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월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종전선언’ 제의에 대해 북한이 잇따라 긍정적인 화답을 내놓으면서 남북관계 전반에 적잖은 변화가 일고 있다. 이번에 국무위원으로 승진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밝힌 뒤, 이튿날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건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물론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으며, 또 매우 전향적이었다.

이에 통일부도 북한의 화답에 대해 ‘의미 있다’고 평가한 뒤, 9월 27일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북한은 답이 없었다.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까지 나온 이상 최소한 통신만큼은 이뤄질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 후에도 우리 정부는 거듭 통신선 복원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계속 침묵했다. 그 사이 북한은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한미 양국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이대로 시간만 보내는가 싶더니 지난 29일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10월 초부터 통신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뒤, 북한 미사일 발사에서 통신선 복원으로 프레임을 전환시킨 셈이다. 당연히 의도된 일련의 프로세스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통신선 복원은 시급하고도 반가운 일이다. 이제 남북 간에 최소한의 소통을 위한 창구가 생겼을뿐더러 더 큰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신뢰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은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종전선언이 북핵문제를 풀고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마중물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섣부른 예단이나 과잉 접근은 또 위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요구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지’는 그 범위가 너무 넓고 접근하는 방식도 너무 다르다.

게다가 북한이 요구하는 핵심 내용을 미국이 쉽게 받아줄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통신선 복원에 환호하다가 조만간 또 끊어져 버리는 상호불신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남북한은 앞서 지난 7월에도 무려 13개월 만에 통신선을 복원했으나, 북한은 2주 만인 지난달 10일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 논란으로 세월만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만큼은 통신선 복원이 남북 간의 신뢰관계 회복과 더 나아가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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