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권리 존중, 언론 보장”
“모든 사람 용서” 총사면 선언
‘조건부 약속’ 우려 목소리도
과거 통치기와 상반된 메시지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탈레반이 17일(현지시간)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아프간은 해방됐다며, 여성 권리를 존중하고 민간 언론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은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아프간은 이제 해방됐으며 탈레반은 복수를 하지 않겠다”며 “모든 사람들이 용서받을 것이고 총사면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프간에 포괄적 정부를 구성할 것이며 아프간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간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번영을 이루기 위해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모두 적들을 원치 않고 있다”며 “탈레반은 모든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원하며, 외국과 교류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발표에서는 의복 규율과 사회 활동 등의 정확한 규제 방침이 나오지 않았다. 또 기자들이 국가의 가치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조건부 약속’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항복선언 이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을 회유하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전국에 사면령을 내리고 여성의 인권 존중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통치기인 1996~2001년 기간 이슬람율법인 샤리아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하면서 국민들이 겪은 공포심을 줄이기 위한 유화적인 메시지라는 게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당시 여성은 노동을 할 수 없었고, 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제한됐다. 남성은 수염을 길러야만 했다.
탈레반에 대한 아프간 국민들의 공포심은 이번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사태 때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온라인 SNS(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급박했던 현지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정부군 수송 차량이 줄지어 급히 국경을 넘는 모습이나 수많은 난민들이 항공기 화물칸에 올라타는 모습 등이 보도됐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소셜미디어(SNS)에 아프간 주민, 탈레반 대원, 현지 취재진 등이 올린 영상 중 자체 검증을 거친 일부를 소개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은 아프간과 인접국 우즈베키스탄을 잇는 다리가 아프간 정부군 수송 차량으로 꽉 막힌 장면을 보여준다. 이 행렬은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 진입에 앞서 도피하려는 모습이라고 NYT는 짚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아프간 동쪽 국경을 넘어 이란으로 도피하려는 정부군 차량이 줄지어 달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 군용 C-17 수송기 내부 사진이 공개된 모습에서는 기장이 고민 끝에 화물 대신 난민 구조를 택하면서 600여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다리를 모으고 빽빽이 앉았다. 미 국방매체 디펜스원,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 수송기에는 총 640명이 탔다. 이렇게 화물칸에 올라탔어도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이륙하는 항공기에 달려드는 모습도 공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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