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나서지 않을 때 미군에게 나서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을 통해 최근 아프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은 아프간군이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싸우거나 희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1조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30만명의 강력한 아프간 군대를 훈련시켰는데 이는 나토 동맹국 군대보다 규모가 더 큰 부대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장비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의 월급을 지불했고 그들의 공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건 탈레반이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를 포기하고 해외로 도피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줬다”며 “매우 용감하고 능력 있는 아프간 특수부대와 군인들이 있지만 지금 탈레반에 진정한 저항을 할 수 없다면 1년, 5년, 20년이 지나도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가 어떻게 아프간에 갔는지, 미국이 아프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상기시키고 싶다”며 “20년 전 아프간에서 시작된 미국의 임무는 국가 건설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아프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미국 본국에 대한 테러를 막는다는 것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이 국익과 관계없는 분쟁에 무기한 머물며 싸우는 실수, 외국에서의 내전 등에 미군을 끝없이 배치하며 나라를 개조하려는 실수 등은 우리가 계속 반복하는 실수들”라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아프간의 많은 사람들이 아프간 땅에 펼쳐지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 알고 있지만, 미군이 아프간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며 “얼마나 많은 미국의 딸들과 아들 세대를 아프간 군대가 나서지도 않는 내전에 보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알링턴 국립묘지에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의 묘비가 끝없이 늘어서야겠나. 이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위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며 “저는 미국인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은 이 상황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전개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국민들과 만났고, 지도자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우리 군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아프간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직접 이해하게 됐다”며 “그래서 지금 우리는 가능한 것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아프간 국민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이 예상보다 빨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그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고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해 계획했지만, 이것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전개됐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을) 포기했고 그 나라를 탈출했다”며 “아프간 군대는 때때로 싸우려 하지도 않고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특히 지난 6월 가니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 최고위원회 의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을 때와 7월 가니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여러 가지 조언을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아프간이 탈레반에 함락된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그는 “올해 안에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이전의 협상안을 고수할지, 세 번째 10년 전쟁을 위해 수천 명의 미군을 추가로 아프간에 보낼 것인지 양자택일에 직면했었다”면서 “또 다른 대통령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보다 아프간에서의 좋지 못한 결과에 대한 비판을 자신이 떠안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좋은 시기가 결코 없었다는 사실을 20년 만에 어렵게 깨달았다. 그게 우리가 여전히 거기에 있던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아프간 전쟁은 지난 2001년 9.11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테러조직 알카에다 소탕을 명분으로 미국이 시작한 전쟁으로 올해로 만 20년을 맞게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을 위해 또 다른 10년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