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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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고 할만하다. 20세기를 주도한 기술 중 하나인 플라스틱은 이제 인류의 삶을 지배하는 물질이 됐다. 그런데 인간의 삶을 한없이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줄 것만 같았던 이 플라스틱이 인간과 뭇생명에게 치명적 환경오염의 역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오대양을 떠돌고 있는 수십만 톤의 플라스틱 때문에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약 71%의 바닷새와 30%의 거북이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고, 플라스틱 섭취로 인한 해양동물 사망률이 50%에 이른다고 한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냐면 2017년 일본의 해양과학기구에서 지난 30여년간 해저 쓰레기를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철, 고무, 낚시 장비 등을 포함해 3000가지의 인간이 만든 쓰레기가 발견됐다고 한다. 그 쓰레기의 3분의 1은 대형 플라스틱이며 그 중 89%는 일회용 제품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수심 6000m 보다 깊은 곳도 반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었고 대부분이 일회용 플라스틱이었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수심 1만 1000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일회용 플라스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널리 퍼져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는 약 1000년의 세월이 걸린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은 바다뿐 아니라 육지에 사는 식물, 동물, 사람에게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수거된 플라스틱 중 극히 일부만 재활용 되거나 소각돼 폐기물 에너지로 재생산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쓰레기 매립지로 향한다. 분해되기까지 10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은 결국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며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게도 흡수된다. 특히 토양, 퇴적물, 담수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살펴봤지만 사실 육지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바다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오염보다 약 4배에서 23배가량 더 심각하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플라스틱 입자들은 현재 전 세계를 떠돌고 있으며 그 중 약 3분의 1이 토양과 담수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5mm도 안 되는 작은 플라스틱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그 후 0.1마이크로미터 보다 더 작은 플라스틱 입자인 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먹이사슬을 통해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 원인은 옷이다. 옷은 아크릴, 나일론, 스판덱스,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며 빨래를 하면서 수많은 미세 섬유가 떨어져 나온다. 미세 섬유는 너무 작기 때문에 하수구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폐수처리장으로 흘러들어간다. 하수도를 통해 확산된 미세플라스틱 중 80~90%는 침전물로 남는다. 침전물인 ‘하수 오니(sewage sludge)’는 비료 등으로 재활용되기 때문에 매년 수천톤의 미세플라스틱이 토양에 섞일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운반해 토양에서 서식하는 생물과 토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이언스 데일리는 미세플라스틱이 있는 흙에서는 지렁이가 다른 형태로 굴을 판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수돗물에서도 검출된다. 염소화된 플라스틱은 토양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강, 바다, 지하수 등으로 흘러 들어가 생물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입자는 분해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물리화화적 특성을 갖게 되며 그만큼 생태계에 미치는 위험성도 증가한다. 플라스틱 생산 시 독성화학물질이 첨가되기 때문에 독성화학물질은 미세플라스틱에서도 발견된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의 호르몬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나노플라스틱은 생물들에게 염증을 일으키고, 세포막과 벽을 침투할 뿐만 아니라 혈액뇌관문과 태반도 관통할 수 있기 때문에 세포 안에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라이프니치 해양과학연구소는 나노플라스틱이 혈액뇌장벽을 투과해 물고기의 행동변화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심해가 플라스틱으로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률을 줄이는 것만이 해답이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토양 오염을 줄이는 방법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병들고 죽어가는 생물들을 구하는 방법 또한 쓰레기를 줄이는 것 밖에 없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왜 줄여야 하는지 거듭 강조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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