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조합 명도소송‧강제집행 일지. ⓒ천지일보 2022.1.24
사랑제일교회-조합 명도소송‧강제집행 일지. ⓒ천지일보 2022.1.24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입장을 고수하다가 85억원을 토해낼 것인가, 입장 바꿔 최대 263억원을 포기하고 300~400억원을 받고 교회 건물을 철거할 것인가. 최근 딜레마에 빠진 사랑제일교회(담임 전광훈 목사)의 고민이다.

서울 장위10구역 2004세대에 달하는 재개발사업.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는 재개발이 이뤄질 수 없다’는 철벽에 최근 금이 갔기 때문이다. 교회 측의 버티기로 재개발 사업이 10년여 지연되자 조합 측은 다른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사랑제일교회를 빼고 재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자는 쪽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이 몰리고 있다.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오는 2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방향을 골자로 수정한 재개발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조합은 18일 조합원 총회의 사전절차인 대의원회 표결을 진행했고, 대의원 55명 중 51명이 사랑제일교회를 제척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찬성했다. 대의원은 조합원을 대표하는 자격을 갖는다. 90%가 넘는 인원이 찬성함에 따라 사랑제일교회를 빼고 재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번 총회에서 변경된 사업 방향이 확정되면 사랑제일교회 측의 반발로 멈춰있었던 재개발 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도 조합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조합 측에 힘이 더해졌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된 15일 이 교회 신도들이 집행용역과 대치를 벌이며 교회 내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너알아TV 캡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된 15일 이 교회 신도들이 집행용역과 대치를 벌이며 교회 내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너알아TV 캡처)

◆‘조합 vs 교회’ 소송전 결과는

사랑제일교회와 조합 측의 소송은 1심 판결 결과가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졌다.

먼저 배경을 살피면 사랑제일교회가 포함된 장위10구역은 2008년 4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당시 서울시가 교회 측에 제시한 보상금은 82억원이었다. 그러나 교회 측은 563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하며 거절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는 감정평가액 84억원, 신축교회 건축비 등 63억원, 대토보상금 100억원 등을 고려해 약 250억원의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고, 결국 소송전이 시작됐다.

원심인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0년 5월 14일 성북구 장위동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이 사랑제일교회 측에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명도소송은 부동산의 권리자 (조합)가 점유자(교회)를 상대로 점유 이전을 구하는 소송이다. 조합 측이 명도소송에서 이기게 됨에 따라 인도 명령을 할 수 있고, 만약 교회가 불응할 시 강제로 철거에 돌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이에 교회 측은 항소했다. 하지만 2021년 10월 14일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역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교회 측은 대법원 상고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13일 대법원도 교회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사이 법원의 명도집행(철거) 허가로 6차례에 걸쳐 명도집행이 시도됐지만, 신도들이 화염병을 던지거나 인화물질을 뿌리는 등 거센 반발로 매번 무산됐다. 심지어 일부 신도는 몸에 휘발유를 두르고 집행인력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집행인력과 신도들 간 폭력사태가 벌어져 사상자도 발생했다. 특히 3차 명도집행 당시 대치가 심했다. 경찰은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신도, 유튜버 등 18명과 명도집행 용역 10여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사랑제일교회 신도 3명은 구속 송치됐다.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북부지법이 집행인력 500여명을 동원해 이날 새벽 6차 명도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현장에서 일부 신도들의 거센 저항으로 결국 집행을 진행하지 못했다. 신도들은 교회 건물과 전봇대 위로 올라가 항의하고, 건물 안쪽으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부상자가 8명 발생했고, 신도 7명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된 15일 오전 신도들이 강제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골목에 모여있다. (출처: 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된 15일 오전 신도들이 강제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골목에 모여있다. (출처: 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전략 수정한 조합에 교회 측 대응은?

이처럼 매번 신도들이 동원된 사랑제일교회 측의 버티기로 장위10구역은 현재 교회만 덩그라니 남은 상태다. 2008년부터 시작된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은 10년 넘게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2017년 계획 인가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교회 측 반발로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결국 조합은 지난해 11월 사랑제일교회를 제척하고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의 타당성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총 91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공사 지연에 따른 대출이자 발생 680억원, 개발면적 축소에 따른 손실 230억원 등이다. 하지만 조합 측은 일반 분양가가 오르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조합 측이 교회를 제척하고 재개발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확정하면 교회 측은 563억원의 보상금은커녕 도리어 먼저 수령했던 보상금 85억원을 되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조합 측의 움직임을 읽은 사랑제일교회는 최근 서울시에 보상금을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협상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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