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not caption

올해 공인중개사시험에 응시한 연령대를 보면 20~30대 청년 비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청년, 중장년층이 일단 따놓고 보자며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불황 탓에 대기업 공채가 줄어들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과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자격증을 취득 후 부동산 관련 창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대학가에도 20년 전과 같이 부동산 중개사 자격시험 열풍이 일고 있다.

과거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은퇴자나 시간이 있는 주부들이 주로 취득하는 자격증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요즘에는 미래의 ‘보험’으로 인식하고 직장을 다니는 젊은 직장인들도 시험 열풍에 합류했다. 취업난에 집값이 폭등하자 부동산 공부를 겸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 층 응시생이 늘어나고 남이 하니 나도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한 통계를 보면, 정부가 ‘반값 복비’를 시행했음에도 집값과 전셋값이 워낙 크게 올라, 웬만한 서울의 대형 아파트 한 건 거래에 복비가 1000만원도 넘는다. 1년에 몇 건만 중개해도 대기업 과장의 연봉을 넘어선다.

공인중개사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1년 만에 합격했어요” “퇴근 후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준비했어요” “한 채만 중개해도 월급보다 높다”고 말하고 있다. 일단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불안한 현실에 위안을 줄 수 있고 ‘보험’도 되고 ‘연금’도 되고 ‘투잡’이 될 수도 있다는 ‘국민자격증’으로 인지하고 있다.

아울러 정년퇴직도 힘들고, 취업하기는 더 힘들어진 불안한 노동 환경 속에 20대, 30대 청년들도 뛰어드는 이유다. 그러나 올해만 1만 3천곳이 새로 개업했고, 9천곳은 경쟁에서 밀려 폐업했다. 너도나도 개업하는 상황 속에 공인중개사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새로운 공인중개사 경쟁자들은 해마다 몇만명씩 양산되고 있으며, 다시 부동산 시장이 살얼음판이 되면 매매든 전세든 씨가 마를 정도로 주택 거래량은 더 급감할 수도 있다.

친구가 하니 나도 해야겠다는 무작정 시험 도전보다는 보다 더 신중한 결정과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공인중개사 열풍은 고용불안에 국민 삶은 팍팍한 현 상황을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올해 들어 실업급여는 매달 평균 1조원 넘게 집행되는 등 고용 불안도 여전하다. 보험용으로 뭐라도 해놓아야 된다는 불안감이 빚어낸 이상 열풍이란 점에서 지금의 공인중개사 자격증 도전은 씁쓸해 보인다. 지금의 공인중개사는 이전의 복덕방처럼 오가는 사람이나 구경하며 잡담으로 하루를 보내는 개념은 물론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시장 한파가 내년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취업준비생들뿐만 아니라 청년, 중장년층의 공인중개사시험 도전은 여전히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너도나도 덤벼드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노후대비용이나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의 돌파처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는 자격증 시험이기를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