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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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날이 금년 7월 1일이다. 원래는 1921년 7월 23일 창당됐다. 모택동이 지구론(持久論)이라는 책을 쓸 때 창당일을 7월 1일로 명시도 했고, 숫자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1일을 부각시키고 상징성을 더욱 가미하고자 매달 시작일 1일로 변경해 지금까지 행사를 해왔다. 100주년이 되니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인가는 누구나 쉽게 추론이 가능하다. 창당 100년이 되는 7월 1일 이날을 샤오캉(小康) 사회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설정했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역대 공산당 정권 수반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100을 외치고 강조하면서 국민을 한곳으로 집중시키고, 단결시키고, 순응시키는 도구로 활용했다.

모든 국민이 행복하고 풍족한 국가라는 샤오캉 사회는 현재 그들이 원하는 바와 같이 이루어냈는지는 의문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미국과 앞뒤를 다투어 경쟁하는 G2국가가 됐다고 하니, 일정 부분 달성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이다. 공산당 창당 100년이라는 정치상징조작은 길거리, 지하철, 백화점, 학교 심지어 가정집까지 붉은 색상을 기반으로 로고화 돼 전 중국이 물들어 있다. 북한에서도 보듯 사회주의 국가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정책을 요약하기 위해 슬로건,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한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공산당 창당 1921~2021” 이라는 붉은 로고가 관영 CCTV의 메인 화면에 자주 등장하고, 관련 다큐멘터리, 공산당원 영웅담 등을 시리즈로 방영하면서 사전에 분위기 진작(振作)에 여념이 없다. 6월 25일은 한국에게 있어서 전쟁이 발발한 날이지만, 바로 전날 중국외교부장 왕이는 각국 외교사절 100여명을 초청해 공산당 역사전시관 자료 개관식을 성대히 거행했다. “중국공산당이 없었다면 오늘의 중국은 없다. 중국을 알려면 공산당을 알아야 한다”는 거침없는 표현들을 자아냈다. 자유국가 누구도 동의하기 쉽지 않은 언행을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

더 나아가 창당 100주년 역사 전시관은 힘들었던 창당 과정을 보여도 주지만 자체적으로 과도한 논리 전개를 지속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은 인류 진보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발언, 100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자세로 세계 각국과 함께 인류 운명 공동체 구축을 할 것이라는 주제 넘는 개관사는 외교의 도를 한참 뛰어넘었다. 외교는 친구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리 전쟁을 해도 외교는 존재해야 한다. 자국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강요하는 행위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반발뿐이다.

창당 100주년을 자축하는 것은 말릴 수 없다. 지나친 성과를 내세우고 단지 공산당만이 옳다는 말은 누가 동의하겠는가. 대내적으로 국민들을 향한 집권의 정당성이야 자국 내에서 통하기에 가능할지라도, 대외적으로 집권의 당위성을 선전 선동하기에는 갈 길이 점점 멀어질 공산이 크니 기우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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