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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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CCTV가 요즘 부쩍 각 분야 모범 국가훈장 수여자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은 시리즈 보도를 방송한다. 핵을 최초로 만든 사람, 사막을 초지화(草地化)시킨 사람,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선두적 역할을 한사람, 인공위성을 만든 사람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산업계, 학계, 문화예술계, 체육계 등 전 분야의 대표적 인물을 선정해 이전에 훈장을 받을 때 시진핑 등 국가 영도자와 함께 찍은 스틸 화면으로 편집해 넣고, 그가 활약한 분야와 관련된 영상을 첨가해 성우의 침착하고도 칭송적 목소리와 함께 2∼3분간 정규방송 중간에 수시로 내보낸다.

나아가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해를 맞이해 관련 기록필름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애국적 분위기 고취의 선봉장을 방송이 자처하고 있다. 공산당 선전부에서 모두 제작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한마디로 편협한 애국주의, 맹목적인 주전론이면서 대외적 강경론으로 대표되는 1877∼1878년 영국의 징고이즘을 연상시킨다. 러시아와 터키 전쟁 시, 터키를 원조하기 위해 영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주전론자들의 행태에서 유래 됐다.

대러시아 주전론을 주장한 ‘징고’라는 노래의 후렴구에서 지극히 국수적인 내용을 담은 노래가 유행했다. 러시아 남하를 막기 위해 무력사용도 불사해야 한다고 한 영국 수상 디즈레일리를 지지하는 주전론자들을 일컬어 징고(jingo) 또는 징고이스트라 부른다. 우리가 흔히 쓰는 쇼비니즘(chauvinism)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맹목적인 국민주의에 쇼비니즘이 사용되는 것을 봤을 때, 징고이즘과도 유사하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광신적 애국주의나 국수주의도 여기에 포함 된다고 보면 된다.

방송과 언론이 쇼비니즘과 징고이즘에 첨단 도구로 활용 된다. 영상을 겸비한 TV는 더욱 감동과 사실감을 겸비하니 모든 것이 실체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코로나19도 유행시킨 발원지라고 의심 받지만,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있고 중국 백신 사용을 세계보건기구에서 7번째로 인정받았다고 선전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밖에서는 중국을 보는 눈이 녹록치는 않다.

반중 정서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PEW 리서치 센터의 흥미로운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2020년 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싫어하는 인구비율을 조사해 발표했다. 한국 75%, 일본 85%, 호주 81%, 영국 74%, 미국 73%, 캐나다 73%, 독일 71%, 프랑스 70%, 덴마크 75%, 스웨덴 85% 등이다. 코로나19가 더욱 비율을 증가 시켰지만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코로나 이전인 2017년 BBC조사를 보면 독일 35%, 호주 47%, 캐나다 51% 등이다. 2019년 PEW 연구센터 자료는 독일 56%, 호주 57%, 캐나다 67%다. 상승한 수치를 선별적으로 제시했지만 전반적으로 반중 감정이 현저하게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여 개국이 넘는 세계에서 128개국이 중국과 무역을 한다. 상호의존적 공생관계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중국을 혐오하고 불신하고 크게 경계하는 반중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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