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로고. (제공: 애플) ⓒ천지일보 2021.7.7
애플TV+ 로고. (제공: 애플) ⓒ천지일보 2021.7.7

애플TV, SKB와 국내 첫 제휴

넷플릭스·디즈니+ 등 우회 흡수

글로벌 협력 중심 미디어 경쟁

토종 OTT 각개전투 지속 전망

역으로 해외 진출 꾀하는 티빙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디즈니+가 KT·LG유플러스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가운데 SK텔레콤도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애플TV와 협력하면서 미디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의 IPTV에 가입하면 이를 통해 각종 OTT에 추가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구조다.

◆11월, 디즈니+뿐 아니라 애플TV도 온다

25일 SK브로드밴드가 국내 IPTV로는 처음으로 애플과 협력해 한국에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애플TV 4K(스트리밍 기기)’ ‘애플TV+(스트리밍 서비스)’가 다음 달 4일 한국에 상륙한다. KT·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와의 협업을 통해 OTT 경쟁력을 확보한 것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SK브로드밴드는 애플과의 협업을 통해 오는 11월 4일부터 애플TV 4K를 한국 B tv 고객에게 제공한다. 애플TV 앱과 애플TV+ 역시 일부 B tv 셋톱박스를 통해 이용 가능하다. 애플TV 4K 고객은 애플TV+, 웨이브, 디즈니+, 넷플릭스 등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도 애플TV 앱을 통해 한 번에 가입해 시청할 수 있다.

최진환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치열한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애플은 SK브로드밴드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KT와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협업했지만 SK브로드밴드만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소송을 벌이면서 관계의 골이 깊어진 바 있다. 다만 넷플릭스의 콘텐츠 경쟁력이 날로 강해지는 걸 마냥 외면할 수 없었던 SK텔레콤은 전부터 애플TV+와의 제휴를 통해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우회적으로 흡수할 가능성을 시사해온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경쟁력이 시장의 중심이 된 가운데 (SK텔레콤에) 웨이브가 있긴 하지만 지상파 눈치를 보느라 웨이브로는 추진하지 못하는 게 있을 것”이라며 “콘텐츠는 필요한데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손을 잡을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 준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애플TV 4K와 Siri Remote. (제공: SK브로드밴드) ⓒ천지일보 2021.10.25
애플TV 4K와 Siri Remote. (제공: SK브로드밴드) ⓒ천지일보 2021.10.25

다만 애플TV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애플TV는 허브 역할을 하는데 경쟁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 리모컨에 (전용) 버튼이 들어가냐, 안 들어가냐는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제휴가 애플TV를 통한 우회적인 콘텐츠 공급보다 편의성 측면에서 크다는 말이다. 그는 “애플TV를 통해선 1~2단계를 더 거칠 수밖에 없다”며 “애플TV의 콘텐츠 면에서도 근원적인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미디어 시장 판도를 바꾸고 혁신하기 위해 세계 최대 혁신 기업인 애플과 손을 잡았다”며 “특히 최초로 애플TV에 로컬 IPTV(B tv)를 탑재한 특별한 경우로 그만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미디어 시장 위상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동맹이 한국 미디어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확대→콘텐츠 제작·확산→건전한 경쟁 통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애플TV+에선 배우 이선균이 주연으로 참여하고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 브레인’을 선보인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코미디 시리즈이자 제이슨 서데이키스 주연 및 총괄 제작의 ‘테드 래소’,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 및 총괄 제작한 ‘더 모닝 쇼’ 등 수상의 영광을 누린 다양한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가 제공된다. SK브로드밴드는 애플TV 4K를 월 6600원, 36개월 할부(판매)로 제공한다.

양지을(왼쪽),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온라인으로 개최한 ‘티빙 커넥트 2021’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공: 티빙) ⓒ천지일보 2021.10.18
양지을(왼쪽),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온라인으로 개최한 ‘티빙 커넥트 2021’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공: 티빙) ⓒ천지일보 2021.10.18

◆포화하는 국내 시장… 해외 진출 엿보는 티빙

한편 이동통신 3사가 디즈니+, 애플TV 등과 제휴를 맺으며 국내 OTT 시장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토종 OTT도 살아남을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정부도 ‘토종 OTT 연합’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지금까지 특별한 진척은 없었다.

독립 출범 1주년을 맞은 티빙은 역으로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지난 18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네이버, JTBC 스튜디오, 삼성전자, 라인(LINE) 등 쟁쟁한 사업자들을 포함해 해외 미디어 사업자들과 협력한다. 다만 다른 토종 OTT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 이제껏 해온 것처럼 토종 OTT는 각개전투를 펼칠 전망이다.

이날 양지을·이명한 티빙 대표는 각각 경영, 콘텐츠의 측면에서 티빙이 나아가고자 하는 비전을 전했다. ‘콘텐츠 제작사가 운영하는 OTT’의 강점을 살려 독자적인 K콘텐츠를 만들고 웹툰 등 IP를 많이 가진 네이버와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더욱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티빙은 독립 출범 전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티빙 앱 설치가 251% 증가하고 월 1회 방문고객이 2배 늘었으며 유료 가입자는 206% 성장했다. 네이버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특히 10대 268%, 50대 276%, 60대 246%로 기존에 크게 비중이 없던 연령층의 고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티빙은 지난 1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성공 공식’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해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공개를 검토 중인 티빙은 우선 이를 바탕으로 자본력을 갖추고 ‘팬덤’과 ‘프랜차이즈 IP’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양지을 대표는 성장 전략에 대한 질문에 “차별적인 K콘텐츠, K콘텐츠가 만날 팬덤, 선순환을 만든 스케일, 이 세 가지를 축으로 해외에서 성공하겠다”며 “비전으로는 ‘티빙에 가야 K콘텐츠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목표를 이뤄보고자 한다”고 답했다.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 라인과의 협력 소식이다. 티빙은 ‘텔레비전으로 서비스 제공’ ‘일본·대만 등 아시아와 동남아 시장 진출’을 중심으로 협력 계획을 밝혔다. 텔레비전으로 서비스를 지원하는 부분은 삼성전자와 논의하고 있으며 오는 2022년부터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에서 OTT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주요 메신저 서비스로 활용되고 있는 라인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해외 시장 진출의 기초를 닦는다.

한편 이날 토종 OTT 연합, 정부의 OTT 규제 등에 대한 티빙의 입장도 관심사였다. 양 대표는 “현재로서는 국내 OTT 간의 연대 계획은 없다”면서도 “해외 진출에 대해 티빙은 열린 제휴를 통해 사업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영역별, 단계별로 여러 협력을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병합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물리적인 빅뱅(병합)은 서로가 가진 지향점이 달라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OTT 규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처럼 규제보다는 새롭게 뻗어 나가는 OTT 산업을 진흥해나가는 데 (정부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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