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국보 133호 ‘고려청자 연봉 모양 주자’ 높이 33.2cm 리움미술관 소장(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국보 133호 ‘고려청자 연봉 모양 주자’ 높이 33.2cm 리움미술관 소장(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고려청자 연화문 모양 주자’ 표현이 무난
큰 보주에서 작은 보주가 생겨나는 모습
큰 연잎 모양들에서 거대한 보주가 화생

리움미술관 소장 국보 133호인 ‘청자 동화 연화문 표주박 모양 주전자’라는 명칭을 도자기 전공자들이 새로 올바로 이름으로 지은 것 같다(도 1-1). 전에는 동화를 진사라는 말을 써서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동화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른다.

동화는 한자로 銅畵다. 한자를 사람들이 모르니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일본식 명칭을 과감히 버리고 우리 용어를 써야 한다. 종래 쓰던 辰砂(진사)라는 것은 일본 붉은색 안료라고 한다. 동화란 산화동으로 부분적으로 그린 것을 銅畵라 부르고, 전체를 그린 것을 銅彩(동채)라고 부른다고 도자기 전공자들의 의견을 내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으나 그대로 따른다.

조선 靑華(청화)도 ‘조선 靑畵(청화)’라고 쓰여 있고, 鐵畵(철화)도 마찬가지로 조선조 실록에 나오므로 이에 맞추어 銅畵(동화)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기초도 모르면서 왜 도자기 연재를 쓰고 있는가 반문할 것이다.

필자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영기화생론>이란 이론을 정립하여 인류가 창조한 일체 조형예술품들 즉 인류가 창조해온 건축-조각-회화-도자기-목기-금속기-복식 등을 새로이 풀어내고 있다. 모든 장르에 있어서 90%를 차지하는 이른바 <문양>의 비밀을 찾아내니 모든 조형예술품들이 올바로 해독되었고, 동시에 현재 쓰이는 무한한 오류도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조형의 전개 원리를 찾아내었으므로 논문이나 저서들을 읽지 않아도 해독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보편적 이론으로 도자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세계의 수백만 전공자들이나 아마추어들이 모르고 있는 도자기의 본질을 밝히는 일이다. 대체로 역사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서 본질을 지나치고 있다. 실은 아무 선입견 없이 필자는 20년 동안 수많은 도자기 전시를 수없이 다니며 사진을 찍으며 조사해 왔다.

예를 들면 어떤 기획전이든 한번이 아니라 10회 이상 가서 도자기 전체와 부분을 부지런히 찍으며 조사해 온 것을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매일 매일 앞으로 나아가면서 필자의 이론이 진리가 되어감을 느낀다. 혹자는 도자기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왜 건드리느냐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전공자들 사이의 독점의 벽을 허물고 있는 까닭은 그런 대화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두꺼운 장벽으로 인문학과 미술 연구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청자 동화 연화문 표주박 모양 주전자’는 현재 공식 명칭으로 쓰이고 있으나, 청자는 조선시대에도 있으므로 고려청자라고 해야 하고, 연화문은 연봉 모양이라 해야 하고, 표주박은 그저 注子(주자)라고 해야 한다. 주전자는 ‘술을 다리는 주자’라는 특정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고려청자 연봉 모양 주자’라고 부르면 무난할 것이다.

연화문은 이미 여러 번 연꽃이 아님을 증명해 보여서 ‘연봉 모양’이라 했다. 이 작품은 밑부분부터 연꽃잎 모양이 重重無盡(중중무진)으로 위로 전개하고 있다. 연잎 모양 윤곽에는 모두 동화로 붉은색을 띠었으며 잎에는 평행하는 잎맥 같은 것들이 하얀색으로 정교하게 표현되었다. 도대체 이런 연꽃잎은 현실에는 없다. 마치 이런 꽃잎들이 보이지 않는 병 모양을 안에 품고 있는 것 같다.

