 운집한 2만여명의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대전·충청지부 회원과 시민이 궐기대회를 열고 ‘종교차별금지 및 구지인법(강제개종 금지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 뒤 강피연 피해자 고(故) 구지인씨의 영정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8
지난 2018년 1월 28일 2만여명의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대전·충청지부 회원과 시민이 궐기대회를 열고 ‘종교차별금지 및 구지인법(강제개종 금지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 뒤 강피연 피해자 고(故) 구지인씨의 영정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강제개종 철폐를 요구하는 수십만의 절규에도 강제개종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개종 피해자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강제개종피해자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강제개종 피해자는 총 1725명으로 집계됐으며 2012년까지 연간 100명 이하였던 피해자는 2013년 151명 이후 꾸준히 100명대를 넘겼다. 2020년에는 180건으로 증가했다.

강제개종으로 인한 피해는 상당히 심각하다. 유형별로 보면 사망 2건, 납치 946건, 감금 1131건, 폭행 579건, 수면제투약 100건, 강제휴학 99건, 강제휴직 101건, 강제이혼 32건 등이다. 강제개종의 주요 대상자 약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서는 피해자 중 55%가 교육 당시 협박과 세뇌, 52%는 감금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납치를 당해 끌려갔다고 밝힌 피해자도 42%에 달했다. 심지어 개종 거부로 강제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당한 피해자도 2%(10명)나 존재했다. 여성 피해자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할 때 외부인 또는 가족과 동행하도록 함에 따라 ‘수치심(171명, 34.5%)’ ‘무력감 또는 우울증(152명, 31%)’ ‘자살충동(50명, 10.1%)’ 등을 느꼈다고 답했다.

강제개종이 성행하는 이유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강제개종을 주도하는 안산상록교회 진용식 목사는 한 이단세미나에서 “성도 100명보다 개종 받는 한 명의 수입이 더 좋다”는 말로 목사들의 개종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단세미나 확대와 함께 개종이 돈벌이가 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전국적으로 개종목사가 급증했고 관련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무엇보다 강제개종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정부와 사법기관이 강제개종을 가족 문제로만 치환하고 있는 의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제개종 피해 종단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강제개종 관련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도 납치된 신도의 가족이 ‘가정사’라고만 하면 아무런 조치 없이 상황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강제개종에 대해 전문가들도 불법성을 강조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종교 활동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못하게 막는 잘못된 행동이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가부장적으로 자기의 믿음 체계, 신앙 체계를 자식이나 가족의 일원에게 강요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그동안 이단 프레임 때문에 본의아니게 많은 신도들이 종교적 이단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며 “특정종단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혐오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과 신앙의 자유에서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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