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락슈미의 만병=보주 화생. 인도 쿠샨시대 2세기 마투라 발견. 높이 106㎝(도 1-1). 원래 조각은 항아리를 반으로 잘라 안정감을 주려했다. 인도의 저명한 미술사학자인 쿠마라스와미(Coomaraswamy)가 온전한 항아리로 그려서 설명했으나 그도 만병이란 말은 알았지만 보주임을 알지 못했다. 물이 가득찬 만병이듯 보주 안에도 물이 가득 차 있다. 연꽃모양이나 연잎모양들이 연이어 위로 향해 있는 것은 항아리(=보주)에서 솟구치는 물을 상징한다. 락슈미가 딛고 있는 둥근 모양의 연봉오리 모양은 실은 둥근 보주를 상징한다. 즉 락슈미의 연화화생인 듯 여길 수 있으나 실은 영화된 물에서 화생하는 것을 상징한다(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0.10
락슈미의 만병=보주 화생. 인도 쿠샨시대 2세기 마투라 발견. 높이 106㎝(도 1-1). 원래 조각은 항아리를 반으로 잘라 안정감을 주려했다. 인도의 저명한 미술사학자인 쿠마라스와미(Coomaraswamy)가 온전한 항아리로 그려서 설명했으나 그도 만병이란 말은 알았지만 보주임을 알지 못했다. 물이 가득찬 만병이듯 보주 안에도 물이 가득 차 있다. 연꽃모양이나 연잎모양들이 연이어 위로 향해 있는 것은 항아리(=보주)에서 솟구치는 물을 상징한다. 락슈미가 딛고 있는 둥근 모양의 연봉오리 모양은 실은 둥근 보주를 상징한다. 즉 락슈미의 연화화생인 듯 여길 수 있으나 실은 영화된 물에서 화생하는 것을 상징한다(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0.10

 

아름다운 여신들 항아리에서 화생

만병 즉 보주에서 생겨났음을 의미

신전인 석굴사원도 보주에서 화생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국 그리고 인도 남부 등 바닷가에서 환상적인 모습의 수월관음이 인기가 많을 즈음, 인도 중부에서는 락슈미 여신이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내며 아시아 전역에 퍼졌으며 불교에서는 길상천(吉祥天)으로 영입되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운 여신들이 모두 항아리에서 생겨났다는 진리이다. 그런 탄생을 화생이라 부른다. 여신들이 항아리에서 생겨났다는 것은 만병에서 생겨났다는 뜻이며 더 나아가 보주에서 생겨났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이르러 항아리가 만병이고 마침내 보주임을 마음 편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일찍이 수월관음과 락슈미가 보주에서 화생했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평생 여러 신(神)들의 성격에 대해 생각해 왔다. 동양의 여러 신들과 서양의 여러 신들에 대해 생각해 왔다. 인류가 이룩한 여러 종교에 대해서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 특히 동양 종교에서는 여러 신들이 서로 출입하여 복잡하지만 원리는 하나다.

동서양의 신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신은 남신보다는 여신이다. 서양의 비너스와 동양의 약샤(yaksha)와 락슈미(Lakshmi) 등이 그 대표적 예다. 그런데 약샤와 락슈미는 표현방법이 같아서 구별이 어렵다. 구별이 어렵도록 표현했다는 것은 같다는 뜻이다. 이런 여신관(女神觀)은 필자가 다른 학자의 이론을 빌린 것이 아니라 필자 독자적 관점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은 구석기시대 30만년 전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수많은 여신상의 본질을 파악하게 된 까닭이다. 서양에서는 그런 작은 여신상들을 ‘비너스상’이라 부르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뮬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이다. 필자는 그 구석기시대의 여신을 보는 순간, 비너스 여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여신상은 이상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우선 얼굴에 목도 없을뿐더러 눈, 코, 잎, 귀가 없다. 머리에는 마치 불교의 여래상처럼 격자문의 문양이 넓게 덥혀있다. 한마디로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그리고 모두 임산부라 불렀다. 왜냐하면 가슴이 불룩하고 배가 만삭처럼 보이고 둔부가 강조되어 있는데 가장 이상한 것은 손과 넓적다리와 그 이하 발까지 점점 작아져 없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여신은 없다. 여자의 신체적 특성들만을 크게 강조한 이 존재는 무엇일까. 여기에서는 그런 비너스의 여신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다시 실리지 않는다.

