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5

당정 갈등 우려에 20일 만에 입장 전환

초과 세수 활용 재원 예상보다 적어

대표 정책 번복에 이재명 ‘정치적 타격’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정부가 재원 마련에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당정 갈등 우려가 커지자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여당도 전 국민 일상 회복 지원금 지급 요구를 철회했다. 대신 연말에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으로 사용하고, 대선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염두에 둘 예정이다.

이 후보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고집하지 않겠다”며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 지급 논의는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고 철회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후보의 제안 이후 민주당은 1인당 약 20만원 규모의 ‘전 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야당은 이에 대해 ‘매표행위’라며 반발했다. 정부도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하며 이 후보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후보는 “현장은 다급한데 정치 속도는 너무 느리다”며 “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고 정부도 신규 비목 설치 등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5

당초 예상과 달리 반대 여론이 높았다는 점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에서 후퇴한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9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해 60.1%는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지급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32.8%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도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관련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7.9%로 과반수를 기록했다. 나머지 ‘공감한다’는 29.3%보다 2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현실적으로 국채 추가 발행 없이 내년도 본예산에 전 국민 지원금을 편성하기엔 재원이 부족하다는 내부 판단도 작용했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보다 추가로 19조원의 세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납부 유예해 내년 세수로 잡으면 전국민 지원금 지급 재원이 충분하다고 봤다. 그러나 전 국민 지급에 필요한 8조~10조원 가량은 초과세수 납부 이연으로 마련하기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철회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니 (초과세수를) 이연, 납부 유예한 재원으로는 일상회복지원금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국세청 등 기관들을 불러 확인한 결과 기재부의 납부유예 금액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재원)이 적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초과세수에서 40%는 지방교부금으로 줘야 하고 6조 6000억원은 유류세 인하에 사용해야 한다”며 “이것과 지방교부세를 빼면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2조 5000억원을 조금 상회해 이 돈을 본예산에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어서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 전 박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초과 세수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동원 가능한 재원의 부족과 당정 갈등,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 상황 등을 고려해 지금 당장 전 국민 지급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논란 끝에 핵심 의제를 철회한 것을 놓고 대선 국면에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철회한 것이 아닌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의 시급성을 고려해 유보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내년 대선 이후에 추경 등을 통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지급 논의는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화폐는 올해 총액(21조)보다 더 발행해야 한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의 하한액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며 “인원 제한 등 위기업종은 당장 초과세수를 활용해 당장 지원하고 내년 예산에도 최대한 반영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선대위 공동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역시 이재명 답다. 철학과 원칙은 분명하지만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서는 현실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한다”며 “정부에서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반대하고 윤 후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금 50조원 지급을 주장하자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후보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자”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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