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안보실장. (출처: 뉴시스)
서훈 국가안보실장. (출처: 뉴시스)

中외교수장 양제츠와 회담

종전선언 설명‧협조 구할듯

文대통령 방중 등 논의 주목

코로나 등 상황 녹록치 않아

中반발 관리 차원 방중 관측도

한미협의뒤 북미도 가속화 가능성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초청으로 2일부터 이틀간 중국 텐진을 방문한다.

한중 외교 사령탑 간 만남을 통해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 작업에 협조를 구하는 등 상황을 매듭짓기 위한 방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훈, 방중 배경은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1일) 서 실장의 방중 사실을 전한 뒤, “양제츠 위원과의 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와 한중 관계, 국제 정세 등 양국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양제츠 위원이 한국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차원이라고도 했다. 1년 3개월여만에 회담이 성사되는 셈이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관여까지도 수습해 정리하는 등 최종적으로 못박기 위한 물밑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다분하다.

이에 따라 회담에서는 현재까지 한미가 협의한 ‘종전선언’ 내용을 중국 측에 설명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한 중국의 역할론 등의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서훈 실장은 지난달 13일 미국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종전선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현재 한미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실무적인 문안 협의를 막바지 단계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종전선언 등 상징적 조치를 실현하는 외교의 장이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의 ‘출발점’이라는 시각 속 동계올림픽을 적극 활용하려는 정부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라는 중국 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이번 만남에서 관련 논의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올림픽 참석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여부 등이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최근 논란을 빚었던 요소수 공급 차질 사태 등 양국의 공급망 강화 문제 등도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올림픽을 최대한 간소하게 치른다는 기조를 밝힌 터라 정상외교 무대가 마련될지가 불투명하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호텔 테라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0.8.22 (출처: 연합뉴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호텔 테라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0.8.22 (출처: 연합뉴스)

◆종전선언, 결국 北호응 관건

‘한미 간 밀착 속 종전선언에 대한 협의가 이미 마무리 됐고 북한과의 조율만 남았다’는 일각의 관측도 나오는 상황에서 막판 중국의 반발까지도 감안한 남북미중 4자의 불가역적인 선언을 만들어내겠다는 차원의 방중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은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지난 2018년 한반도에 훈풍이 불었을 당시 논란을 불러온 ‘중국 패싱(배제)’이 재현되는 걸 원치 않은 것은 물론 이를 계기로 되려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실제 내비치기도 해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22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정전협정의 사인국”이라며 “(종전선언에 대해) 뭔가를 하더라도 중국하고 상의해서 하는 게 맞다”고 밝히는 등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중국이 종전선언 문제에 주한미군 철수 등을 거론하는 등 훼방꾼 역할을 한다면 사안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중국 측 상황 관리에 더해 중국의 대북 관여에 대한 설득 작업 등 복합적 요소가 작동한 방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한중 외교수장 간 회담이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뉴스토마토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나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안보실장이 중국에 가서 양제츠 위원을 만나 이런 문제들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역내 평화에 대해 논의를 하게 돼 있지 않느냐”며 “이런 분위기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역시 북한의 호응 여부인데,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 간 협의가 마무리되면 북한과도 대화·협의가 가속화하리라는 통일부 당국자의 전망이 최근 미국 언론을 통해 제기돼 관심을 끌었다.

미 언론 뉴스위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이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종전선언 문제가 이전에 북한과 미국과 사이에서 논의돼 왔었다고 보도했다. 관련 논의가 과거에 몇 차례 있었던 만큼 한미 협의가 끝나면 북한과 대화·협의를 통해 조건을 해결할 길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과 미국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북미 간 정상회담 등 활발한 대화가 이뤄졌는데, 당시 아이디어로 떠오른 평화협정에 앞서 종전선언 문제도 의제로 다뤄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대화 재개 조건에 대한 여전한 이견 속 북미 양측의 기존 입장의 반복은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는 미국이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내건 북한이나 어느 쪽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 김정은 당 총비서가 기념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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