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출처: 뉴시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출처: 뉴시스)

사키 대변인, 中인권침해가 원인

종전선언 영향 가능성엔 의견 분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6일(현지시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공식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것인데, 베이징올림픽을 ‘종전선언’과 함께 한반도 ‘평화 이벤트’의 무대로 활용하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백악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공식화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외교 또는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는 중국의 인권 문제가 작동했다. “신장 자치구의 집단 학살과 반도인적 범죄, 기타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인권을 옹호하는 것은 미국인의 DNA’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단순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사키 대변인은 지적했다.

다만 선수단 파견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하고 운동해 온 선수들을 불리하게 하는 건 옳은 조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미국 공무 대표단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명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 사흘만인 지난달 18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직접 답해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같은 날 사키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기 위해 모스크바 하계올림픽에서 미국 선수들을 귀국시킨 바 있다.

[로잔=AP/뉴시스]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앞에서 유럽 티베트 청년회 활동가들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잔=AP/뉴시스]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앞에서 유럽 티베트 청년회 활동가들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종전선언 불가분?

바이든 행정부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선언 속 문재인 정부가 평창에 이어 ‘올림픽 외교’ 재현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플랜B의 작동 가능성 여부인데, 물론 한미 간 소통 속 이미 관련 대응책 점검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베이징올림픽과 종전선언을 불가분의 관계로 접근하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이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굳이 그 시점을 단정짓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플랜B가 아니라 되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의 현실화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종전선언에 대한 참여 의지를 분명히 하는 등 4자 구도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은 종전선언 추진 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적 보이콧 등으로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 행위를 하는 한편으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위해 별도의 정상회담을 따로 개최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남북한 3자 또는 중국을 포함한 4자 간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한미 간 협의가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미중 양측과의 이해관계 속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뉴욕=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9월24일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뉴욕=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9월24일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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