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OTT.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OTT 규제 위해 부처 간 경쟁 중

방통위, 연내 부처 간 합의 예정

음저협, OTT 대상 소송 압박 계속

OTT “협상 중인데 고소… 황당해”

차별화 콘텐츠 지속 수급이 살길

“콘텐츠 제작비 보전 시스템 필요”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내달부터 디즈니+와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애플TV까지 합류하는 가운데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져 가고 있다.

◆“규제 논의만 잔뜩… 실질적 지원은 없어”

토종 OTT들은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해외 OTT들의 국내 진입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업 규모는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데 이들이 정부에서 받는 지원은 아직 없는 데다가 오히려 신사업으로서 규제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 저작권을 둘러싸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의 갈등까지 계속되고 있다. 가장 문제는 이 모든 일로 해외 OTT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OTT는 신규 서비스라서 기존 사업자가 들어가 있는 규제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OTT라는 서비스 형태는 방송, 콘텐츠, 인터넷, 플랫폼 등 다양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에 OTT의 규제 수준을 정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세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런데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이 쉽진 않다. 경쟁적으로 OTT 규제를 맡기 위해 부처 간 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 합의점이 나오고 않고 있다. 또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까지 아우르고, 기존 규제 안팎에 있는 사업자들을 고려해 적정한 규제 수준을 정하는 일도 단순하지 않다.

토종 OTT는 이 상황이 우려된다. OTT 관계자는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규제부터 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플랫폼 부당 행위는 사후 규제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네이버·구글·넷플릭스 같은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려고 하면 신생 업체에 이는 사전 규제가 돼버려서 제약으로 작용한다. 사전 규제가 늘수록 스타트업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원에 대한 부분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해주려는 것도 있다. 제작에 대한 지원을 늘리거나 하는 것도 있는데 이 부분도 사실 OTT에 대한 지원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콘텐츠 제작자를 문체부가 지원한다면 과기정통부는 OTT를 지원해야 하지 않나 싶다. (현재는) OTT가 바로 지원받을 수 있는 그런 정책은 없다”고 짚었다.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도 정부가 해소해야 할 과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들이 규제 밖에서 득을 보는 게 많다”며 “넷플릭스처럼 국내에서 매출을 작게 잡아서 버는 것 대비 세금을 적게 내는 것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통위는 연내 부처 간 합의를 이뤄낼 예정이다. 지난 5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OTT의 법적지위 문제에 대해 올해 내 부처 간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한 위원장은 국내 OTT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그는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국내 연합 OTT를 결성해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며 “해외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 비용도 확보했고 사업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18일 독립 출범 1주년을 맞은 티빙이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양지을 대표가 토종 OTT 간 협력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기 때문에 어떤식으로 연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양지을(왼쪽),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온라인으로 개최한 ‘티빙 커넥트 2021’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공: 티빙) ⓒ천지일보 2021.10.18
양지을(왼쪽),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온라인으로 개최한 ‘티빙 커넥트 2021’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공: 티빙) ⓒ천지일보 2021.10.18

◆‘네버엔딩’ 음저협과의 진흙탕 싸움

국내 OTT들은 지난해에 이어 힘 빠지는 음악 저작권료 싸움까지 이어가고 있다. 음저협과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들이 연대한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OTT음대협)가 지난 25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형사고소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고소를 즉시 취하하라”고 했다.

OTT음대협은 28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5월 발족한 OTT 음악저작권 상생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OTT 기업들, 많은 음악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신탁단체들이 모여 합리적인 협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형사 고소는 상생협의체에 참여하는 많은 기업과 단체, 정부가 지난 기울인 협의의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OTT음대협은 음저협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OTT음대협에 따르면 음저협은 “상생협의체가 종료됐다” “OTT들이 과거 저작권료 납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실을 언론에 배포했는데 상생협의체는 종료되기는커녕 징수 규정 해석 권고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25일 음저협은 국내 OTT 업체들의 음악 저작권료 미납이 수년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인 법적 조치를 위해 지난 21일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해당 OTT들은 문체부가 신설한 음악 저작권료 징수 규정에 불복해 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채 저작권료를 미납 중이라고 음저협은 설명했다.

OTT 관계자는 “문체부가 징수 규정을 만들었고 (저작권) 요율은 정해진 거니까 따르고 있었다”며 “징수 규정에서 구체적인 부분을 상생협의체를 만들어서 논의하고 있고 OTT들도 함께 협의하고 있는데 형사고소를 당했다”고 억울해했다.

지난해부터 음저협은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기준(매출×2.5%)에 따라 사실상 저작권료 징수율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OTT음대협은 이 경우 현행보다 5배 오른 과도한 인상이 될 수 있다며 합리적인 징수 기준을 다시 협상하자고 했다. 그러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중재를 맡은 문체부마저 음저협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금까지도 이들은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HBO 주요 콘텐츠 라인업. (제공: 웨이브) ⓒ천지일보 2021.7.20
HBO 주요 콘텐츠 라인업. (제공: 웨이브) ⓒ천지일보 2021.7.20

◆콘텐츠 수급이 관건… “많은 투자 필요”

OTT 사업의 성패는 콘텐츠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한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해당 OTT를 구독해야 할 명분을 만들어준다. 특히 OTT 시장은 복수 구독하는 경우도 많다. 복수 구독은 앞으로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수급하는 만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꼭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과 같은 히트작이 아니어도 된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2020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결과’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업자의 경우 KBS 22.832%(-2.134%p, 전년 대비 증감률), MBC 10.169%(-0.813%p), SBS 7.463%(-0.563%p)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종편PP)와 보도전문편성채널사용사업자(보도PP)의 방송시청점유율은 TV조선 6.677%(2.861%p), JTBC 5.105%(-0.156%p), 채널A 2.572%(-0.132%p), MBN 3.693%(-0.175%p), YTN 3.672%(1.168%p), 연합뉴스TV 3.275%(0.868%p)로 나타났다.

그밖에 주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방송시청점유율은 CJ ENM 11.365%(-1.222%p), 티캐스트 2.707%(-0.218%p), iHQ 1.390%(0.101%p), 현대미디어 1.005%(-0.013%p), CMB 0.009%(-0.014%p)였다.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의 방송시청점유율은 1.600%(0.091%p)로 확인됐다.

시청점유율 증가율이 눈에 띄는 사업자는 TV조선이다. 대부분 방송사업자의 시청점유율이 전년 대비 줄었지만 TV조선은 2.861%p 성장해 6.67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TV조선은 ‘내일은 미스터트롯’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 등의 프로그램을 앞세워 종편 채널 중 1위를 기록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이것만 봐도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청자들의) 콘텐츠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경쟁에서 이기려면 제작비를 많이 쓰고 K콘텐츠의 위상에 걸맞은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OTT (브랜드) 본연의 경쟁력도 있지만 결국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제작비를 보전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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