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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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트림과 방귀로 내뿜는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 소 한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70~120kg 정도로 소형차가 1년간 내뿜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이런 반추동물이 내놓는 메탄은 연간 약 20억톤(CO2 환산)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1년에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2.3Gt(기가톤)이나 된다.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나 될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서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2006년에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로 ‘축산업’을 지목한 바 있다. 실제로 2014년 네이처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서 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공장이나 석탄을 때는 발전소,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소나 양 같은 반추동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소나 돼지의 방귀와 트림,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8월 승인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전체 지구온난화의 약 30%로 알려졌다. 그중 절반인 온실가스의 15%를 가축이 내뿜는다.

그런데 문제는 반추동물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육류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반추동물은 약 32억 마리였다. 소가 15억 마리, 양이 12억 마리, 염소 9억 마리, 들소 2억 마리다. 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가축 수는 280억 마리에 달하며, 이에 따라 가축들이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과 이산화질소의 가장 높은 배출원이 되고 있다. 소 키우느라 숲을 없애는 것도, 기후위기를 키우고 있다. 가축 사육지나 아니면 가축에게 먹일 사료, 작물 재배를 위해서 열대 우림을 비롯 지구촌 곳곳의 숲이 불태워지고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 방귀에 세금을 매기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유럽의 낙농국을 중심으로 일명 ‘방귀세(Fart Tax)’라는 것을 만들어 세금을 매기는 나라들이 생겨난 것이다.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정화비용을 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가장 큰 낙농업을 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소 방귀와 관련된 법안을 2016년에 만들었다. 에스토니아는 나라 전체 메탄가스의 25%를 소가 배출하고 있는데 2009년부터 소 사육 농가에 방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아일랜드는 소 한 마리당 18달러의 방귀세를 매기고 있으며, 덴마크는 방귀세로 11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방귀세에 이어 최근에는 ‘육류세(Meat Tax)’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소와 돼지 등 붉은 육류에 부과하는 세금인데 독일, 스웨덴, 덴마크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소비자가 1kg의 육류를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양은 39.2kg이고, 소는 27kg이고, 돼지가 12.1kg이고 닭은 6.9kg이라고 한다. 따라서 메탄가스를 많이 내뿜는 양과 소의 고기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술과 설탕에 이어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에 부과하는 ‘죄악세(Sin Tax)’의 일종인 셈이다.

사실 과도한 육식 문화는 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많이 방출된다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파괴와 우리의 건강 악화와도 맞닿아 있다. 많은 소를 사육하기 위해 삼림이 파괴되고 토지가 황폐화되는 것도 소 방귀 못지않게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인이 소와 같은 붉은 육류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함에 따라 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도 주목해 봐야 한다. 따라서 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구온난화 방지, 환경보호, 질병예방 등을 위해 소고기와 같은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이제 지구환경도 보호하고 우리 건강도 지키도록 육식을 조금 줄이고 채식을 늘려가는 식습관 개선을 생각해 볼 때다.

미국 하버드대의 동물 법 및 정책 전문가인 헬렌 하워트 박사는 동물 공급원 대신 식물 공급원에서 단백질을 얻는 것이 기후목표를 충족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하워트 박사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점차 식물 유래 단백질로 대체하기 위한 3단계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현재 가축 수가 최고 수준에 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쇠고기같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식품부터 시작해 우유나 돼지고기 같은 축산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셋째, 온실가스 방출 목표와 토지 사용, 공중보건상의 이익을 포함한 다양한 범위의 기준에 적합한 대체 제품 평가이다.

20년 동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85배 더 큰 영향력을 미쳤다. 가축 부문의 메탄 방출량은 2030년까지 60%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 방귀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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