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반군무장단체 탈레반에 아프가니스탄이 함락당했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 약 두 달 만에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속도로 아프간 전역을 점령했고, 수도 카불 진입 하루 만에 대통령궁을 접수했다. 대통령은 이미 국민을 버리고 돈다발을 챙겨 국외로 도피하고 없었다. 30만 정부군은 항전 한번 하지 않았고 6만 반군은 무혈 입성했다. 이 자체가 얼마나 아프간 정부와 군이 부패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신은 아프간 도시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표현했다.

악명 높은 탈레반이 돌아오자 16일 새벽부터 카불 국제공항은 탈출하려는 내·외국인 수천 명이 몰려들어 아비규환이었다. 미군 수송기 바퀴에 매달려 탈출하려다 추락사한 사람도 여럿이다.

미군 철수에 대한 비난이 높지만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철수와 관련해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서 싸우는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철수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후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킨 뒤 20년간 1조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아프간 정부 예산을 비롯해 병력훈련 및 첨단장비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는 부패했다. 군병력 30만을 장부상만 유지한 채 월급을 빼돌리고 미군이 지원한 무기를 탈레반에 팔아넘겼다. 미국이 떠나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는 것은 표면적 이유일 뿐이고 실상은 자국을 지킬 생각이 없는 부패한 정부와 지도층이 현재의 사태를 자초한 셈이다.

아프간 사태는 이 세상에 목숨 걸고 싸워줄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것을 다시 일깨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세계대전이 될 수도 있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보에 중요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말처럼 미국에 도움되지 않는다면 미군이 나설 이유는 사라진다. 이 때문에 한미동맹도 막상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얼마나 견고한 힘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자주국방력을 갖춰야 동맹국도 힘을 보태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늘도 사람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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