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문화단독-강우방의 도자기 이야기] (14) 송림사 대웅전의 만병들과 만나던 날, 모든 도자기는 만병
[천지일보 문화단독-강우방의 도자기 이야기] (14) 송림사 대웅전의 만병들과 만나던 날, 모든 도자기는 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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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송림사 만병단청1 (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송림사 만병단청1 (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만병(滿甁)은 ‘가득 찬 항아리’

만물생성의 근원인 ‘물’이 가득

만병은 보주이며 일체 도자기

일본 친구인 안도(安藤) 교수의 만병(滿甁)에 대한 논문을 10년 전에 처음 읽고 생각하기를, 그동안 수많은 사찰을 다녔는데도 만병 그림을 본 적이 없어서 “도대체 이럴 수 있나?” 생각하며 이듬해 봄에 분연히 일어나 간 곳이 경북 칠곡군 송림사(松林寺)였다. 왜 하필이면 그 멀고 먼 그 절을 선택했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발길이 저절로 그리로 향했다. 

대웅전에 가서 머리를 들어 살펴보니 과연 송림사의 대웅전 포벽(공포와 공포 사이의 작은 공간의 벽)에는 수많은 만병이 그려져 있었다! 만병과의 첫 만남이다. 포벽은 공간이 좁아서 만병과 여래좌상이 함께 나란히 작게 그려져 있고 법당 맨 가의 지붕 밑 넓은 공간에 꽤 큰 만병이 2개가 여유 있게 표현되어 있었다(도 1-1). 대웅전에 들어가는 측문에도 만병이 그려져 있는데 문 밑 부분에 만병 단청으로 그려 넣은 것은 지금 보니 처음 보는 것이었다(도 2-1). 9년 전 처음 만났던 만병을 회상해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 만병을 모두가 꽃병이라 부르고 있다. 

 

송림사 만병단청2(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송림사 만병단청2(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만병이라 부르는 학자는 세계에서 단 2명뿐이다. 일본의 안도 교수가 첫 개척자이지만 또 한 사람은 후발주자인 필자다. 그러나 일본 학자의 주장에 따르지 않고, 필자의 독자적 연구를 피력하며 설명하려 한다. 왜냐하면 비록 그의 논문에서 만병을 처음 알았지만, 일본 학자의 오류는 만병의 원형인 보주가 무엇인지, 그리고 도자기가 모두 만병임을 알지 못했음을 알았다. 무엇보다 보주를 알지 못하면 만병을 깨칠 수 없는데 보주의 실상을 세계에서 필자가 비로소 밝혔으므로 결국 만병의 본질을 이 글에서 최초로 밝히는 셈이 되었다. 

이런 만병의 성격이 서양에는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세계의 건축-회화-조각-도자기 등 일체 조형예술품을 풀어가면서 서양에서도 동양 못지않게 만병의 조형이 성행했음을 알고 적이 놀랐다. 산스크리트어 purnaghata라는 용어를 중국에서 만병(滿甁)이라 번역하고 있고, 한글로는 필자가 ‘가득 찬 항아리’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때 병은 항아리 모양뿐만 아니라 병이나 주전자 등 모든 모양도 포함한다. 필자의 이론에 의하면 모든 그릇 형태는 접시 등도 포함하여 모두 만병이 될 수 있다. ‘가득 찬 항아리’라면 무엇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일까. 물론 만물생성의 근원인 물이 가득 차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조형예술에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우선 송림사 대웅전 단청으로 직진(直進)하자.

 

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송림사 대웅전의 만병 단청을 분석해보자(도 1-2). 대웅전 지붕 밑의 법당 측면 넓은 벽면의 대칭적 만병 하나의 밑그림을 그린 다음, 측문에 있는 만병의 복잡한 문양의 밑그림을 그려서 채색분석하며 설명하기로 하자. 대웅전 윗부분 벽의 넓은 공간에는 매우 큰 만병이 두 가지 그려져 있는데 하나는 구상적 영기문이 만병에서 완벽히 대칭적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다른 하나는 추상적 영기문에 전개하고 있는데 구상적 영기문이 자유분방하게 표현되어 두 가지가 극단적으로 대조적이어서 장인의 계획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도 1-1). 

Symetry(대칭)는 신성(神性)을 상징한다. 한눈에 복잡한 듯 보이나 그 전개원리는 간단하다. 즉 항아리로부터 솟구치는 중앙의 영기문은 연꽃 모양과 연잎 모양이 번갈아 가며 위로 직진하다가 맨 끝에서 연꽃 모양으로 끝맺는다. 실은 위로 무한히 솟구치지만 적당한 곳에서 머문다. 연꽃 모양과 연잎 모양은 모두 보주와 관련되어 있으나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하므로 생략하지만, 보주와 관련되어 있다고 기억해주기 바란다.

