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먹이고 수갑 채우고… 인권유린·종교자유 침해 심각
‘가족 등에 업은’ 개종목사 법망회피로 피해자는 갈 곳 없어

▲ 안산상록교회 강제개종교육 팀을 대상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개종교육피해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특별기획취재팀] 본지 기획취재팀은 지난달 22일 개종교육 피해자들의 제보전화를 잇달아 받고, 개종교육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경기도 안산에서 피해자를 직접 만났다.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공포와 두려움,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이단에 빠진 사람을 개종한다’는 미명 아래 경호원에 둘러싸여 강제로 끌려가거나 수갑에 채워진 채 이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수면제를 탄 커피를 마시게 하고 거짓말로 유인, 폭력, 협박 등 가히 상상하기 힘든 방법으로 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아래는 안산상록교회 진용식 목사와 소속 개종교육팀으로부터 개종교육을 받았다고 증언한 이들의 사례다.

 


사례1. 맹장수술 후 실밥도 풀기 전 납치 감금

“맹장수술한 지 4일째,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와 외가 친척들이 납치하다시피 질질 끌고가 차를 타게 했다. 안산상록교회 근처 원룸에서 6일 동안 감금된 채 정신병자 취급을 받으며 일방적인 설교를 들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하지만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실밥을 풀러 병원에 갔을 때, 동행한 사람의 눈을 피해 간호사의 핸드폰을 빌렸다. 언니에게 구해달라고 전화를 했고 언니가 경찰과 함께 찾아왔다. 그래서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전라남도 완주 소양면에 사는 A(26, 여) 씨가 6일 동안 겪은 일이다.

A씨는 “감금 당시 일주일 만에 몸무게가 5kg나 빠졌다. 집에선 1년 전부터 개종목사에게 교육비를 지불하며 개종교육을 받게 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 납치할 때 소란피울 것을 대비해 몽둥이, 철사, 노끈까지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또 언제 끌려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도 집에 들어갈 때면 항상 주변을 살피게 된다. 혼자서는 다니지 못하고 세 자매가 항상 같이 다닌다”고 말했다.

사례2. 눈떠 보니 개종교육 현장

지난달 3일 경기도 수지에서 B(29, 여) 씨는 은퇴한 아버지를 위로하러 회를 먹으러 가자는 부모 말에 별 의심 없이 길을 나섰다. 가족과 함께 회를 먹고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졸다 일어나 보니 경기도 안산상록교회 근처 원룸이었다. 부모의 강권으로 7일 동안 감금된 채 상록교회와 원룸에서 개종교육을 받았다. B씨의 부모는 B씨가 자는 중에 핸드폰을 강물에 던져 외부와 연락을 차단시켰고, 개종교육자와 수시로 통화하며 지시를 받았다.

사례3. 개신교계 대학교에서 강제 휴학 당해

지난달 3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종교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대학생 C군의 글이었다. C군은 기성교회에서 이단시하는 신천지예수교회를 다닌다는 게 알려지면서 학교로부터 강제 휴학을 당했고 개종교육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글에서 “충남 서산의 한 모텔에서 개종교육 목사의 사주 하에 부모님으로부터 각목으로 맞기도 하고 칼로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개종교육에 끌려간 피해자 가족에게서 발견된 원룸계약서. 강제개종교육은 2009년 9월 맹장수술 직후에 이뤄졌으나 원룸계약은 10개월 전인 2008년 11월에 이미 이뤄졌다.ⓒ천지일보(뉴스천지)
제보자의 증언에 따르면 자신의 가족들이 강제개종교육 댓가로 교육비(하루 약 15만원)와 근처 원룸비(보증금 500만 원/월세 35만 원) 등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개종교육을 받도록 요청한 사람은 가족이지만, 결국 개종교육자들이 교사(敎唆)한 것이다”며 개탄했다.

결국 가족이 요청했으니 경찰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A씨를 구출했던 언니는 “동생의 연락을 받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부모와 같이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처음엔 동행하지 않으려했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그래서 ‘검찰’에 말해서 해결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동행했다”며 “부모가 개종목사의 꾐에 빠져 자식을 감금하게 된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개종교육을 위해 피해자 남편이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에 상담비 50만 원을 입금한 통장 사본. ⓒ천지일보(뉴스천지)