필자는 <보주>의 최초 발견자다. 그래서 이 구석기 신(神)을 보는 순간, 신체(身體)가 보주의 집적으로 보였고, 대모지신(大母地神)이라 확신했다. 대지의 신은 위대한 어머니라는 뜻이다. 대지는 모든 것을 인간에게 준다. 그 대지의 신성을 누구나 느낄 것이다. 대지는 인간에게 필요한 일체를 제공한다. 그 위대한 어머니인 여신을 구석기시대인은 보주의 집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에 놀랐다.

필자가 이 도자기 연재에서 필사적으로 보주에 이르는 길을 모색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보주를 모르면 인류가 이룩한 일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석기인들은 보주의 개념을 알았단 말인가.

그렇다! 서양의 현대 미술의 세계를 개척한 위대한 화가이며 조각가인 피카소가 구석기시대에 완벽히 구현된 알타미라 동굴의 사실적인 회화를 보고 크게 놀라며 감탄했듯이, 구석기시대의 고차원의 완벽한 조각을 보고 동양의 고대불상조각 연구자인 필자는 크게 놀랐으며, 구석기시대에 이미 조각과 회화에서 극치를 이루었던 것이라 확신했다.

마침내 내 세계미술사 연구에 위대한 출발점이 되어 항아리가 보주임을 밝히게 되었다. 구석기시대 이래 모든 신들은 모두 보주로 표현되어왔다는 것은 이미 다른 글에서 증명하였는데 내용이 너무 길어서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즉 마리아, 여래, 보살 등 모두가 머리를 둥근 보주로 표현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드디어 한국의 고려 수월관음과 인도 쿠샨왕조의 락슈미가 항아리에서 화생한다는 것은, 보주에서 보주가 생겨나온다는 대원리를 웅변하는 것이다.

 

산치 대탑. 기원후 1세기 초(심재관 교수 사진 제공). Gaja Lakshmi라 부르는 까닭은 코끼리(Gaja)가 함께 표현돼 있기 때문이다(도 2-1). 두 코끼리가 각각 만병을 코로 말아서 영화된 물로 락슈미를 화생시키는 것이지 단지 물을 락슈미에게 물을 붓는 것이 아니다. 물론 코끼리 코에서도 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만병 즉 보주를 표현한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코끼리는 영수(靈獸)이므로 물을 내뿜을 수 있다. 더 이상 현실에서 보는 코끼리가 아니다. 그래서 코끼리들은 모두 둥근 연봉모양에서 화생하고, 중앙의 큰 연봉모양과 연잎모양에서 락슈미가 화생하고 있다. 화생한 것은 이미 현실의 코끼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머리 위에 작은 천개가 있다(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0.10
산치 대탑. 기원후 1세기 초(심재관 교수 사진 제공). Gaja Lakshmi라 부르는 까닭은 코끼리(Gaja)가 함께 표현돼 있기 때문이다(도 2-1). 두 코끼리가 각각 만병을 코로 말아서 영화된 물로 락슈미를 화생시키는 것이지 단지 물을 락슈미에게 물을 붓는 것이 아니다. 물론 코끼리 코에서도 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만병 즉 보주를 표현한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코끼리는 영수(靈獸)이므로 물을 내뿜을 수 있다. 더 이상 현실에서 보는 코끼리가 아니다. 그래서 코끼리들은 모두 둥근 연봉모양에서 화생하고, 중앙의 큰 연봉모양과 연잎모양에서 락슈미가 화생하고 있다. 화생한 것은 이미 현실의 코끼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머리 위에 작은 천개가 있다(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0.10

기원후 2세기의 마투라 발견 락슈미를 기둥에 새긴 석상과 기원후 1세기 산치 대탑 토라나[塔門]에 조각된 략슈미상에 대한 설명은 사진 밑에 써 놓았으니 함께 살펴보기 바란다. 마투라의 락슈미는 신전의 기둥에 조각된 것이고, 산치 대탑의 락슈미는 고대 인도의 <베다>의 가르침을 해설하는 힌두교 성전 문학 문헌들을 모두를 가리키는 『뿌라나』의 내용에 의거하여 조각한 것이다.

