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not caption

최근 자동차 산업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단연코 전기차와 수소차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이 내연기관차의 판매금지를 선언했고 독일 슈트르가르트와 프랑스 파리는 디젤차 운행 제한을 내걸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 퀘벡주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통과시키는 등 미래자동차는 더 이상 미래차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현재에 가깝게 다가왔다.

지난 1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핵심 교통수단으로 활약해왔던 휘발유·경유차 등 내연기관 자동차는 결국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이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제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 국가들의 노력이 시작된 데 따른 움직임이다. 이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와 같은 이른바 ‘그린 모빌리티’가 내연 기관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내연기관차 퇴출은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작이 유럽이었듯이 그린 모빌리티의 선두 주자 역시 유럽이다. 유럽연합은 2025년까지 유럽에 1300만대 제로배출 및 저배출 차량을 보급하고, 약 100만개의 공공 충전소를 설치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원조격인 독일의 경우, 2030년까지 전기차를 700만~1000만대까지 보급하고, 모든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전기차 충전소 100만개 확보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각국 정부 및 업체들은 앞 다퉈 전기차 개발 및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 또한 뒤늦게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율을 40~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25년까지 전기차는 113만대를 보급하고 충전 기반시설(인프라)은 4.5만기를 확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보조금 지원 시한을 최대 2025년까지 연장하고 지원물량을 대폭 확대하며, 세재 혜택 연장과 함께 충전요금 부과체계 개선 등도 적극 추진한다. 또한 수소차의 경우도 2025년까지 2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서 제기했던 그린 모빌리티의 문제점인 전기와 밧데리 생산에서 배출될 탄소량, 자동차 부품 및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배출되는 탄소량의 문제 등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단순히 내연기관차보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다는 점에 만족하며, 무한대로 새로 생산해서 타고 다녀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렇게 해도 탄소중립사회가 가능한가?

어떤 형태이든 자동차는 앞으로도 이동과 수송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 거주민들의 이동권과 물류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자동차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녹색 전기’로 충전되는 전기차, 물 만으로 연료를 만드는 수소차는 그래서 지금 여기 현실의 대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류사회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많은 차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까? 전기와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채굴하는 원재료는 언제까지나 고갈되지 않고 무한 리필이 가능할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산과 소비의 무한궤도 시스템은 생태계 파괴, 지역공동체 붕괴, 기후 불평등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기후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친환경적인 차를 많이 만들어서 수익을 거두고 소비를 촉진해 경제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성장 담론에서 벗어나 탈성장 녹색전환을 추구하는 생태문명 전환의 길 뿐이다.

최근 독일 녹색당은 “전기자동차 생산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보다 60%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기자동차가 풍력이나 태양 에너지 등 녹색 전기로 충전해도 약 3만 킬로미터를 운행한 뒤에야 비로소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친환경적이 된다고 꼬집은 것이다. 따라서 전기차 생산보다는 공유자동차(car sharing) 이용을 늘리고, 자가용 여행도 자전거나 기차여행으로 대체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끊임없이 도로를 건설하고 자동차 중심의 물류와 이동 체계를 공고히 할 것이 아니라, 철도와 대중교통을 통해 차량 운행량을 감축하고, 프랑스 파리나 세계 각국의 생태도시가 추구하는 15분 도시 매카니즘을 도입해, 자전거와 걷기를 통해 일상을 영위하는 쪽으로 도시의 구조와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친환경차의 몇몇 문제점들은 기술과 인프라 발전을 통해서 보완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궁극의 대안일 수는 없다.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의 반복 시스템과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생태문명으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때 탄소제로 사회는 한 걸음 더 다가올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