그 밑부분의 큰 병 모양에서 내부에 숨어있는 병이 솟아나서 맨 위에서 큰 연봉 모양을 맺고 있다. 연봉은 바로 보주다. 그러니까 큰 보주에서 작은 보주가 생겨나는 모습이다. 이런 해석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진리다. 그 두 보주 사이에 앞뒤로 동자상이 있는데 각각 긴 연봉 줄기를 들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형태를 표주박이라 부르는 것은 가당치 않다. 즉 밑의 큰 보주에서 작은 보주와 동자들이 화생하고 있다.

 

고려 연봉 모양 주자(개인소장) 높이 21.2㎝(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고려 연봉 모양 주자(개인소장) 높이 21.2㎝(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은제 고려 연봉 모양 주자 세부 모양(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은제 고려 연봉 모양 주자 세부 모양(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도 2-1의 부분 채색 분석(도 2-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도 2-1의 부분 채색 분석(도 2-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그런데 은으로 만든 같은 형태의 금속기 주자가 있다(도 2-1). 전체 형태과 문양이 같다. 그러나 자기에 비해 은제 주자의 만듦새가 더욱 정교하다(도 2-2, 2-3). 즉 금속기 주자에서는 연잎 모양에서 연이은 제1영기싹 영기문으로 윤곽을 만들어 꽃잎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제1영기싹, 그리고 절묘하게 구성한 보주의 표현, 그리고 그 아래로 두 갈래로 내려진 연이은 제1영기싹 등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바탕에는 수많은 보주들을 점처럼 배치했다. 그 작은 점 같은 것들이 보주라고 인식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학계를 따라 한국 학계에서도 이렇게 표현한 것을 ’魚子文‘ 즉 물고기알이라 부르고 있다. 이러한 부분도 채색분석해 보지 않으면 잘 파악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보주에서 제3영기싹이 나오듯이 금속기 주자에서 큰 두 개의 제3영기싹이 앞뒤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나는 손잡이로 삼고, 다른 하나는 주구(注口)와 주자 사이에 두어 견고한 관계를 맺고 있다.

15년 전에 금속기 주자를 처음 보았을 때 마침 그 당시 제3영기싹을 찾아놓은 상태여서 매우 흥분하였었으나 그 조형적 의미를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명쾌히 설명할 수 있어서 그 기쁨은 말할 수 없다. 이처럼 금속기에서는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으나 청자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도 1-1의 부분 채색 분석(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도 1-1의 부분 채색 분석(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1.15

양자를 비교해 보면 금속기에 비해서 청자에서는 단순하게 하얀 점 들을 연잎 모양에 부여했을 뿐이다(도 1-2). 도자기에서는 금속기처럼 정교한 문양은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 세부적 차이 외에는 전체적 형태는 양자가 똑같다. 이만큼 양자가 똑같은 예는 보기 드물 것이다. 고려청자 주자는 높이가 33.2센티미터이고, 고려 금속기 주자의 높이는 22.1센티미터로 크기는 다르지만 형태는 동자에 이르기까지 놀랄 만큼 똑같다.

도자기를 연재하다가 그 조형의 속성이 목기와 같음을 알고 목기 2점을 다루었었다. 일반인들은 물론 목기 전공자들도 목기의 본질을 알지 못하므로 비교하여 보이니 당황했을 것이다. 그만큼 전공자들의 독점의식은 도자기도 올바로 풀 수 없게 돼 위험하다. 

이번 연재 글에서는 금속기와 비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양자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어왔다. 최근 호림박물관에서 기획한 <따르고 통하다, 고려 주자> 전시회에서는 자기와 금속기가 비슷한 작품들을 비교 전시하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똑같은 작품은 있을 수 없다. 기법상 큰 차이가 있어서 금속기를 그대로 번안한 작품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리움미술관 소장 고려청자와 개인 소장의 똑같은 금속 주자를 떠올리며 이은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더라도 청자가 금속기를 최대한 따르고자 했던 강한 의지를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작품들은 약간의 시차는 있었어도 같은 공방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은 고려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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