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스페셜 포스터. (제공: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1.10.6
‘오징어 게임’ 스페셜 포스터. (제공: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1.10.6

오징어 게임, OTT 콘텐츠 경쟁력의 중요성 시사

콘텐츠 몸값, 증가 추세… OTT ‘자본 싸움’ 커질 듯

넷플릭스보다 자본 많은 디즈니, 11월 한국 진출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내놓은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 ‘D.P.’ ‘킹덤’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OTT 시장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디즈니+가 한국 서비스 개시를 한 달 앞둔 가운데 콘텐츠 확보를 위한 OTT의 ‘자본 싸움’이 격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구원투수 ‘오징어 게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OTT는 방송 시장에서 급격히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가 있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넷플릭스는 ‘코로나 특수’로 2020년 12월 OTT 최초로 전 세계 가입자 수 2억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듬해 중순이 되자 코로나 특수도 약해지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넷플릭스는 “더이상 볼 게 없다”는 말과 함께 가입자 성장이 부진해지면서 주가 상승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적 하락에 시달리던 넷플릭스는 위기 대응책으로 게임 시장에도 기웃거렸다. 기존에 가진 가입자와 콘텐츠를 토대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시도였다. 다만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게이밍 등 쟁쟁한 경쟁사가 많아 큰 설득력을 갖진 못했다.

또한 신규 가입 한 달 무료 서비스를 중단하고 계정 공유까지 단속하는 등 수익을 높이기 위해 혜택을 축소하는 몸부림까지 쳤었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를 구한 구원투수는 한국 콘텐츠였다. ‘오징어 게임’ ‘D.P.’ 등 한국 콘텐츠가 히트하면서 넷플릭스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렸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개봉 4일 만에 22개국에서 시청 1위를 차지했다. 흥행이 계속돼 지난 13일 넷플릭스는 “총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올랐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공개한 비(非) 영어권 시리즈 중 최초로 오늘 기준 21일 연속 ‘오늘의 Top 10’ 1위를 기록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 ‘한한령(한류 제한령)’에도 불구하고 화제가 됐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렸으며 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서는 실시간 영화·드라마 인기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 스틸컷. (제공: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1.10.15
‘오징어 게임’ 스틸컷. (제공: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1.10.15

◆기존에 없던 이야기와 소재, 성공 견인

‘오징어 게임’과 ‘D.P.’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존 한국의 방송 시장에서 방영할 수 없는 콘텐츠라는 점이다. ‘오징어 게임’의 수위(총기 난사, 장기 매매, 살인 등)는 지상파가 방송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 ‘D.P.’의 경우 국방부가 불편함을 드러낼 정도로 내용이 적나라하다.

하지만 오히려 적나라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샀다. 또 과거 같으면 나오지 못할 이야기이기에 더 이목을 끌 수 있었다.

신선한 소재 또한 성공 요인이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창의적인 소재로 주목받았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장르의 배틀로얄물은 기존에도 많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배틀로얄물에 어린 시절에 즐기던 놀이를 접목한 시도는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었다.

아울러 이들의 흥행은 넷플릭스의 투자가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스토리가 좋고 소재가 참신하더라도 제작비를 투자받지 못하면 흥행은 꿈꾸기 어렵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 서비스라는 점도 한몫했다.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오징어 게임’ 스틸컷. (제공: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1.10.15
‘오징어 게임’ 스틸컷. (제공: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1.10.15

◆콘텐츠 몸값, 고공 행진 전망

넷플릭스는 세금 회피 논란, 망 사용료 갈등, 수익 분배 문제 등 여러 지적을 받는 가운데에서도 한국 콘텐츠와의 동반성장을 일관되게 부르짖어 왔다. 이는 넷플릭스가 각종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말로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한국 콘텐츠의 몸값이 넷플릭스의 덕에 뛰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액은 매년 증가해 왔다. 지난 2016년 150억원에 불과했던 투자액은 해를 거듭할수록 819억, 920억, 2480억, 3331억으로 점점 증가했고 올해에는 5540억원까지 올랐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기 이전, 불과 5년 전인 2016년 한국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4억원 정도였다. 당시 최대 화제작인 ‘태양의 후예’가 16부작 기준 제작비가 130억원이었다. 2020년에는 평균 8억원까지 올랐으며 특히 ‘아스달연대기’ ‘더킹’의 제작비는 각각 회당 28억원, 20억원에 달했다. 오징어 게임에 들어간 제작비도 254억원에 달한다. 회당 28억원 수준으로 특출나게 많이 투자받았다고 볼 순 없지만 몸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끌만한 대작을 우선으로 선별한다. 그러면서 해외 사업자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기존 한국 방송 시장에서는 제시하지 않던 파격적인 조건(좋은 제작 여건 등)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제작비를 많이 투자해 배우, 스토리, 배경, 음악, 품질 등 다방면으로 콘텐츠의 질을 향상할 수 있게 한다.

이 흐름은 국내 콘텐츠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인 CJ ENM은 이 기세를 몰아 ‘콘텐츠 제값 받기’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와 콘텐츠 사용료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디즈니+ 코리아 미디어데이’의 연사로 참여한 오상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디즈니+의 콘텐츠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 디즈니+) ⓒ천지일보 2021.10.14
‘디즈니+ 코리아 미디어데이’의 연사로 참여한 오상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디즈니+의 콘텐츠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 디즈니+) ⓒ천지일보 2021.10.14

◆디즈니+ 합세로 전운 감돌아

디즈니+가 한국 서비스 출시 한 달가량을 앞두고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전략과 더불어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했다. 디즈니+는 KT와 LG유플러스를 통해 한국에서 오는 11월 12일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한다.

14일 월트 디즈니 컴퍼니(디즈니)는 APAC 콘텐츠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디즈니+에서 즐길 수 있는 글로벌 및 아태지역 콘텐츠, 지역별 언어로 제작된 콘텐츠 라인업을 선보였다. APAC 콘텐츠 쇼케이스에서는 18개의 오리지널 작품을 포함해 20개 이상의 아태지역 신규 콘텐츠를 최초 공개했으며 이 중에는 7편의 한국 콘텐츠가 포함됐다.

디즈니는 신규 아태지역 콘텐츠를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디즈니+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또 이날 공개된 콘텐츠를 포함해 오는 2023년까지 아태지역에서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디즈니는 이미 뛰어난 콘텐츠 경쟁력이 증명된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이다. 디즈니+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 등 디즈니의 6개 핵심 브랜드들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 콘텐츠를 제공한다.

위협적인 부분은 넷플릭스를 상회하는 자본력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넷플릭스를 자본으로 당해낼 사업자가 없었는데 디즈니+까지 비집고 들어오는 형국이다. 디즈니의 시가총액은 약 385조원으로 넷플릭스(12일 기준 약 331조원)보다 높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