락슈미의 출현을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녀가 너무도 아름다워 모두가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으며 이를 들은 천상의 코끼리가 신성한 강물을 그녀에게 쏟아 부었다. 인드라는 락슈미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락슈미는 마하 락슈미(Maha Lakshmi), 즉 위대한 락슈미라 불리기도 하여 최고의 지위를 누렸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경우에나 맨 밑의 항아리나 코끼리의 코가 말아서 들고 있는 항아리에서 락슈미가 화생한다는 것이다. 도자기에는 항아리, 사발 그리고 접시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은 항아리다. 물을 가장 많이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도자기는 중국에서 비롯되었다고 모두 알고 있다. 도자기의 종주국은 중국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도자기의 대한 관념은 인도에서 비롯되었음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세계의 도자사 연구자들에게 처음으로 선언한다. 즉 도자기의 원형(原型, archetype)은 중국이 아니라 인도에서 확립되었다. 인도의 항아리에는 위아래에 연꽃잎 모양이 표현되어 있다. 즉 연잎 모양 영기문에서 도자기가 화생한다는 세계 도자기의 공통적 대원리가 이미 인도의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도 서부 카를리 석굴사원 내부 전경, 기원후 2세기 초 100년 경 착굴, 모두 38개의 기둥들이 내부 주변을 장엄하고 있는데 모두 항아리에서 생겨나고 있다, 석굴사원의 만병화생, 즉 보주화생이다. 일본학자들은 만병까지는 알고 있으나 보주는 모르고 있다(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0.10
인도 서부 카를리 석굴사원 내부 전경, 기원후 2세기 초 100년 경 착굴, 모두 38개의 기둥들이 내부 주변을 장엄하고 있는데 모두 항아리에서 생겨나고 있다, 석굴사원의 만병화생, 즉 보주화생이다. 일본학자들은 만병까지는 알고 있으나 보주는 모르고 있다(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0.10
항아리들이 있는 밑 부분. 항아리들이 도열해 있는 장엄한 광경(도 3-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0.10
항아리들이 있는 밑 부분. 항아리들이 도열해 있는 장엄한 광경(도 3-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10.10

이를 그대로 따라 중국이나 한국의 도자기에는 항아리의 경우 위아래 부분에 연꽃잎 모양이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인도는 고대에 도자기를 만들지 않았다. 아마도 인도의 영향을 받은 중국이 그 인도의 관념적인 도자기의 모양을 모방하여 도자기를 만들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인도의 항아리는 그릇의 용도가 아니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의 만병 즉 보주를 항아리 모양으로 나타낸 것이다. 일상의 용기인 그릇에서 어떻게 최고의 여신이 화생하고, 훗날 여래나 보살이 화생하는가. 인도에 여의보주(Cintamani)라든가 만병(Puranghata) 등 말이 있지만 인도인들도 그 두 가지가 모두 같은 것인지 어찌 알았겠는가.

보주의 실상이 무엇인지 필자가 처음 알아냈으니 이제 바야흐로 인류가 창조한 일체의 조형예술품이 하나하나 풀려지기 시작한다. 이처럼 모든 신들이 보주에서 화생하듯, 신전인 석굴사원도 만병 즉 보주에서 화생한다. 인도 서부의 카를리 석굴사원(Karli Cave)도 만병 즉 보주에서 화생한다. 간단한 설명은 사진 밑에 적어두었다(도 3-1, 도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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