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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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기정화된 사실이며, 이것은 전적으로 인간에 의한 것이다. 우리는 이 결과로 폭염, 가뭄, 산불 및 폭우와 같이 더욱 빈번하고 강력한 이상기후현상과 그 결과에 직면하고 있으며, 고통 받고 있다. 따라서 파리 기후협정에서 제시한 목표를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해수면 상승, 해빙 손실, 산성화 및 해양 산소 부족, 해양 생물 및 서식지 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동식물 종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 불안정, 정신질환, 병원체와 매개체 확산, 식수와 식량 부족으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 군사적 갈등 발생과 대규모 인구집단의 이주도 야기시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욱 빠르고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최대의 적은 소비주의다. 흔히 자본주의를 기후위기의 최대 적으로 여기는데 자본주의가 다른 봉건제나 사회주의에 비해 소비주의를 더 강화시키는 제도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그 자체가 기후위기의 주범이거나 자본주의가 기후위기 최대의 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에서 살짝 빗겨간 분석이다. 사회주의라고 해서 물질적 소비를 늘리는 게 발전이라는 생각에 대해 달리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또한 분배의 문제에 있어서 자본주의와 차이가 있을 뿐 높은 생산과 풍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무엇이 소비주의를 강화시켰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가 소비주의를 강화시킨 것도 한 요소이지만, 그 보다 우선 과학기술 혁명이 소비주의를 확대하는 토대가 됐고, 이것이 기후 위기에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인간이 아무리 생산을 해도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자연의 복원력이 더 컸다. 자원을 써도 새로 재생되는 게 더 많았고, 그러다 보니 자원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 혁명은 자연이 재생시키는 힘보다 인간이 파괴하는 힘이 더 크기 때문에 축적된 에너지를 비롯해 모든 것을 급격히 소모시키고 있다.

소비주의를 극복하려면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가 나와야 한다. 물질 추구 이외의 대안적인 가치가 나와서 지금까지 간과된 부분을 보충해 줘야 한다. 기본 생활은 물질로 하지만, 인간이 물질을 추구하는 것 외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마련할 수 있다면 ‘문명적 전환’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후위기시대에 그것은 바로 생명과 자연일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철학자들은 그것을 물질적 욕망에서 자유로운 ‘정신’에서 찾았다. 에이릭 포럼은 ‘소유나 존재냐’ 물음을 던지며 소유적 삶에서 벗어나 존재적 삶을 추구할 것을 설파했고, 법정 스님 또한 ‘무소유’의 삶을 강조했다. 이러한 존재적 삶의 양식은 인간이 자연에서 뭇 생명들과 공생공존하며 소박한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생태적 삶이란 한마디로 인간중심의 물질문명 추구와 소비적 삶의 양식에서 벗어나 지구생태계라는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 아래서 삶을 추구하는 문명 양식이다.

생태적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 우선해야 할 전환적 사고는 생태적 가치관으로의 인식 대전환이다. 과학기술문명의 토대 위에 선 인간중심주의와 성장지상주의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생명평등주의와 탈성장주의 패러다임으로의 인식 전환, 세계관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삶의 양식을 바꾼다면 이를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의식과 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소비주의 극복 방안으로 착한 소비 혹은 윤리적 소비, 그리고 안티 소비(anti-consumption)가 있다. 착한 소비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를 말하며, 윤리적 소비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윤리적인 가치 판단에 따라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안티소비는 기업의 현혹적인 마케팅, 과소비로 인한 경제, 사회적 낭비 등을 비판하기 위해 대량생산, 과잉 마케팅에 스트레스를 느낀 소비자들이 소비에 대한 흥미를 상실하고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뜻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환경오염, 물질적 불평등 등 소비의 부정적 측면을 비판하는 반소비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품을 구입할 때 단지 그 상품 하나의 가격이나 품질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 장바구니 안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함으로써 생태계나 생산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 윤리적인 부분까지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 불필요한 것은 최소화하고 소비를 줄이는 안티 소비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다양한 노력 중의 한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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