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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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스트레이트’의 방영에 대해 논란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악질적 정치공작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반면 진보 세력은 국민의 당연한 알 권리이며 국민의힘의 대응 태도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건희씨와 유튜브 ‘서울의 소리’ 촬영기자인 이명수씨 사이의 통화 내용이 사적으로 오간 것인지, 아니면 취재 차원인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한 시민단체는 이명수씨와 김건희 씨의 대화 공개는 명백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추후 방송을 금지할 것을 MBC에 강력히 권고해 달라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건희 구하기에 나선 국민의힘은 보도 공정성 측면에서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발언’도 같은 수준으로 방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방송 내용이 지극히 사적인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MBC는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면서 불법으로 녹취된 파일을 방영했다며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과 MBC 측 방송금지가처분소송 법률대리인인 김광중 변호사를 대검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대선은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는 역대급 가치경쟁과 정책경쟁이 실종된 선거 전쟁이다. 대선을 50여일 남기고 대선 판세는 크게 출렁이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 후보를 흠집 내고 단기적으로 표를 끌어모으려는 꼼수가 보인다.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토론을 통한 정책경쟁을 기대했던 중도와 무당층은 악성 포퓰리즘과 여야 간 서로 간의 혐오로 이미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MBC ‘스트레이트’에 공개된 김건희씨의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취재 차원보다는 편하게 사적으로 오간 느낌이 더 크게 느껴진다. 첫 대화에서는 유튜브 매체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지만 약 5개월간 52차례 통화를 통해 서로 편안함을 느꼈는지 누나, 동생하면서 말도 편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보였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친한 누나와의 사적 대화를 전 국민에게 들려주는 동생이 어디 있는가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다. 무언가 큰 것이 있나라고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알맹이가 없다”는 반응을 드러내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심지어 “김건희 홍보방송이다”라는 의견도 드러냈다.

그러나 통화내용에서 드러난 김씨의 ‘미투’에 대한 의견은 분명히 잘못됐다. 미투를 돈으로 엮어 표현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치적 목적이 있든 없든 이러한 인식은 많은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폄훼하는 것이다.

김씨 통화 녹음 파일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비전과 정책 중심의 멋진 경쟁을 예상했던 유권자들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서로 할퀴고 물어뜯는 대리전 양상으로 번진 흑색선전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차기 정권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가 풀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에게 최소한 지금의 대선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인식은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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