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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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미처 개봉하지 못했던 한국영화 대작들이 올해 대거 쏟아질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가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부활하는 등 방역 강화조치를 통해 영화계가 올해 오랜 침체를 딛고 회복기에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극장 매출은 2019년 대비 크게 폭락했다. 대작 영화들은 줄줄이 개봉을 연기하거나 코로나 상황을 체크하며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계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면서 풀어주다가, 확진자들이 급증하자 다시 고삐를 더 조이는 것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극장의 관객 감소도 문제지만, 영화산업이 직면한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는 대책이나 논의도 부족해 영화계는 현재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영화계에서는 그 어느 산업보다도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극장의 영업시간 제한 완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영화나 공연 시작시간 기준으로 오후 9시까지 입장 제한은 오히려 마스크를 벗고 식사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에 비해 영화관은 관람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도 하지 않아 안전하다며 시간제한 철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방역패스관이 활성화되고 마스크를 내내 착용하는 상황이라면, 영화관은 다른 대중이용시설과 달리, 별도의 방역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

코로나가 터진 지난 2년간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 조치로 영화관 매출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들,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영화 스탭, 배우들, 관련 종사자들은 줄줄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이미 많은 한국영화들은 엄청난 손해를 봤다. 개봉이 연기되거나 막히면서 영화 제작은 멈춰지고 업계의 투자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전 한국 영화계는 풍년이었다. ‘명량’ ‘신과함께’ 등 천만 영화들이 쏟아지는 상황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영화계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100만 관객 영화를 찾기도 쉽지 않다.

영화 ‘미나리’처럼 K-무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질적인 성장은 확인됐지만, 양적인 확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양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최근처럼 갑작스럽게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대책도 조정돼야 하며, 상영시간 제한도 수정돼야 한다.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현빈·유해진·임윤아의 ‘공조2: 인터내셔날’, 류준열·김우빈·김태리 등이 출연하는 ‘외계+인’, 박훈정 감독의 ‘마녀2’, 강하늘·한효주·이광수의 ‘해적: 도깨비 깃발’ 등이 기대작이다.

최소한 지난해 한 차례 개봉을 미뤘던 영화들의 개봉은 이뤄져야 한다. OTT만으로는 부족하다. OTT도 자체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하기 때문에 미개봉 작품들의 물량을 소화해도 이전처럼 영화계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미뤄졌던 영화를 개봉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영화인들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비대면 시대 속에서 메타버스, 게임,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사업은 재미를 보는 상황 속에서 국내 문화콘텐츠의 대들보였던 영화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영화업계 전반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영화산업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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