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할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2021.9.30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할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2021.9.30

美 바이든 대북 정책은 직접적인 비난

남북관계 경색 원인은 남측에 떠넘겨

 

‘조건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제안에

남북정상회담 언급… 대남 메시지 적극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대북 관계를 놓고 미국에는 날을 세우고 남측에는 통신연락선 복원 카드를 내놓는 북한의 속내가 엿보인다.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발언에서의 종전선언 언급 이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에 이어 이번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남메시지를 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대북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자 직접적인 비난조의 메시지를 밝힌, 반면 남측에는 조건부 통신연락선 복원을 제안하면서도 남북관계 회복 여부는 남측 태도에 달렸다고 압박했다. 또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 정권의 임기 말 다급해진 평화프로세스에 호재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정은, 10월 초부터 ‘조건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메시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최고인민회의 2일차 시정연설에서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일단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통신선 복원을 남북관계 회복의 시발점으로 꼽았던 남측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대한 화답격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가 아니면 지금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 되는가는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경색 등 원인은 남측에 있다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남측에 돌리는 모양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상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부터 철회돼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미국을 겨냥해서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 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이후 북한은 24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조선중앙통신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 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제반 사실은 아직은 종전을 선언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이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는 유연했다. 김 부부장은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호평하며 “남북 간 상호존중이 유지되면 종전선언, 남북연락 사무소 설치, 정상회담 등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메시지를 구체화했다.

29일 미국 국무부는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국내 통신사의 서면질의에 입장을 내고 북미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할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2021.9.30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할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2021.9.30

◆ “임기 말 문 대통령 입지 악용, 교란전술” “남북대화 분위기”

이를 놓고 남북관계에 훈풍이 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끊었다가 이번엔 통신선 복구를 놓고 협상하려는 태도를 놓고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임기 말 문 대통령의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리려는 속내를 악용해 한미동맹 이간, 남남 갈등, 핵보유국 지위 등을 확보하려는 교란전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은 지난 7월 27일 정상 간 합의를 통해 단절된 지 13개월만에 전격 복원했지만, 북한은 지난달 10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다시 통신선을 끊었다.

김 위원장은 대북과 관련해 강경 입장을 보이는 미국을 경계하고 줄곧 자세를 낮춘 남측에는 조건부 제안을 해온 것인데, 이를 놓고 신중론이 제기된다. 그간 북한의 행태를 고려하면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화 교착의 근본적 원인인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까지 포착된 상태다.

일각에선 북한이 통신선 복원 등 남북관계 개선을 미끼로 우리 측 정부를 조종하려는 전술이라는 얘기까지도 나온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다급함을 악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임기 말 문 대통령의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리려는 속내를 악용해 한미동맹 이간, 남남 갈등, 핵보유국 지위 등을 확보하려는 교란전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가에서는 문 정부가 아니라 되려 김정은 정권이 더 다급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차기 남측 정권을 누가 차지할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노이 ‘노딜’ 이전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조급함도 뒤섞여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우리 군 당국이 지난 1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군사력을 통해 대북 억지력을 과시한 것도 북한의 전향적 입장을 끌어내는 데 한몫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이번 제스처로 남북대화 분위기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제한적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표명한 상황이라 통신선이 곧 복원되고 남북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 등 근본적인 문제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 센터장은 “북한이 말했듯이 미국 정부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면,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관계 진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한계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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