 

(좌)둥근 보주가 불안하므로 밑에 대를 만듦(도 1-3). (우)항아리=滿甁(만병)=宝珠(보주) (도 1-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좌)둥근 보주가 불안하므로 밑에 대를 만듦(도 1-3). (우)항아리=滿甁(만병)=宝珠(보주) (도 1-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그 양쪽으로 매우 복잡한 영기문이 아름다운 조형을 띠며 발산하고 있다(도 1-2). 그 좌우 전개를 단순화시키면 모두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등으로 전개하여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제1영기싹의 무한한 변주다(도 1-3). 더 구체적으로 그 변주를 그려 넣으며, 그리고 항아리에서 만병으로 그것이 보주로 변하여 가는 과정을 도해했다(도 1-4).

 

도 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도 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시대를 거슬러 항아리에서 물이 영기문으로 가시화하여 분출하는 광경은 이미 고구려 쌍영총 벽화에서만 보이는 유일한 예가 있다. 그 영기문은 연이은 제1영기싹 영기문이나 연이은 제3영기싹의 조형을 띠며 항아리에서 솟아난다고 알 수 있음을 밝히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러면 그동안 제시하기를 주저했던 필자가 찾아낸 조형언어의 전개 방법의 일단을 소개하고자 한다(도 3).
 

 

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이 조형언어의 문법을 익히면 수많은 갖가지 영기문을 해독할 수 있다. 즉 제1영기싹의 무한한 변주의 일부만 보여드린다. 이 조형들을 반복하여 그려보면 그 전개 원리를 충분히 익힐 수 있다. 다음에 대웅전 측문 아래에 있는 판자에 그린 만병을 채색분석해 본다. 앞서 만병과 함께 있던 다른 만병은 전모를 알 수 없으므로 측면 문의 것으로 대신 채색분석한다(도 2-2). 비좁게 제약된 주어진 직사각형 안에 그려져 있으나 항아리에서 나오는 것은 온통 갖가지 영기문이다. 역시 종래에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던 잊힌 문양이다. 

항아리 양쪽으로 면으로 된 굵은 제1영기싹이 나오고 그 갈래 사이에서 큰 영화(靈化)된 꽃이 직선으로 솟구치고 있다. 그리고 제1영기싹과 겹쳐서 양쪽으로 길게 뻗어나가는 영기문 줄기는 희미하게 그렸으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화시켜 그려보면 그 전개 방법이 정연한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이 양쪽으로 발산하고 있음을 알아볼 수 있으며 단청에서는 구별하기 어려워서 분석할 때 좌우 영기문을 다른 색으로 채색했다(도 2-2). 그 여백에 빼곡히 찬 영기문들은 항아리에서 나온 것이다. 원래 항아리 안에 가득 차 있던 것이 밖으로 힘차게 솟아오른 것이다. 그것을 단순화시키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도 2-3). 이 순간 항아리는 만병이 된다.

 

연이은 제3영기싹으로 귀결(도 2-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연이은 제3영기싹으로 귀결(도 2-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12

지금 필자는 “큰 꽃이 솟아오른다” “긴 꽃줄기가 나오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으나 모든 사람들은 꽃병으로 알고 있으므로 “항아리에 꽃들을 꽂아놓았다”라고 글을 쓸 것이다. 그러나 만병이라 하면 항아리 안에 가득 찬 물이 밖으로 나와 만물을 화생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물이 가득 차 있다면 그런 모습을 어떻게 표현한단 말인가. 실제로 불화에서 큰 보주에서 바다가 나오는 것을 그린 것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만병의 무한한 변주를 표현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물이란 만물생성의 근원인데 물을 조형화한 여러 가지 영기문이 가득 차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물을 가시화한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영기문들이 항아리 안에 가득 차 있다가 밖으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결국 그 외의 만병들, 조선시대 사찰인 송림사의 만병 표현 역시 복잡한 조형이지만 결국 제1, 제2, 제3 영기싹 영기문으로 귀결한다는 것을 채색분석으로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이상은 필자의 연구 성과 중 일부를 정리한 매우 중요한 결론이다. 파악하는 데 수년 걸리는 보주에서 출발하여 만병에 접근해왔는데 항상 매우 큰 난관이었다. 우선 보주를 충분히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설명할지 고심 끝에 작전을 바꾸어 역으로 꽃병→만병→보주로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임을 알았다. 그러니까 만병에서 제1, 제2, 제3영기싹이 나와 만물생성의 근원을 이룬다. 항아리 모양에서 대와 입을 지워버리면 그대로 이상의 온갖 영기문들이 둥근 보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만병에서 신전건물이 화생하고, 신이 화생하는 등의 광경을 둥근 보주에서 나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은 조형상 불안정하기 때문에 항아리로 표현한 것이다. 즉 만병은 보주이고 일체 도자기라는 도식이 성립한다. 감격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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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 2021-09-14 17:04:18
위 사진들 화병 그림들이 비밀이라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인거에요? 불가에서는 풀지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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