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not caption

춘추시대 합려(闔閭)는 요(僚)를 죽이고 왕위를 탈취했다. 요의 아들 경기(慶忌)는 위(衛)로 망명해 복수의 기회를 노렸다. 경기는 대단한 용력과 무예를 지녔다. 그가 두려웠던 합려는 암살하기로 결정했다. 오자서(伍子胥)가 신체가 왜소하고 용모가 추한 요리(要離)라는 용사를 추천했다. 어느 날 오자서가 요리와 함께 합려를 찾아왔다. 오자서가 요리를 장군으로 추천하면서 초를 치게 하자고 요청했다. 오왕은 어이가 없어서 오자서를 꾸짖었다.

“닭 한 마리도 잡지 못할 것 같이 작고 약해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군대를 이끌 수 있나?.”

요리가 합려에게 말했다.

“대왕의 망은은 극에 달했군요. 오자서는 대왕을 위해 강산을 안정시켰습니다. 그런데 왜 대왕은 오자서 아버지를 죽인 초왕에게 복수를 해주지 않습니까?.”

대노한 오왕은 요리의 오른팔을 자르고 하옥했다. 요리의 아내도 잡혀왔다. 얼마 후 요리가 탈옥했다. 합려는 요리의 아내를 공개처형했다. 요리는 경기를 찾아갔다. 경기는 속임수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오른팔이 잘린 것과 아내까지 공개처형된 것을 확인하고 그를 믿었다. 경기가 요리와 대책을 상의했다.

“합려는 오자서와 백비(伯嚭)를 모사로 삼아 장수를 선발해 군사들을 훈련하고 있다. 오는 국력을 크게 신장했지만 나의 힘은 아직 부족하다.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가?.”

“백비는 보잘 것 없지만 오자서는 지용을 겸비한 인재입니다. 그러나 합려와는 마음이 맞지 않습니다. 오자서는 전력을 다해 합려를 도왔습니다. 오의 군사력을 이용해 아버지와 형의 복수를 위해 초를 공격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수였던 초평왕은 벌써 죽었습니다. 왕위를 차지한 합려는 거기에 안주해 날마다 주색이나 탐하고 있습니다. 오자서의 복수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오자서는 저를 장군으로 추천해 초를 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합려는 그를 꾸짖고, 저에게도 죄를 물어 오른팔을 잘랐습니다. 오자서는 합려에게 원한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오자서가 간수를 매수한 덕분에 탈옥했습니다. 그가 저에게 당부했습니다. 먼저 공자를 만나서 동정을 살핀 후에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준다면 내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자께서 지금 오를 치지 않으시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요리는 땅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피눈물을 흘렸다. 경기는 빨리 오를 치겠다고 약속한 후 자기의 본거지 지애성(地艾城)으로 요리를 데려갔다. 군사훈련을 맡은 요리는 오를 칠 전선을 건조했다. 3개월 후, 경기가 군대를 일으켜 오를 정벌하기로 하고 수륙으로 군대를 나눠 진격했다. 경기는 요리와 한 배에 올랐다. 배가 중류에 이르자 뒤따라야 할 전선이 보이지 않았다. 기회를 노리던 요리가 경기에게 공자께서 뱃머리에 앉아야 사공들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뱃머리에 앉자 요리는 창을 들고 지켰다. 갑자기 일진광풍이 불어오자 요리가 창으로 경기의 심장을 찔렀다. 창날이 몸통을 뚫었다. 경기가 사력을 다해 요리의 두 다리를 잡고 3차례나 물속에 거꾸로 집어넣었다. 힘을 다한 경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이 정도 용사인줄은 몰랐다.” 군사들이 요리를 죽이려고 하자 경기는 용사이니 죽이지 말고 놓아주라고 명했다. 경기는 많은 피를 흘려 바닥에 쓰러져 죽었다. 요리도 검을 뽑아 자결했다. 이 이야기는 오자서의 복수에서 시작해 월왕 구천이 춘추시대 마지막 패자가 되기까지 잘 알려진 와신상담과 토사구팽의 시대에 일어난 사건이다. 여기에는 심각한 철학과 극단적 미학이 있다. 이 이야기가 벌어졌던 강소성이나 절강성을 가보면 도무지 왜 여기에서 이렇게 격한 사람들이 생겼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