부모들이 이처럼 자녀의 인권침해나 후유증을 무릅쓰고서라도 개종교육을 받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자들은 지난 2007년 신천지교회에 대해 방영했던 MBC PD수첩의 왜곡보도와 개종목사의 거짓증언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PD수첩이 2회에 걸쳐 신천지교회가 사이비집단이며 감금, 폭행을 일삼는 단체라고 방송하고 2009년 10월 결국 정정·반론하는 사과방송을 냈음에도 최초 방송분의 여파가 시청자들에게 깊이 남아있다고 했다. 더불어 개종목사가 전국 기성교회를 돌며 이단세미나를 통해 신천지교회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8월초 경호원 3명에게 납치돼 약 34일 동안 개종교육을 받았던 경기도 안양의 D(26, 여) 씨는 “개종목사가 신천지교회에 대한 허황된 말을 부모에게 집중적으로 가르친다”며 “부모들은 그런 거짓 정보를 듣고 자식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게 된다. 개종 목사가 이런 면을 악용해서 반인륜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단은 구원 없어서 그냥 두면 안돼” 인권침해 ‘나몰라라’ 하는 이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 등록된 국내 개신교 교단은 총 66곳이며 이 중 80%에 달하는 52곳이 장로교단으로 등록돼 있다. 장로교 창시자인 칼빈은 프랑스 출신으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영향을 받아 천주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했다.

그는 개신교 전파에 큰 공을 세웠지만, 혹독한 정치와 이단 정죄로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20여 년 동안 독재 권력을 휘둘렀던 것으로 악명이 높다. 종교를 자신의 정치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것이 일부 역사학자의 평가다.

국내 개신교 대부분이 칼빈이 창시한 장로교에 소속돼 있다 보니, 자연히 칼빈의 열심을 옹호하는 차원에서 이단 정죄로 인한 인권침해를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장로교 신도가 증가하면서 칼빈의 열심과 배타적 종교관도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에서 이단 규정은 신학자와 목회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단 규정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교단이 늘면서 개신교 내에서 ‘이단’이라는 낙인은 하나님보다 무섭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정통교단 총회장을 지낸 조모(73) 목사는 “개천에 자식이 빠지면 가만두겠느냐, 이단은 구원이 없어서 그곳에 가게 두면 안 된다”며 일명 이단 신도에 대한 개종 강요에 동조했다.
또한, 대부분의 목회자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목회자가 이렇다 보니 850만에 이르는 개신교인 대부분은 종교 강요를 당하는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당연시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일축하는 것이 현실이다.

개신교인이 믿는 신의 아들 예수는 유대교 입장에서는 이단의 괴수였으며, 개신교는 천주교의 이단이었다. 지금의 개신교 지도자 대부분은 천주교를 이단이라고 치부한다. 이러한 이단 논쟁은 기독교 내의 정통과 이단 기준이 시대나 사람에 따라 변한 증거이기도 하다.

교단 내 이단 시비로 얼룩지고 타인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 오늘날 한국 개신교다. 개신교가 전파하는 예수는 ‘사랑’이지만, 타인의 인권침해마저 당연시하는 개신교 지도자에게서 ‘예수의 사랑’을 발견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이 본 개종교육 실태

- 종자연 “이단규정은 일방적 주장”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의 한기남 사무처장은 “개신교에서 이단 규정은 개신교 내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그것을 빌미로 개종을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한 사무처장은 “개신교 계열의 대학에서 채플을 한다는 명목으로 안에서 문을 잠그는 것도 인권침해”라며 “개신교 지도자나 신도들이 전도를 명목으로 타인에게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는 오래된 사회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흔히 듣는 ‘불신 지옥 예수 천당’이라는 개신교 전도 용어도 다종교 사회에서는 지양해야 할 표현”이라고 했다. 타 종교인 입장에서는 ‘그럼 나는 지옥에 가란 말이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무처장은 “최근 안양의 모 고등학교가 개신교 교리 수업을 강요해 사회적 논란이 되었지만, 막상 사실을 규명하려 하자 피해를 주장했던 학생들이 내신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을까 봐 피해 사실을 부인했다”면서 “종교관련 인권침해 피해자 대부분은 상대가 가족이거나 자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적극적인 처벌을 호소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가해자 처벌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 인권연대 “일관된 피해 입증 중요”
인권연대 김희수 변호사는 “종교를 강요당하는 피해자들은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끌려가기 때문에 피해 사실 입증이 어렵다”며 “피해를 호소해도 증거불충분으로 가해자 형사처벌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피해 입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 검사나 판사에게 강력히 처벌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일관된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제개종교육 피해자들이 일부 경찰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표시한 것과 관련해 “경찰 입장에서 피고소인이 죄가 없다 판단될 때 고소를 취하하도록 하거나, 상호 조정을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했음에도 고소 취하를 언급했다면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또 “감금이나 납치 사실을 신고 받고도 경찰이 즉시 출두하지 않았다면 이는 엄연한 직무유기”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서류로 신고 접수하고 도착시각 등에 대한 물증을 남기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기획취재팀
송태복 기자 xoqhr71@newscj.com
손성환 기자 cjssh@newscj.com
박미혜 기자 mee@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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