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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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산동의 방(方)씨 집안에 3마리의 당나귀가 있었다. 농사일이 많아서 번갈아 일을 했다. 당나귀는 색깔에 따라 흑색, 짙은 회색, 옅은 회색으로 구분했다. 가족들은 소흑, 대회, 소회라고 불렀다. 당나귀들은 같은 마구간에 살면서 친구가 됐다. 7~8년이 지난 어느 해, 산동에서 3년 연속으로 큰 가뭄이 들었다.

당나귀들도 여물을 제대로 먹지 못해 모두 수척해졌다. 하루는 소흑이 뒷마당에서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고, 소회와 대회는 마구간에 남아 있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소흑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주인이 채찍으로 소흑을 때리면서 꾸짖었다. “몹쓸 놈아, 빨리 콩을 갈아야 하는데 자꾸 꾸물거리느냐! 빨리, 빨리 움직여! 마누라 말이 옳아, 하나만 남기고 모두 팔이야 하겠다.” 소흑은 겁이 났다. 이 나이에 팔려간다면 반드시 고기로 팔아먹을 것이다. 누가 늙은 당나귀를 살려서 사갈 것인가!

마구간으로 돌아온 소흑이 주인의 말을 친구들에게 전했다. 대회와 소회는 잠도 자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팔려가지 않을까 고민했다. 다음 날, 새벽에 소회는 재빨리 뒷마당으로 가서 부지런히 콩을 넣고 맷돌을 돌리며 주인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맷돌 돌리는 소리에 일어난 주인은 불같이 화를 내며 채찍으로 소회를 때렸다. “이 놈의 당나귀야! 일할 때는 게으르더니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네. 갈아놓은 콩이 이렇게 많으니, 내가 언제 다 먹겠나? 완전히 망쳐놓았구나!” 소회는 심하게 맞고 마구간으로 끌려왔다.

대회가 소회에게 말했다. “당나귀가 너무 총명할 필요는 없다. 아첨하다가 고생만 했구나!” 정오가 되자, 주인이 사료를 가지고 마구간으로 왔다. 소흑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물을 먹었다. 소회는 고통을 참으며 천천히 여물을 먹었다. 대회가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은 가뭄 때문에 여물이 부족하여 우리를 팔려고 할 것이다. 내가 여물을 먹지 않으면 주인이 좋아하겠지?” 주인은 건초를 대회 가까이 가져다주었다. 대회는 입을 대지 않고 머리를 돌렸다. 주인은 강요하지 않고 가버렸다. 주인이 가자 대회는 재빨리 여물을 먹었다. 3일 동안 대회는 주인 몰래 여물을 먹었다.

4일째 되는 날, 아침 일찍 주인이 마구간으로 왔다. 주인은 대회를 도살장으로 데려가 여물을 먹지 않으니 죽기 전에 잡아서 고기를 팔겠다고 말했다. 백정이 칼을 드는 순간 대회는 두려워서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소회에게 똑똑한 척한다고 말했지만, 진짜 똑똑한 척 한 것은 자기였던 것이다. 방가에는 소회와 소흑만 남았다.

소회가 참다못해 소흑에게 물었다. “대회를 팔았을까요? 죽였을까요?” 소흑은 머리를 흔들었다. “모른다. 팔았거나, 죽였거나 모두 무관하다. 우리는 잘 때 자고, 일할 때 일하면 그만이다. 목숨은 하늘이 결정한다.” 소흑은 곧바로 잠이 들었다. 걱정이 된 소회는 두리번거리면서 대회의 소식을 알려고 했다. 주인이 마당으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대회가 아무 것도 먹지 않으려고 해서 잡아먹었다!” 소회는 주인이 다른 곳으로 대회를 끌고 가서 좋은 것을 먹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부터 소회는 대회처럼 주인이 없을 때만 여물을 먹었다. 3일 후, 주인이 소회도 끌고 갔다.

마구간을 나서며 소회가 소흑에게 말했다. “미안해, 소흑아! 나는 좋은 것을 먹으러간다. 지난번에 대회가 아무 것도 먹지 않으니, 주인이 다른 곳으로 데려가 좋은 것을 먹인 것 같다. 나도 간다.” 소흑이 아무렇지도 않을 것처럼 말했다. “당나귀는 여물을 먹는 것이 가장 좋아. 나는 다른 것을 먹고 싶지 않아.” 소회는 주인을 따라가면서 기분이 좋아 발걸음도 가벼웠다. 도살장에 오자 주인은 소회를 묶어두고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회색의 당나귀 꼬리를 들고 나왔다. 소회는 깜짝 놀랐다. 대회의 꼬리였다. “내가 죽겠구나. 나는 바보로구나! 주인이 볼 때 여물을 먹었어야 하는데……” 결국 3마리의 당나귀 가운데 소흑만 남았다. 살아남은 것은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똑똑하지도 않은 소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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