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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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원자력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EU는 택소노미(taxonomy)에 원자력을 포함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조건부이다. 하지만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도 원자력을 두고 ‘친환경이다’ ‘아니다’ ‘반환경이다’ 논란이 뜨겁다. 우리나라 대선 주자들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 대선 후보는 원자력이 탄소 배출이 없다며 ‘청정에너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원자력만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 가능케 하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원자력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택소노미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택소노미는 어떤 산업이나 기업 활동이 친환경인지 구분해주는 일종의 사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말로는 ‘녹색분류체계’라고도 하는데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와 산업은 친환경 투자나 대출을 원하는 자본으로부터 자금 확보가 쉬워지는 반면 택소노미에서 제외되면 투자나 대출이 막힐 수도 있다.

문제는 바로 ‘원전’의 포함 여부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과 LNG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규정안을 확정해 발의했다. 다만, EU 집행위는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신규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핵폐기물 처리장 부지와 예산, 운영 계획이 있어야 택소노미로 인정받을 수 있다.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규제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규정안은 EU 회원국과 EU 의회에서 공식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고, 승인된다면 2023년 1월부터 시행된다.

EU의 결정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LNG는 탄소 중립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이라며 우선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 K-택소노미에 포함시키기로 방침을 정해 놓았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K-택소노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원전 안전성 문제와 핵폐기물 때문이지만 우리나라는 점진적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자력 업계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기후·환경단체들은 원전은 말할 것도 없고, LNG도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건, 화석연료를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그린 워싱’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자력을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 배출이 제로에 가깝다는 점에서 원자력을 최고의 친환경 그린 에너지로 들고 있다. 현실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가장 효율적이며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원전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원자력은 독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력을 반대하는 관점이 핵무기에 대한 공포와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과도한 불안, 원자로와 방사선에 대한 왜곡된 정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이들은 안전해 보이지만 아직 입증은 안 된 신약(=재생에너지)까지 실험할 여유가 인류에게는 없다고 말한다. 극단적인 다이어트(=에너지 절약)도 해법이 될 수 있지만 60억 인류 모두가 따르기는 힘들다. 결국 온실가스를 만들지 않으면서 효율이 높은 원자력이야말로 현재 유일하게 효과적인 치료약이라는 게 그들 주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탈원전의 입장에서는 원자력이 친환경이기는커녕 가장 대표적인 반환경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가까이 걸리는 원전의 건설부터 운영, 그리고 폐기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온실가스가 다량 발생하는 것은 물론 핵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핵폐기물은 처리 기술은 물론 정책적 대안도 없어 임시로 원전 내 수조에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원전은 결코 ‘청정’ 에너지원이 아니며,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앙의 근원이기 때문에 기후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급한 불 끈다는 명분으로 위험천만한 에너지원을 선택하는 것은 정의로운 탄소중립의 방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효과면에서도 원전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7배나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더군다나 재생에너지는 전력 공급이 유연한 발전원인데 반해 원전은 석탄발전소와 같은 ‘경직성 전원’ 이라 유연한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늘리고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없으며 재생에너지만이 유일한 대체에너지원이라고 강조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원자력 활용, 필요한 일인가? 아니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인가? 어떠한 선택이 현명한 결정일까? 우리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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